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동원(藥食同原)에 잘 어울리는 산마||국경을 초월한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묻



▲ 이명용·이경숙 공동대표가 수확한 산마를 보여주고 있다.
▲ 이명용·이경숙 공동대표가 수확한 산마를 보여주고 있다.


서라벌 거리 곳곳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을 가서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네.’ 신라 향가 ‘서동요’다.

‘서동’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마’를 팔아 생활했다. 본래 이름은 ‘장’이었으나 ‘마를 캐는 아이’라고 해서 서동으로 불렸다. 신라에 아름답고 지혜로운 선화공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아내로 얻고 싶다면서 서라벌로 향했다. 그러나 나라도 다르고 가진 것도 없는 처지라 왕궁에 있는 공주를 만날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한 가지 꾀를 냈다. 거리에서 아이들에게 마를 나눠 주면서 노래를 가르쳤다. 아이들은 맛있는 마를 얻어먹을 생각에 거리를 누비면서 노래를 불렀다. 곧 서라벌 전체로 퍼져나갔고, 궁궐의 높은 담장도 넘었다.

공주의 부정한 행실을 처벌하라는 상소가 줄을 이었다. 진평왕은 어쩔 수 없이 공주를 귀양 보냈다. 길목에서 기다리던 서동이 호위를 자처하면서 함께 유배지로 떠났다. 이후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 서동이 마를 캘 때 모아뒀던 황금을 신라로 보내 진평왕의 환심을 사고, 혼인을 인정받았다. 서동은 백제에서도 인심을 얻으면서 왕위에 올랐다. 백제 제30대 무왕이다. 서동과 선화공주의 러브스토리는 최근에 익산 미륵사지 서석탑 해체보수와 쌍릉 재발굴 조사를 거치면서 진위여부를 놓고 반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천오백년의 시간을 넘어 여전히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남아 있다. ‘마’는 신라 향가에 등장할 정도로 긴 시간을 우리와 함께 한 먹거리인 동시에 약재로도 쓰였다. 안동에서 산마를 재배하면서 행복한 인생이모작을 만들어 가고 있는 농사꾼이 있다. ‘들녘의 농부들’을 운영하는 이명용(60)·이경숙(57·여) 공동 대표의 이야기다. 부부는 2만1천여 ㎡의 농장을 운영한다. 5천㎡는 직접 재배하고 나머지는 인근 농가와 계약 재배해 연간 1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 이명용·이경숙 공동대표가 수확한 산마 종자마를 보여주고 있다.
▲ 이명용·이경숙 공동대표가 수확한 산마 종자마를 보여주고 있다.
◆산마로 아름다운 인생이모작 꿈꿔

“귀농 전 도시생활에서 성공도 실패도 경험했었다”면서 “아직은 부족하지만 농촌에서 우리 부부의 아름다운 인생이모작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부부는 말했다. 예전보다 수입은 적지만 욕심을 줄이고 자연과 함께하는 생활이 더없이 좋다고 했다. 특히 사업을 하면서 받았던 정신적 압박감에서 벗어나 언제나 푸른 자연을 보고 작물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 그 자체가 행복이라고 한다. 이명용 대표는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했다. 일본에서 금속공학 분야 박사 과정을 공부하다가 중단하고 무역회사에서 일했었다. 일본의 반도체 생산장비를 국내에 공급하는 영업을 한 것이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다가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귀국해 유압기계 제품 개발회사를 설립해 15년 간 운영했었다.

그러나 경기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와 자금력 부족으로 2014년에 폐업했다. 1년 후 재창업을 했으나 4년 만에 또다시 폐업했다. 2번의 창업과 폐업을 거치면서 파산선고까지 받았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결국 부부는 농촌행을 결심했다. 이명용 대표는 안동에 있는 ‘마’유통회사에 취업해 ‘산마’의 재배에서부터 생산, 가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익혔다. 이 과정에서 건강식품으로써의 가능성을 보고 산마 재배를 시작했다.



▲ 이경숙 대표가 수확한 산마를 보여주고 있다.
▲ 이경숙 대표가 수확한 산마를 보여주고 있다.
◆산마는 느림보 농사

‘산에서 나는 장어’라는 별명을 가진 ‘마’는 산약, 산마, 참마 등으로 불린다. 여러 해 살이 덩굴성 식물로 식용과 약용으로 쓰인다. 미세한 단맛과 아삭한 식감이 별미다. 뮤신이라는 미끈거리는 점액이 위벽을 보호하는 효능이 있어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모양에 따라 산마와 장마, 둥근마, 열매마로 부른다. 안동 북후면 일원은 산마특구로 지정돼 있다. 산마는 재배기간이 3년이나 걸리는 특성이 있다.

잉여자로 불리는 마 씨앗을 채취해 이듬해 봄에 심으면 가을에 종자마가 생산된다. 이 종자마를 다음해 봄에 심어 가을에 식용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큰 덩이의 산마가 생산된다. 종자 채취에서부터 수확까지 3년이 걸리기 때문에 느림보 농사라고 한다. 4월 말에 평평한 두둑을 만들고 20㎝간격으로 심는다. 1.8m 이상의 지줏대를 1.8m 간격으로 세우고 여기에 그물망을 설치해 덩굴이 감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한다. 여름철이면 마 덩굴이 무성해 방풍벽 같은 녹색의 벽이 생긴다. 지줏대가 약하면 바람을 받아 넘어지는 피해가 발생한다. 한쪽에서 넘어지면 덩굴의 무게와 충격으로 연달아 넘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태풍이나 강풍이 불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한번 넘어지면 완전한 복구도 어렵고, 생산량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땅이 얼기 전인 10월에서 11월에 수확한다. 한 포기에 3~4개의 마가 달린다. 하나가 600g 이상인 것을 특품으로 평가한다.



