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지혜 기자
▲ 김지혜 기자

노후 책·걸상 교체 사업 관련 문제를 제기한 기사가 나간 지 한 달 여 만인 지난 5일, 대구시교육청이 기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냈다. 언론 보도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재깍재깍 설명자료를 내던 것과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강은희 교육감의 다소 불편해진 심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같은날 강 교육감 미국 출장 관련, 본보에 ‘시끄러웠던 미국 출장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마저 부실했다’ 제하의 기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보고서의 방문 세부일정은 출장 전 작성된 계획서 내용 그대로 복사해 붙여넣어 작성됐다. 하지도 않은 학교경영자 직무연수단과의 간담회와 평가회 일정이 버젓이 기입돼 있었다. 이는 해당 연수단의 공무국외여행보고서 내용과 일치하지 않으면서 밝혀졌다. ‘공문서 위조’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대구시교육청은 불찰이었다며 문제를 인정했다. 강 교육감의 허술한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를 보니 앞서 불거졌던 ‘대구시교육청 직업계고 글로벌 프로그램’을 다녀온 교사들의 보고서 베껴쓰기도 납득이 간다.

강 교육감과 미래교육과 장학관, 장학사, 수행 주무관 등 총 4명은 지난 1월9~15일 미국 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대구시교육청은 강 교육감의 경비만 공개할 뿐 '개인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일행 3명의 경비 등 미국 출장 총경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설명대로 개인의 일이 아닌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해 통역과 수행 비서 역할로 데려가 놓고 이들의 경비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자비가 아닌 세금 들여 다녀와놓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대구시교육청이 당초 공개했던 미국 출장 총 경비 2천300만 원 보다 더 많아 지탄 받을 것이 두려워서 인듯하다.

강 교육감은 미국 출장길에 오른 직후부터 구설에 올랐었다. 본인이 대표를 지냈고 현재는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회사의 CES 참가 사실이 알려지며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언론의 질타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부터 ‘부적절한 출장이었다’는 쓴소리를 듣고도 출장 이후 작성한 보고서는 부실했다.

대구시교육청이 지난 5일과 6일 설명자료를 낸, 노후 책·걸상 교체 및 탈의실 확충 관련 기사는 대구시교육청이 지역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우연의 일치일까. 해당 업체의 가구 영업을 한 A씨는 대구시교육청 전현직 간부와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해당 업체는 책·걸상 교체사업과 탈의실 확충 사업 등으로 강 교육감이 내세우고 있는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받고 있었다. 한 업체의 독식 체제나 다름없다 보니, 지역 경제 활성화 정책에 대한 지역 업계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대구시교육청은 학교와 업체간 일이고 물품선정위원회 등 절차에 맞게 진행한 부분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해당 의혹을 일축했지만 학교 현장에서 나오는 소리는 또 다르다. 대구시교육청은 예산 절감 및 투명성 결여를 우려해 TV, 복사기, 컴퓨터 등 일부 공통소요물품을 통합 구매해 오고 있다. 학교와 업체간 계약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취지에서다. 투명성이 희석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뜻이고, 대구시교육청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공적인 일 일수록 청렴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래야 의심 살 일이 없다. 교육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학교마다 예산을 내려보낼 때에도 탁상행정은 있어선 안된다. 탈의실 확충 사업을 하면서 대구시교육청은 “어떻게 학교마다 일일이 다 나가보느냐”며 전화로만 현장 확인을 해왔다고 했다. 예산의 과도한 집행을 막기위해 현장 실사반 구성 등 제한을 둔 다른 시도교육청과 비교하면 안일한 행정이라는 지적과 예산남용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대구시교육청은 그저 좋게만 봐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문제 되는 부분이 있다면 짚고 가야 한다. 그래야 대구 교육에 밝은 미래가 있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