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수정시키고 지하 100m 암반수로 세척||경영비 절감과 고품질생산이 농장운영의 목표





▲ 이재규 대표가 세척과 선별작업을 마친 참외를 들어 보이고 있다.
▲ 이재규 대표가 세척과 선별작업을 마친 참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좀 더 편한 일자리를 찾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다. 특히 부모들은 자식이 좀 더 안정적이고 편한 일자리를 원한다. 최근 이 같은 직업관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 생산직 공개채용 경쟁률이 450대 1을 넘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높은 급여와 정년보장, 다양한 복지혜택이 이유라고 하지만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워라벨을 추구하겠다는 생각도 많다고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청년들의 직업관이 변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런 바람은 농촌에서도 불고 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농촌을 찾는 청년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청년들은 농업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비전도 밝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의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후계농 육성사업이 대표적이다. 3년간 매달 11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하고 5억 원까지 창업자금을 융자해 준다. 올해는 선발인원도 4천 명으로 확대했다.

앞으로도 각종 지원시책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6년 전 도시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안정적으로 정착해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청년강소농을 만났다. 칠곡군에서 참외를 재배하는 ‘파파스트리(칠곡군 약목면 덕산리)’의 이재규(45)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9천900㎡ 면적에서 참외를 재배해 연간 1억5천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 이재규 대표가 참외 수정용 꿀벌을 살펴보고 있다.
▲ 이재규 대표가 참외 수정용 꿀벌을 살펴보고 있다.
◆참외 재배에 뛰어든 전자기기 전문가

이 대표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전자회사에서 5년간 근무했다. 그 후에는 6년간 스마트폰 액세서리 쇼핑몰을 운영했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사업이 부진해지자 새로운 길을 모색하던 중 함께 참외농사를 지어보자는 어머니의 권유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마침 정부에서 도입한 청년후계농 육성사업도 매력적이었다. 물론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왔기 때문에 약간의 자신감도 있었다.

처음 창농(농업창업)계획을 밝혔을 때 아내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던 아내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농촌에서 새로운 출발을 한다는 데에 대한 두려움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직장생활과 자영업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고 농촌에서 활동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이 대표의 계획에 흔쾌히 동의했다.

첫해에 바로 청년후계농육성사업에 선정되는 행운도 따랐다.

이 대표는 “처음에 의욕과 두려움을 함께 가지고 있었지만, 마을 주민들이 농지를 알선해주고 참외재배기술을 알려주는 등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며 “많은 도움을 주신 주민들에게 감사를 드린다”는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파파스트리’라는 농장 이름처럼 아이들이 자랑스러워하는 든든한 아빠의 나무로 성장해 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다.



▲ 이재규 대표가 참외 하우스에서 참외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 이재규 대표가 참외 하우스에서 참외 성장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극한직업과 달콤한 휴식

참외는 소득은 높지만 다른 작물에 비해 재배기간이 길고 작업환경이 어려운 작물이다.

참외재배는 10월에 시작된다.

이때 땅을 갈고 로터리 작업을 하는 것이 첫 작업이다. 11월에 파종하고 접붙이기를 하면 12월에 본 포장에 정식을 한다.

이후 성장 과정에 맞춰 순치기를 하고 병해충 방제작업을 하는 등 일상적인 관리를 한다. 참외는 겨울철에도 가온을 하지 않고 보온덮개로 보온만을 하지만 3월 초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

수확은 7월까지 이어진다.

겨울철에도 유류나 전기를 이용해 가온을 하지 않기 때문에 농업분야 탄소중립 목표에 가장 근접한 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참외는 넝쿨식물이라 순자르기에서부터 수확까지 대부분의 작업을 쪼그려 앉아서 하는 힘든 작업이다.

특히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많이 간다.

수확기에 접어들면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는 아침부터 빠르게 올라간다. 한낮에는 환기통을 열어도 40℃를 넘어선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고 땀으로 범벅이 된다. 따라서 수확은 새벽 5시에 시작해 오전 8시께 마치고 늦은 오후시간에 다시 수확을 한다.

고온의 비닐하우스에서 작업하는 시간이 많고 노동 강도도 높기 때문에 참외재배를 극한직업이라고 한다.

7월에 수확을 마치고 나면 다음해 재배를 준비할 때까지 2~3개월 동안 달콤한 휴식기가 주어지는 좋은 점도 있다. 이때가 되면 휴식을 취하고 가족여행을 가는 호사도 누린다.



▲ 참외꽃에 앉아 수정을 하고 있는 꿀벌
▲ 참외꽃에 앉아 수정을 하고 있는 꿀벌
◆꿀벌로 키우고 암반수로 세척한 참외

대부분의 식물은 벌이나 나비 등 곤충이 꽃가루를 옮김으로써 수정이 이뤄진다. 물론 바람에 의해 수정되는 작물도 있다. 자연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수정되지만 곤충이 없는 비닐하우스 등 밀폐된 시설에서는 수정이 어렵다. 따라서 시설 재배에서는 착과제를 이용해 인공수정을 한다.

