동판화의 연금술사라 불리는 이반루사첵 초대전이 갤러리 모나에서 열리고 있다.이반루사첵은 동유럽 벨로루시에서 태어나 폴란드에서 활동하는 중견 작가다. 터키, 미국, 이탈리아, 벨기에, 독일, 중국 등 세계 곳곳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해오며 폴란드 말보르크 성박물관 제28회 국제 현대 엑스리브리스 비엔날레 명예훈장, X비엔날레 콘트라탈라(이탈리아) 2등, 광저우 국제 엑스리브리스 및 미니프린트 비엔날레 3등 등 수많은 국제예술 경연에서 입상하며 유럽 화단과 유명 컬렉터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이번 전시는 세계적으로 판화를 다루는 작가를 주로 소개하는 일산에 위치한 갤러리 산수에서 첫 전시 후 국내에선 두 번째다. 지역에선 동판화에 대한 전시가 흔하지 않아 갤러리 모나가 특별히 초청한 전시라는 것.판화 장르에서도 동판화는 작가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매력적인 작업이지만 에칭, 애쿼틴트, 메조틴트 등이 노동강도가 심하고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해서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서유럽은 물론 판화의 메카인 동유럽에서 조차 동판화 작가의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추세다.40대 후반의 중견 작가임에도 이반은 아카데미와 주립대 예술학부를 졸업 후 꾸준히 동판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시류인 현대 팝아트적인 요소들이 아닌 묵묵히 자신만의 독보적인 판화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다. 특히 내용면에서도 실험적인 작업을 추구하며 20개 작품만 찍어낸다는 그는 동판화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그의 작품은 손바닥 만한 크기에 극도로 섬세한 선과 메조틴트나 애쿼틴트 기법으로 마무리된 텍스츄어의 스펙트럼이 넓고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작품의 완성도와 밀도에서도 균형감각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연필 드로잉과 순수하고 완전무결한 에칭과 메조틴트의 진수를 느끼며 관객에게 진한 감동과 여운을 준다.기술뿐 아니라 작품 곳곳에는 작가의 예술적 창의성이 발휘된다. 마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듯 섬세하지만 독특한 소재를 곳곳에 배치해 다양한 주제와 서사적인 이야기를 녹인다. 신화에 관심이 많다는 작가는 고대의 신전 화랑이나 구석진 계단, 오래된 고서가 가득한 곰팡이가 낀 서재에서 세속의 흔적들과 미스터리한 역사의 실마리를 찾는다.권대기 갤러리 모나 대표는 "얼핏 보기에는 동유럽의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아카데믹한 표현양식을 근간으로 하지만, 이면에는 가장 전위적이고 현대적인 시적 감수성이 곳곳에서 베어있다"며 "작가는 과거의 역사와 동시대의 세속적 현상을 관통하는 냉철한 시선과 통찰력으로 존재의 생성과 소멸, 고단한 영용적인 삶의 여정을 담담하고도 정교하게 묘사하고 기록하는 집요한 추적자이자 침묵하는 관찰자이다"고 말했다.전시는 내년 1월5일까지 개최되며 작가의 원화, 동판화 등을 골고루 관람할 수 있다.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