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점자의날…키오스크 내 점자, 주문 안내 소리 없어||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지역 음식점

▲ 3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남산동에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각장애인 황인철씨가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에 점자 및 음성정보 확인 버튼이 없어 주문을 하지 못했다.
▲ 3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남산동에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시각장애인 황인철씨가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키오스크에 점자 및 음성정보 확인 버튼이 없어 주문을 하지 못했다.
11월4일은 점자의 날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1926년 시각장애인을 위해 한글 점자를 만들어 반포한 날로 지난해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디지털화가 급속하게 이뤄지는 상황 속 시각장애인을 위한 환경 개선은 더디기만 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주문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시각장애인의 불편도 가속화되고 있다.

3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남산동의 한 패스트푸드 매장.

이곳을 찾은 한 시민은 능숙하게 키오스크를 활용해 주문을 했다. 메뉴 선택부터 결제까지 걸리는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시민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조차 하지 못했다. 이 시민은 시각장애인. 음성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버튼이나 점자를 찾지 못해 결국 직원을 불렀다.

직원의 도움으로 8분 만에 주문을 완료했다.

시각장애인 황인철(45)씨는 “혼자서는 절대 키오스크 앞에서 주문을 할 수 없다. 비장애인들에게 눈치도 보이고 마음만 초조해진다”며 “늘어나는 키오스크 앞에서 시각장애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9월30일 기준 지역에 등록된 전체 장애인 인원은 12만7천124명이다. 이 중 시각장애인은 1만1천789명이다.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시각장애인의 인권 향상을 위해 키오스크 내 음성 유도기 설치와 점자 메뉴판 제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경우 2017년부터 일반 음식점과 카페에 점자 메뉴판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대구에서는 점자 메뉴판이 있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다.

대구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곳곳에 생겨나는 키오스크는 일반 시민에게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일종의 유리벽으로 통한다”며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부분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leho@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