이제는 농업기술의 발전으로 시설재배에서도 꿀벌을 이용한 자연수정을 한다.

벌통을 하우스에 넣고 꿀벌을 이용해 수정을 시킨다. 꿀벌참외는 당도가 높고 과육이 연하면서도 아삭한 맛을 낸다. 인공수정에 따른 인력 절감효과도 있다. 이 대표도 3월 초에 하우스마다 꿀벌통을 투입한다. 꿀벌은 꿀을 얻고 농민은 노동력을 절감한다. 꿀벌과 농민의 협업이다. 수확한 참외는 지하 100m 암반수를 이용해 깨끗하게 세척해 출하한다. 큰 스테인리스 수조에 참외를 넣으면 고압으로 분사되는 암반수가 참외를 세척조로 밀어낸다. 이때 물에 가라앉은 발효과(물참외)는 폐기처분한다. 다음 단계로 경사지게 설치된 회전형 롤러를 타고 올라간 참외는 2단계의 세척조를 거치면서 세척된다. 이때 재배과정에 묻어 있던 티끌 같은 이물질이 완전히 제거된다.

결과적으로 수조에서부터 2단계의 세척조까지 총 3단계에 걸쳐 세척을 하는 셈이다. 세척을 마친 참외는 무게별로 분류해 3㎏과 5㎏, 10㎏ 상자로 포장해 시장에 출하된다. 꿀벌이 자연수정을 시키고 암반수로 세척한 명품참외가 탄생된다.



▲ 한창 자라고 있는 참외, 수정 후 40일 경이면 수확을 한다.
▲ 한창 자라고 있는 참외, 수정 후 40일 경이면 수확을 한다.
◆경영비 절감이 최우선 과제

소득은 높이고 경영비는 줄이는 경영 합리화는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 과제다. 농업도 마찬가지다. 이 대표도 참외재배 전 과정에 경영비 절감 요인을 도입했다. 품질 고급화도 동시에 추진한다.

7월에 수확이 끝나면 한 달 동안 태양열을 이용한 철저한 토양소독을 한다. 밀봉한 하우스에 관수를 하고 바닥을 투명비닐로 덮는다. 강한 햇볕으로 하우스 내부는 70℃를 넘어선다.

이 열로 흰가루병이나 총채벌레 등 각종 병해충 원인균들을 사멸시켜 다음해 발생을 줄임으로써 방제 비용도 줄이고 품질도 높인다.

하우스 측면 내외부 공간에 제초매트를 설치해 제초작업에 따른 노동력도 줄이고 병해충의 서식처를 없앤다.

무엇보다도 창농 전 습득했던 IOT기술을 이용해 맞춤형 스마트농업을 실천한 것이 돋보인다.

온습도 조절과 측창과 환기창 관리를 자동화함으로써 노동력을 절감하고 참외 재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균일한 생육과 고품질 참외생산이 가능하게 했다.

이 같은 스마트팜 시설을 직접 설치해 설치비용도 크게 절감했다. 완전 부숙된 퇴비를 이용한 퇴비차에 미생물을 증식시키고 해조류와 아미노산을 혼합한 액비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 역시 경영합리화의 한 방법이다.



▲ 세척 후 선별작업을 마친 참외
▲ 세척 후 선별작업을 마친 참외
◆유튜버 농사꾼

이 대표가 유튜버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벌써 5년째다.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홍보하고 농업과 농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 시작했다. 청년들의 창농을 지원하는 가이드의 역할도 한다. 지금까지 200편을 제작했다.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도록 3~5분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제작한다. 참외재배 기술과 농촌의 소소한 일상을 주제로 한다. 제작 편수가 늘어나면서 구독자도 꾸준히 늘어나 5천 명을 넘어섰다. 3분50초 분량으로 제작한 ‘참외 순치는 방법’은 조회수가 18만 회를 넘었다. 참외 재배를 전혀 모르는 초보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칠곡군 정보화농업인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농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화 기술도 전파하고 SNS를 통한 농장 홍보방법도 전파한다. 2019년에는 경북도 정보화농업인 경진대회에서 도지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연중 소득과 규모의 경제화

창농 6년차에 접어들면서 규모의 경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재배면적을 1만6천㎡ 규모로 확대해 소득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현재 단동하우스를 연동하우스로 변경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노동력을 절감시키겠다고 한다. 연동하우스에는 스마트팜시설을 설치해 스마폰을 이용해 재배환경을 원격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또 참외 재배과정에 습득한 모든 데이터를 축적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첨단 재배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다. 참외 단일작목 재배에서 벗어나 멜론 등 다른 작물을 계절별로 안배해 연중 소득이 발생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더 큰 꿈은 꾸준히 기술을 축적해 참외명장에 도전하는 것이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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