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기상청장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심해지면서 전 세계가 고통받고 있다. 작년 한 해 서유럽에서는 폭염에 의한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었고,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는 유례없는 산불이 발생하며 ‘기후변화가 북반구를 불태우고 있다’라는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우리나라는 보통 장마가 끝난 후 무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지배하는 7월 하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연중 기온이 가장 높다. 7월 23일 무렵은 절기상 대서(大暑)로 ‘염소뿔도 녹는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몹시 더운 시기인데, 이처럼 더운 한반도의 여름이 기후변화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아프리카처럼 덥다는 뜻에서 대프리카라 불리는 명실상부 우리나라 대표 폭염 도시 대구의 작년 폭염일수는 무려 45일을 기록하였다.

폭염은 열사병, 일사병 같은 온열질환을 일으키고,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게 하기도 한다. 폭염은 기상재해 중 태풍이나 호우보다 사망자가 많지만, 그 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기에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2018년 극한의 폭염이 찾아와 온열질환 사망자가 감시체계 운영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48명을 기록했다. 이를 계기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며 폭염이 자연재난으로 규정되었다. 이제 폭염은 여름철 참아내야 할 단순한 더위가 아닌, 정부 차원에서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강화해나가야 하는 재난이 되었다. 그에 따라 정부는 공사장 등에서 일하는 야외노동자, 논밭 고령층 작업자,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폭염 3대 취약 분야로 지정하고 인명피해 최소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기상청은 나날이 복잡해지고 대형화되고 있는 기상재해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자 2019년부터 기상현상에 따른 영향에 대한 정보와 함께 날씨 정보를 전달하는 ‘폭염 영향예보’를 운영하고 있다. 폭염 영향예보는 같은 기온에서도 보건, 산업 등 6개 분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폭염의 위험 수준(관심, 주의, 경고, 위험 4단계)을 신호등 색깔로 알려주고, 피해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요령을 함께 제공한다. 다음 날 폭염이 예상되는 경우 오전 11시 30분에 발표되며, 기상청 홈페이지, 모바일 웹, 문자메시지는 물론이고 방송 자막과 음성 통보 시스템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습도까지 고려하여 사람이 실제로 느끼는 더위인 체감온도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어, 더욱 실효성 높은 정보가 되리라 기대한다.

폭염 피해는 안타깝게도 노인,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에 기상청은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폭염 취약계층 대상별 맞춤형 지원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농촌 어르신을 대상으로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마을 방송 시스템을 이용하여 음성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독거노인, 장애인 가정에 보급되는 태블릿PC를 통해 위험기상정보를 문자와 음성으로 제공하고, 택배나 배달 등 이동근로자가 활용하는 업무용 앱에 위험기상정보 콘텐츠를 추가하였다. 그리고 외국인 근로자의 폭염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위험 수준별 야외근로자 대응 요령을 베트남어, 태국어 등 11개 국어 맞춤형 리플릿으로 배포하고, 다국어 맞춤형 모바일 웹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폭염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온열질환 예방 3대 수칙인 ‘물, 그늘, 휴식’을 꼭 기억해야 한다. 폭염 시에는 장시간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그늘과 같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올여름, 폭염특보 확인과 폭염 영향예보 활용을 통해 모두가 슬기롭게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란다.

유희동 (기상청장)



김광재 기자 kjk@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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