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납품업체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

▲ 김재욱(오른쪽) 칠곡군수는 지난 1일 상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왜관공단 내 자동차 스포일러를 생산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 김재욱(오른쪽) 칠곡군수는 지난 1일 상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왜관공단 내 자동차 스포일러를 생산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화재로 공장이 잿더미가 된 경쟁업체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대여하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민 한 기업인의 사연이 알려져 화제다.

칠곡군은 지난 1일 왜관공단에서 자동차 스포일러를 생산해 현대차에 납품하는 대일기업 박병태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박 대표는 2021년 8월 북삼읍에서 자신의 회사와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는 A사가 화재로 인해 공장이 전소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A사는 화재가 발생하기 전까지 탄탄대로의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이었다. 그런데 A사 대표가 10년 넘게 피땀으로 일궈온 사업이 화재로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보고 박 대표는 같은 기업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납기 일을 지키지 못하면 회사 신용도가 추락하고, 아울러 타 업체에 주문이 넘어가 회사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A사가 비록 경쟁업체이지만 같은 기업인으로서 불행을 못 본 척하며 넘기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로 결심했다. 직원과 지인의 반대도 있었지만, 박 대표는 A사가 공장과 설비를 다시 지을 때까지 야간에 자신의 공장을 무상으로 빌려주기로 했다.

이때부터 낮에는 박 대표 회사 제품을 생산하고, 저녁에는 A사 제품을 생산하는 두 회사의 불편한 동거가 4개월간 이어졌다. 이후 A사는 박 대표의 도움으로 공장을 다시 짓고 공장 가동에 들어가는 등 위기에서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게 됐다.

박 대표가 보여준 상생의 실천은 지역사회의 기업문화 속으로 번져갔다. 또 다른 경쟁업체인 B사에서도 화재가 일어나 공장이 전소되자, 이번에는 박 대표 도움을 받았던 A사가 나서서 공장을 무상으로 대여했다. 이들 기업은 현대차에 안정적으로 스포일러를 납품하며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나무가 시련을 딛고 더욱 힘차게 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기 때문”이라며 “나무처럼 서로 보듬고 배려하며 더 높이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태 대표는 “또다시 화재가 발생해도 돕겠다. 경쟁하며 남을 무너뜨리지 않고 공생의 길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며 “자신이 내민 도움의 손길이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임철 기자 im72@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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