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문형 대표가 어머니와 함께 수확한 버터플라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배문형 대표가 어머니와 함께 수확한 버터플라이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누구나 받고 싶고, 받으면 기쁜 선물 중의 하나는 꽃일 것이다. 시중에 회자되는 꽃을 선물하는 서른 가지 이유처럼 꽃 선물은 사랑과 축하, 감사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는 남편인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할 때 동행한 수로부인의 이야기다. 수로부인이 높은 절벽에 핀 꽃을 보고 “저 꽃을 꺾어 바칠 사람이 없소?”라고 했을 때 모두가 망설였으나 암소를 끌고 가던 노인이 절벽의 꽃을 꺾고 헌화가를 지어 바침으로써 상남자로 등극했다. 미국에서 꽃가게를 하던 청년 ‘마크 휴즈’는 가게에 있던 모든 장미를 연인에게 선물하고 사랑을 고백했다. 이 고백으로 ‘로즈데이’(5월14일)가 생겨났다. 꽃은 색깔과 향기와 크기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기쁨을 준다. 흔히들 꽃은 세 곳에서 피어난다고 한다. 먼저 꽃밭에서 먼저 피어나고 건네주는 손끝에서 피어난다. 마지막으로 받는 사람의 가슴 속에서 다시 한 번 피어난다. 일찌감치 꽃 재배에 뛰어들어 꽃과 함께 살아가는 청년농부가 있다. 안동시 일직면에서 ‘꽃깜’을 운영하는 배문형(27) 대표다. 배 대표는 5천㎡의 비닐하우스에서 라넌큘러스와 백합, 작약, 튤립 등을 재배한다.



▲ 배 대표가 하우스 안에서 러넌큘러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있다.
▲ 배 대표가 하우스 안에서 러넌큘러스 꽃다발을 한아름 안고 있다.


◆ 공부하는 청년농부

배 대표는 한국생명과학고에서 화훼장식을 공부했다. 일찌감치 꽃 재배로 방향을 정한 것은 IMF외환 위기 때 귀농한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부모님들은 귀농 후 오이를 재배하다가 2010년에 꽃 재배로 전환했다. 그러나 졸업 후에는 다른 길을 걸었다. 꽃이 아니라 요리사와 마트 보안요원으로 일했었다. 잠시 외도를 했으나 군복무를 마치면서 다시 꽃농장으로 돌아와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본격적으로 자신의 꽃을 재배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었다. 배 대표의 영농 의지를 확인한 부모님은 본격적인 공부를 권했다. 먼저 가톨릭상지대학 융복합농산업과학과에 입학해 2년간 공부했다. 야간학부라 낮에는 농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공부하는 주경야독의 힘든 일정이었다. 지난해에는 다시 안동대학교 원예과에 편입해 원예학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한다. 수업이 있으면 학교로, 수업이 없는 날이나 주말에는 농장에서 일한다. 이 역시 학교와 농장을 오가는 일이라 만만찮은 과정이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이어나간다. 농업기술센터 등 농업전문기관을 통한 교육도 연간 100시간 이상을 받는다. 주로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홍보 등 농장 운영에 대한 교육이다. 2018년엔 청년창업농으로 선정됐다.



▲ 수확 작업이 진행 중인 라넌큘러스 재배하우스 내부 모습.
▲ 수확 작업이 진행 중인 라넌큘러스 재배하우스 내부 모습.


◆ 화려한 라넌큘러스, 꽃잎이 무려 200장

배 대표는 백합과 튤립 등 여러 종류의 꽃을 재배하지만 주력 품종은 라넌큘러스다. 미나리아재비과로 줄기 속이 비어 있고 꽃이 큰 대형화로 꽃잎이 많고 색깔이 다양하다. 완전 개화하면 꽃잎이 200장 정도로 많고 외관이 장미를 닮아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저온성 꽃으로 6월에 구근을 수확해 건조시킨 후 8월에 파종한다. 건조된 구근은 물에 불리고 소독을 해 상자에 파종한다. 파종상자는 저온상자에 보관하다가 9월쯤 포장에 정식을 하면 11월부터 4월까지 수확할 수 있다. 라넌큘러스는 탐스럽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풍긴다. 결혼식장 등 축하용 꽃 장식으로 많이 쓰인다. 사용 후에는 하객들에게 선물로 나눠 줄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배 대표는 종자용 구근을 3, 4년 주기로 교체한다. 장기간 재배에 따른 퇴화로 꽃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 개발된 품종으로 구근을 수입하기 때문에 새로 구근을 구입할 때는 세계적인 유행 추세와 인기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서 결정한다. 색상과 모양, 크기 등 꽃 소비 트렌드가 계속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핑크색과 흰색을 선호하는 추세다.



▲ 라넌큘러스.
▲ 라넌큘러스.


