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훈
▲ 이진훈
이진훈

전 대구 수성구청장

신공항 정국에서 TK는 대놓고 무시당했다. 심각한 불평등 대우에도 목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양심상 TK·PK 신공항 특별법을 동시에 처리해 줄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만이 목표인 저들에게 TK와 PK의 갈라치기 전략은 최상이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서 총력전을 펼쳤고, TK 정치는 지리멸렬 죽고 말았다.

이번 국면에서 TK는 전국적으로 포위된 '빼앗긴 들'이 됐다. 반면에 PK는 정치적 이벤트를 틈타 여권과 지역 정치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었다. 홍준표 의원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나오기 4개월 전에 TK통합신공항 특별법을 제출했다. 그런데도 TK 시·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몇 달 후 다가올 상황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던 지역 정치권은 여권의 사생결단식 기세를 보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국민의힘 추경호의원도 홍의원과 맥락이 같은 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여당은 국민의힘 지역 의원들의 모래알 같은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얻었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만 밀어붙여 PK에 확실하게 힘을 싣는 쪽을 선택했다.

대구공항 통합이전사업은 부당한 처우를 지역이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여기서 2016년 6월 영남권신공항의 입지가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났을 때를 상기해 보자. 기대했던 밀양신공항 유치에 실패한 TK지역의 민심이 들끓는 상황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쑥 민·군공항 통합이전안을 내놨고, 대구시는 덥썩 받았다. 이후 국토부가 대안으로 검토했던 군공항만 이전안(대구민항 존치)와 민·군공항 분리 이전안은 사라지고 말았다.

통합공항 이전은 다음 세 가지 면에서 불평등하다.

첫째, 민간공항인 대구공항의 강제이전 결정은 부당하다. 대구공항 통합이전 계획은 민간공항을 군공항의 이전에 따라 부속된 하나의 시설처럼 함께 옮겨가도록 돼 있다. 지금까지 더부살이를 했으니 계속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민간공항에 대한 정책적 고려는 최소한에 그쳤다. 과연 이런 식으로 민·군공항 통합이전을 강요하는 게 합당한 일인가. 대구시가 통합이전을 받아들였지 않느냐고 넘길 일이 아니다.

둘째, 재원조달의 차별이다. 민·군공항 통합이전을 위한 자금동원은 이원화 돼 있다. 군공항의 이전은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민항의 이전은 기존 대구공항 부지매각대 등으로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활주로 및 항공관제시설은 지금처럼 군공항시설을 함께 쓰고, 민항에 필요한 여객터미널 주차장 주기장 등만을 별도로 갖춘다는 것이다. 5조~10조 원 정도의 국가예산을 들여 새로운 곳에 완전한 공항을 만드는 제주 제2공항, 김해신공항(가덕도신공항) 건설과 비교해 볼 때 형평에 맞지 않다. 군공항이전 특별법에 따랐다고 해서 끝날 일은 아니다.

셋째, 이전절차의 부당성이다. 지금까지 국토부는 항공수요조사 등 사전타당성조사를 통해 민간공항의 입지와 규모를 정해왔다. 그런데도 대구공항은 민·군공항 통합이전사업으로 추진함으로써 대구민항의 입지가 군공항의 이전지로 한정되는 상황이 돼버렸다. 국토부는 이전지가 정해지고 나면 항공수요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항의 규모도 정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군위·의성으로 이전지가 확정된 후에 국토부는 항공수요조사 등 사전타당성 조사용역을 발주했다. 역순의 행정절차 이행으로 대구민항의 항공수요도, 공항의 규모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역의 공항이용권도 경제적 실리도 침해됐다.

분노하지 않으면 돌아보지 않는다. 무시당했다면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PK가 역대 선거에서 전략적 선택을 해왔기 때문에 정치권이 무서워하는 것이다. TK통합신공항에도 상응한 국가지원이 이뤄지도록 시민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목표를 분명히 하고, 시민들이 똘똘 뭉치고, 지역 정치권이 결기를 가지고 나서는 PK에서 배워야 한다.

이대로 가덕도신공항이 건설되면 TK통합신공항은 동네공항이 될 게 뻔하다. 상처받은 TK의 자존심은 또 어떻게 할건가. 묻지마 투표로 밀어준, 원내대표가 지역 출신인 정당, 국민의힘이 이번에 보여준 행태는 정말 실망스럽다. 부산의 보궐선거만 급하고, 지역민심 따윈 안중에도 없단 말인가. 뭐니뭐니해도 지역발전의 책임은 시·도에 있다. 그동안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는 가덕도신공항은 절대 안된다고 했지 않은가. 이제 TK통합신공항 특별법에 그 직을 걸라.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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