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통합, 주도권 다툼 본격화

발행일 2021-04-11 15:48:1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통합 시기ㆍ방식 등 기싸움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듯

4·7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오세훈 후보의 당선이 확실해진 지난 8일 자정께 국민의힘 당사 개표상황실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왼쪽부터),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상황판에 당선스티커를 붙인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4·7 재보궐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로 힘을 합쳤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내년 대선을 위한 통합 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선거 전에는 ‘대통합’을 외쳤던 두 정당이 막상 통합이라는 과제를 눈앞에 두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분열하고 있다.

퇴임했지만 1년도 채 남지 않은 대선 국면에서 역할론을 수행할 것으로 평가되는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에 물꼬를 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에 대해 “실체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안 대표의 도움 없이 국민의힘 역량만으로도 승리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야권이 재보선 이후 체제를 두고 갈피를 못 잡으면서 혼선은 5~6월로 미뤄진 차기 전당대회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8일 안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주 대행은 선거 이후 ‘야권 대통합’을 주장하며 국민의당과 합당을 한 뒤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도 열어뒀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을 모두 차지하면서 부쩍 자신감이 붙어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통합”이라는 당내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1일 “통합을 할 때 하더라도 제1야당으로서 통합 대상에 휘둘리는 모양새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는 게 당의 전반적인 기류”라고 언급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안 대표가 이끈 단일화 시너지 덕분에 국민의힘의 승리가 가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대표의 최측근 이태규 의원은 재보선 이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의미’라는 제목의 시리즈 글을 연달아 올리며 선거 과정에서 안 대표의 공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처음부터 단일화 판을 만들고, 키우고, 끝까지 지켜서 완성한 사람은 안 대표였다”고 지평했다.

이 의원이 안 대표의 치적을 부각하고 나선 것 또한 통합 시기 및 방식에 대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의 목소리를 낼 명분 쌓기의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당직자 승계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힘에 비해 소수인 국민의당 의원들의 위상 문제에서 국민의힘에 주도권을 뺏길 경우 통합 후 얻을 수 있는 실리를 모두 잃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당 모두 통합의 시기나 방식을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명분 쌓기에 돌입한 양상인데 당분간 통합을 둘러싼 기싸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가동될 전당대회 준비위원회 과정에서 유력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주 대행과 정진석 의원 간 단일화 논의 등을 지켜보며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국민의당의 경우 통합과 관련한 여론수렴을 위한 방안으로 전 당원 투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훈 기자 hksa707@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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