◆ 인터넷 판매로 활로 개척

배 대표가 꽃 인터넷 판매를 시작한 것은 코로나의 영향이 컸다. 처음 꽃 재배를 시작할 때 재배와 병행해 꽃가게를 열 계획이었다.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던 2020년 인근 중학교 졸업식에 꽃 판매에 나섰으나 참패를 당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는 분위기 탓에 학부모들이 대면접촉 자체를 꺼리면서 단 한 개의 꽃다발도 팔지 못했다. 밤을 새워가면서 만들었던 모든 꽃다발을 폐기했다. 배 대표만이 아니었다. 그날 꽃을 팔러 나왔던 농장들과 꽃가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 판매를 시작했다. 주로 농수축산물 직거래 카페를 통하여 판매한다. 인터넷 판매 비율이 30%를 넘는다. 농장에 간이 스튜디오를 설치하고 매주 꽃 사진을 촬영해 카페에 포스팅한다. 인터넷 판매의 주요 전략은 고급화다. 고품질의 꽃을 고가에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철저한 선별을 통하여 최상품만을 판매한다. 고품질 꽃이라는 농장의 이미지를 굳히기 위한 전략이다. 특·상품 만을 인터넷으로 판매하고 상품과 중품은 공판장에서 출하한다.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농장 직판도 한다. 배송 과정에 흔들림으로 인한 파손에 대비해 포장에도 철저를 기한다. 보온이 유지되는 아이스박스에 신문지로 감싸 흔들리지 않게 포장한다. 배송 시 두 송이 정도를 더 넣어주는 것도 배송 중 파손에 대비한 것이다.



▲ 수확한 라넌큘러스.
▲ 수확한 라넌큘러스.


◆ 당일 수확, 당일 배송

당일 수확, 당일 배송도 고급화의 한 방법이다. 카페에서 주문을 받으면 배송일 새벽에 수확해 오후에 배송한다. 신선도를 최대한 유지시키기 위해 수확한 꽃은 저온창고에서 일시 보관하다가 선별작업을 거친 후 포장해 배송한다. 저온창고에서 예냉을 시킴으로써 꽃 자체가 저온상태를 유지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오후에 배송하면 다음 날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 포장 상자 속에는 아이스팩을 넣어 배송 과정에 온도 상승을 최대한 억제시킨다. 신선도 유지를 위해 당일 수확 당일 배송의 원칙을 반드시 지키지만 한계점도 있다. 겨울철 혹한기도 문제지만 봄철 기온 상승도 문제다. 겨울철 한파가 심할 때는 배송을 중단한다. 배송 과정에 꽃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한 번 언 꽃은 해동이 되어도 상품성을 잃기 때문에 폐기해야 한다. 반면에 봄철에 기온이 상승하면 배송과정에 조기 개화를 하고 보존기간이 단축되는 단점이 있다. 이럴 때는 사전에 조기 개화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하고 배송한다. “꽃깜은 ‘깜짝 꽃 선물’이라는 의미를 담아 네이밍한 것”이라면서 “꽃깜의 꽃은 언제나 싱싱하고 아름답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배 대표는 말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배 대표의 마케팅 기술이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될 때는 농장 직판도 방문시간을 조율해 다른 고객과 겹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맘카페를 중심으로 소문이 나면서 꽃을 구입하기 위한 방문객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 아름다운 꽃의 근원은 땅

꽃은 물론 모든 농산물은 자연과 인간 간의 협업의 산물이라는 것이 배 대표의 생각이다. 특히 토양과 시비 관리에 중점을 둔다. 주력 작목인 라넌큘러스는 병해충 발생이 적은 꽃이지만 병해충을 예방 위주로 방제한다. 구근을 수확하면 반드시 하는 것이 토양소독이다. 토양소독은 비닐하우스를 완전히 밀봉하고 태양열을 이용해 소독하는 것이다. 밀봉한 하우스는 강한 햇볕을 받으면 온도가 70℃ 정도로 올라간다. 한 달 이상을 밀봉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 열기로 진딧물과 토양 선충 등의 병해충원인균을 없애는 것이다. 수시로 생육과 병해충 발생 상태를 관찰하면서 예방위주로 방제해 병해충의 발생을 최소화 시킨다. 밑거름으로 완숙퇴비를 사용하지만 질소질은 최대한 줄이고 석회와 인산, 가리성분 위주로 시비를 한다. 질소질이 많으면 줄기가 연해지고 썩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첫해 농사에서 질소질 비료를 많이 뿌려 줄기가 썩어 수확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큰 피해를 입었다. 경험부족과 욕심이 부른 결과라는 생각에서 좀 더 공부하고 세심한 관리로 고품질화에 주력한다.



◆ 체험농장 조성

배 대표의 꿈은 품질의 고급화와 체험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꽃은 전반적으로 여름철이 비수기다. 여름철은 소득이 크게 줄어들거나 단절되는 단점이 있다. 이 같은 단점을 해소하기 위해 체험농장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체험을 통하여 연중 소득이 발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휴게시설을 설치해 체험과 휴식을 겸하는 치유농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농장 옆에 카페를 만들어 꽃과 식음료를 함께 판매함으로써 농외소득도 높이겠다는 생각이다. 고령화에 따라 수확기 인력수급도 점점 어려워진다는 점을 감안해 규모를 적정화하면서 고품질의 꽃을 생산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소량다품종 고급화로 고수익을 창출하는 알짜배기 농장을 만드는 것이다.



▲ 찾아가는 길
▲ 찾아가는 길






▲ 농장명: 꽃깜

▲ 대 표: 배문형

▲ 소재지: 경북 안동시 일직면 원호리 734



글.사진 홍상철 경상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홍상철 ilsok@korea.kr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