▲ 장마와 산마. 왼쪽이 산마로 장마에 비해 길이는 짧고, 굵기는 굵다.
▲ 장마와 산마. 왼쪽이 산마로 장마에 비해 길이는 짧고, 굵기는 굵다.
◆친환경적 재배로 차별화

부부는 “산마는 대부분 건강을 위해 먹는 식품인 동시에 약재다”며 “이런 소비자들의 니즈(needs)에 맞추기 위해 친환경적 재배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맛이 좋고 효능이 좋아도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시장성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직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친환경적인 재배를 고집한다. 유기농 퇴비를 쓰고 친환경약제를 사용한다. 매년 토양검정을 받고 그 처방서에 따라 퇴비량을 조절하고 유용미생물을 뿌린다. 유용미생물은 산에서 채취한 부엽토와 혼합해 증식을 시킨 후 토양에 뿌린다. 여름철 병해충 방제를 위해서는 식초와 은행잎, 돼지감자, 유황 등을 활용한 친환경 약제를 직접 제조해서 사용한다. 가장 큰 어려움은 풀이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잡초와의 전쟁을 치른다. 이 같은 친환경적 재배는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지만 무농약 농산물을 선호하는 친환경식품 판매점에 좀 더 비싼 값에 공급할 수 있어 경제성이 있다고 한다. 친환경적 재배라는 차별화한 전략의 성과이다.



▲ 무성하게 자란 여름철 산마 농장의 모습
▲ 무성하게 자란 여름철 산마 농장의 모습
◆규모화와 발품

임차농지를 이용해 산마를 재배하기 때문에 규모를 확대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당연히 소득도 적었다. 따라서 규모의 경제화를 위해 인근 농가와 계약재배를 시작했다. 규모의 확대에 비례하지는 않지만 전체 소득은 늘어나기 때문이다. 재배 못지않게 판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부부간의 역할을 분담했다. 남편은 재배, 아내는 판매에 집중했다. 아내가 4개월간 연습 판매를 거친 후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판매에는 자신이 있었다. 친정 부모님이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다. 고객을 응대하는 방법이 몸에 익었고, 장사 수완도 좋았다. 고객의 구매심리도 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소비자 직거래로 방향을 잡았다. 직거래 장터가 열리는 곳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한 달에 5회 이상 직거래 장터를 찾는다. 한 달에 보름 이상을 직거래 장터에서 사는 셈이다. 그래서 스스로를 현대판 보부상이라고 한다. 그 발품 덕분에 90%가 직거래로 판매된다. 이처럼 직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간편한 소포장으로 소비자들의 환심을 산 덕분이다. 산마는 ‘산에서 나는 장어’로 불릴 만큼 좋은 자양강장식품이지만 뮤신이라는 끈적이는 물질 때문에 조리 과정에 불편함이 많다.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단순가공을 거친 간편한 상품을 만들었다. 세척마는 500g과 1㎏, 깍은마는 200g 소포장으로 만들었다. 깍은마는 포장만 뜯으면 바로 먹을 수 있고, 세척마는 살짝 껍질만 벗기면 먹을 수 있다. 진공포장을 해 보관도 쉽게 했다. 우유나 요거트를 넣고 갈아서 주스로 만들거나 밥을 지을 때 넣을 수도 있다. 고구마나 감자처럼 쪄서 먹을 수도 있다.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준비한 상품이다.



▲ 껍질을 깎아 포장한 마.
▲ 껍질을 깎아 포장한 마.
◆썬라이트 재배로 노동력 절감

산마는 심근성이고 조직이 연하기 때문에 수확에 노동력도 많이 들어간다. 작은 충격에도 쉽게 부러져 파손율이 높다. 수확에 굴삭기와 인력이 동시에 투입된다. 수확작업을 쉽게 하기 위해 파도모양의 골이 있는 건축자재인 썬라이트를 이용한 재배를 계획하고 있다. 선라이트를 14도 각도로 비스듬하게 눕히고 그 위에 20㎝ 정도의 흙을 덮고 산마를 심는 방식이다. 산마가 썬라이트에 패인 홈을 따라 내려가면서 자라도록 하는 방식이다. 뿌리가 아래로 향하는 굴지성을 응용한 방식이다. 수확작업에 노동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내년에 시험재배를 거친 후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수확에 굴삭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고, 노동력 절감으로 대량재배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 농가와 협력해 대형 식자재업체에 납품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어 지역 특산물인 산마의 새로운 유통망이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농장명: 들녘의 농부들

▲대 표: 이명용·이경숙

▲구입문의: 010-9612-6669, 054-859-6669

▲스마트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famersinthefield/

▲소재지: 경북 안동시 북후면 옹천밤실길 121-12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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