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 변호사
▲ 권용덕 로앤컨설팅 대표 변호사

한 아이돌그룹 전 멤버가 소속사 대표를 강간미수로 고소했다가 허위 고소인 것이 밝혀져 역으로 무고죄로 재판에 넘겨진 뒤 실형을 선고받고 그 자리에서 법정 구속된 사건이 며칠 전 발생하여 뉴스 사회면을 장식하였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징역 1년을 구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법관이 ‘자칫하다가 죄 없는 사람이 처벌받을뻔했다. 죄질이 나쁘다.’ 등의 사유로 구형보다 많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여 화제가 되었다. 피고인이 항소했다고 하는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무고죄 기사가 나오면, 상당히 많은 사람이 함께 분노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범죄 기사든 범인을 비난하고 피해자를 위로하는 여론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나, 특히 무고죄 같은 경우는 ‘언제든지 나도 억울하게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동질감 때문에 좀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무고죄 처벌 수준은 (다른 대부분의 범죄처럼) 일반 국민들의 법감정보다는 경한 수준이다. 형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고 법정형이 규정되어있기는 하나, 실제로는 처벌이 그만큼 되는 경우는 드물다.

그리고 처벌 이전에, 무고로 입건되는 경우조차 흔치 않다. 고소당해서 필자에게 변호를 맡긴 사람들의 99퍼센트는 ‘무혐의나 무죄가 나오면 무고죄로 역고소할 수 있는지’ 묻는데, 단순 과장이라거나 핵심 범죄사실이 아닌 중요치 아니한 부분의 허위 등의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고, 사실상 완전 거짓말로 허위 고소하는 정도가 되어야 무고죄가 성립하게 된다. 고소 사건에 대해 검사가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고소인이 무고를 한 것은 아닌지 검사가 검토하도록 되어 있고 그렇게 검토 후 무고한 것이라면 무고죄로 입건하도록 되어 있는데, 입건되는 일이 많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무고라면 처벌도 분명히 상응해야 하지 않을까. 거짓말로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생각을 했다면, 본인도 똑같이 혹은 더 세게 처벌될 각오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일부 사람들이 주장하는, ‘무고하면 무고한 범죄에 정해진 똑같은 형으로 벌해야 한다’는 말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필자는 루브르 박물관에서 함무라비 법전 실물을 본 적이 있다. 우리 국민들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내용의 법전으로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사실 함무라비 법전에 쐐기문자로 새겨져 있는 ‘눈에는 눈’ 조항은 무고죄 조항이 아니며 ‘눈이나 치아를 다치게 했으면 눈이나 치아까지로만 처벌하고 더 중하게는 처벌하지 마라’는 의미의 조항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정작 무고죄 조항은 따로 있는데, 놀랍게도 함무라비 법전이 시작되는 제1조가 바로 무고죄 조항이다. ‘살인죄로 무고하면 사형시킨다’는 내용이다. 몇 천 년 전 바빌론 사람들도 ‘무고죄가 세상 가장 중요한 범죄이며 무고당한 범죄와 똑같은 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함께 분노했었기 때문일까.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