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명물 황금사과는 입맛도 만족 마음도 만족||워라밸을 넘어 워라블을 추구하면서 즐기는 농





▲ 김순옥·손태식 공동 대표가 수확한 홍로사과를 들고 있다.
▲ 김순옥·손태식 공동 대표가 수확한 홍로사과를 들고 있다.
2020년 식품소비행태조사보고서(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인의 최애 과일은 사과였다. 응답자의 22.5%가 사과라고 답했다. 수박(19.1%)과 귤(10.4%)이 뒤를 이었다. 사과는 1884년 미국 선교사가 대구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왔다. 대구가 사과 주산지였으나 기후변화로 점차 북상해 현재는 경북 북부지역이 주산지가 됐다.

전국 사과면적(3만1천598㏊)의 60.3%가 경북에서 재배된다. 3천423ha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청송은 일찌감치 사과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전체 농가 수 4천934호 중에서 49%인 2천400농가가 사과를 재배한다. 2007년에는 ‘청송사과 지리적 표시제 등록’과 2008년 ‘청송사과 특구지정’으로 명실상부한 사과 주산지로 자리매김했다.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풍부한 해발 25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주로 재배돼 고품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깨끗한 자연환경도 한 몫을 한다. 청송사과는 1924년 독립운동가인 박치환 장로가 현서면에 보급하면서 청송사과는 청송의 모든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10년 연속 대한민국대표브랜드(사과부문) 대상을 차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청송에 사과로 뭉친 사과가족을 만났다. 태송농원의 김순옥(70·어머니). 손태식(43·아들) 공동대표와 그 가족이다.



▲ 사과수확 일손 돕기에 나선 태송농원 가족들.
▲ 사과수확 일손 돕기에 나선 태송농원 가족들.
◆워라블 농사꾼들

라이프 스타일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 얼마 전까지는 워라밸이 대세였으나 이제는 워라블(work and life blending)로 가고 있다. 일과 삶이 분리가 아닌 혼합과 조화를 이루는 삶이다.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고,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이다. 덕업일치라고 할 수 있다.

태송농원의 가족이 그렇다. 김 대표는 결혼 후 줄곧 농촌에서 살았다. 농기계 대리점을 운영하던 남편과 함께 사과농사를 지었다.

농촌이 좋았고 농사와 사과가 좋았다고 한다. 손 대표는 대구에 있는 전자통신 분야의 회사에서 일했었다. 광케이블의 설계와 유지관리업무가 주된 업무였다. 그러나 농사일이 좋아서 주말이면 부모님의 사과농사를 도왔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이 편했다. 농사일 자체가 즐거웠다. 도시의 직장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생활과 미래에 대한 비전도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나이가 50이 넘었을 때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결국 2020년에 귀농을 선택했다. 손 대표의 귀농에 아내(채송화·43)도 흔쾌히 동의했다. 아내는 예술고등학교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재원이었다.

학생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고, 특수학교에서도 근무했었다. 가족의 사과사랑은 3대로 이어지고 있다. 12살 딸의 사과 사랑은 자신이 쓴 ‘맛있는 사과는 사과나무에 달리고 미안한 사과는 내 마음에 달린다’는 내용의 ‘청송사과’라는 시에 오롯이 담겼다. 3대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사과를 키우고 가꾸는 워라블 가족이다.





▲ 잘 익은 홍로사과.
▲ 잘 익은 홍로사과.
◆건강하고 맛있는 친환경적 사과

태송농원은 해발 450m의 노귀재 아래에 있다. 주변에 고모산(763m)과 산두봉(719m) 등 준봉들이 즐비한 곳이다.

일조량이 풍부하고 일교차가 커 사과 재배의 적지로 꼽힌다. 이 같은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대표적인 것이 초생재배와 자가 퇴비다. 여름철이면 끝없이 풀과의 전쟁을 치르지만 초생재배를 위해 목초를 심었다. 세 곳의 농장을 돌면서 베다 보니 매주 풀베기를 한다. 벤 풀은 사과나무 밑에 덮어 잡초가 나지 않도록 한다. 잡초 발생을 억제하는 피복제 역할을 한다. 썩으면 퇴비가 된다. 손 대표는 귀농하면서 바로 농업기술센터의 유기농대학에 등록해 유기농자재 제조법을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자가 퇴비를 제조해 뿌린다. 우분과 산야초를 혼합하고 비닐로 피복해 완전히 부숙시킨 퇴비를 만든다. 1천㎡에 3t 이상을 뿌려 지력을 보강한다. 퇴비를 많이 넣는 만큼 화학비료의 양은 줄어든다. 이 같은 토양관리 덕분에 건강한 나무에서 맛있는 사과가 생산된다. 16~17브릭스의 고당도와 껍질이 얇고 식감이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 손태식 대표가 사다리에 올라서서 적엽작업을 하고 있다.
▲ 손태식 대표가 사다리에 올라서서 적엽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사과

모든 농산물은 농부의 열정과 자연 환경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사과도 마찬가지다. 사과는 겨울철 전정에서부터 가을철 수확까지 꾸준하게 관리해야 한다.

봄에 꽃이 피면 적화작업(꽃따기)을 하고 5~6월에는 적과작업(열매솎기)으로 수량을 조절한다. 적과는 과해도 안 되고 덜 해도 안 된다. 적과에 따라 품질과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숫자를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확기에 하는 적엽작업(잎솎기)도 마찬가지다. 사과를 중심으로 햇볕을 가리는 잎들을 잘라내야 한다. 잎 하나하나를 가위로 잘라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위쪽만이 아니라 아래쪽도 해야 한다. 바닥에 깔린 반사필름에서 반사된 빛이 잘 비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모든 농가에서 같은 시기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항상 일손 부족을 겪는다. 자연재해도 문제다. 배수구를 정비하고 지주를 보강하는 등 대비책을 세우지만 한계가 있다. 강풍과 폭우를 동반한 태풍이 올 때는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태풍 ‘오마이스’가 닥쳤을 때는 과수원이 침수되고 100여 그루가 넘어지는 피해를 입었다. 신속하게 퇴수작업을 하고 넘어진 나무를 세웠다. 다행히 침수피해는 막았으나 넘어진 나무는 결국 고사했다. 나무가 고사하면 그해의 손실과 재식재 비용, 성장기간 동안 수확중단 등이라는 이중삼중의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서 시설을 보강하면서 예고 없이 닥쳐올 재해에 대비한다.



▲ 포장 사과.
▲ 포장 사과.
◆명절은 택배의 시간

명절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택배 전쟁이 벌어진다. 명절에는 2천여 상자의 사과를 배송한다. 2주 전부터 밤샘 작업을 한다. 정확한 선별과 꼼꼼한 포장은 필수다. 크기별로 분류하고, 배송 과정에 파손을 방지하기 위해 사과마다 망을 씌우고 완충제를 넣어서 포장한다. 문제는 배송이다.

밤잠을 줄이고 일손을 늘리면 포장 작업까지는 가능하지만 배송은 택배회사의 몫이다. 택배 대리점에서도 한정된 인력과 차량 때문에 일시적으로 폭증하는 물량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무작정 차량과 인력을 늘릴 수도 없다고 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난감한 일이다. 명절을 앞두고 제때에 배송을 하지 못하면 신뢰도가 추락한다. 이것은 고객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에 농장에선 비상이 걸린다. 무슨 수단을 쓰더라도 원하는 날짜에 전달해야 된다. 2020년 설에는 사과 200상자를 트럭에 싣고 대구 집하장까지 달려간 적도 있다. 명절을 앞두고 사과를 기다리는 고객들을 생각하면 그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차례상에 올릴 제수용이 될 수도 있고, 소중한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아직 배송이 지연된 사례는 없다. 고객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는 것이 농장의 방침이다.



▲ 김순옥·손태식 공동 대표 등이 추석을 앞두고 라이브커머스로 사과를 홍보하고 있다.
▲ 김순옥·손태식 공동 대표 등이 추석을 앞두고 라이브커머스로 사과를 홍보하고 있다.
◆SNS의 달인이자 판매의 여왕

김 대표는 판매의 여왕으로 불릴만한 판매 수완을 가졌다. 생산량의 80% 이상을 직거래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 판매한다. 7~8년 이상 거래하는 단골 고객만 2천여 명에 이른다. 맛이 좋다는 입소문과 판매수완이 합쳐진 결과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재구매로 이어지고 다시 입소문으로 전파한다. 선물로 받은 사람들도 맛을 보고 다시 구매한다. 이런 식으로 판매의 선순환이 계속 일어난 결과다. 이 모든 것은 정보화 교육에서 시작됐다. 정보화 교육을 받으면서 SNS계정을 개설하고 본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SNS에 농장의 일상과 사진을 지속적으로 포스팅한다. 수확기가 되면 단골 고객들에게 문자 메세지를 발송한다. 농장의 현황과 작황, 판매시기, 가격까지 알린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2021년 열린 경북 농업인정보화 경진대회에서 ‘사진경진 분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농장 앞을 지나가는 35번국도 옆에 판매장을 설치 한 것도 김 대표의 아이디어다.



▲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사과
▲ 황금사과로 불리는 시나노골드사과
◆웰니스체험장 조성

손 대표는 “지금까지 사과의 재배에 치중했지만 이제는 체험농장의 길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순한 재배에서 벗어나 가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다. 손 대표가 추구하는 체험은 웰니스체험이다. 과수원을 신체와 정신, 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체험과수원으로 가꾸겠다는 것이다. 하얀 사과꽃이 피는 봄철부터 빨갛게 익어가는 가을까지 과수원이 정원과 놀이터는 물론 자연교육장으로 된다는 것이다. 음악회가 열리는 연주장이 될 수도 있다.

과수원 음악회는 피아노를 전공한 아내가 맡기로 했다. 과수원 곳곳에 한 장의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만들 계획이다.





▲농장명: 태송농원

▲대 표: 김순옥·손태식

▲구입문의: 010-4848-7712·010-7146-0550

▲스마트스토어 : https://smartstore.naver.com/taesongfarm/

▲소재지: 경북 청송군 현서면 신당길 7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민간전문위원)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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