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휴먼 리소스<1>대구 동구청 이예희 담당이 쏘아올린 작은공

발행일 2021-03-01 15:16:0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청와대 제안 문화누리카드 재충전 혁신시스템 전국 확산

연간 220만 명 혜택…구청 규제혁신 대상 수상에도 기여

동료들에 감사 인사 받을 때 기뻐, 규제혁신 앞장설 것

〈편집자 주〉

큰 변화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사회적 문제도 작은 변화들이 모여서 해결된다.

이 작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를 발견하고도 순응하며 살아가는 저들과 달리 변화를 일구려는 이들은 사회와 직접 부딪혀가면서 문제 해결에 애쓴다. 그들의 노력이 사회를 바꿔내고, 변화시킨다.

우리 일상을 변화시킨 작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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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청 감사실 이예희 담당(6급).


대구 동구청 한 공무원의 작은 아이디어가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동구청 감사실에 재직 중인 이예희 담당(48).

이 담당이 제안한 문화누리카드 재충전 혁신시스템은 전국으로 확산돼 연간 220만 명의 기초생활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이 혜택을 보고 있다. 행정기관의 시간과 인력 낭비로 발생하는 국가적 손실 방지는 덤이다.

그는 “주민들의 불편이 해소돼 다행이다. 남들도 다 알고 있던 것을 먼저 행동으로 옮겼을 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1992년 동구청에서 공직생활에 입문한 그는 뛰어난 봉사정신과 적극행정 마인드로 주위에서 태생부터 공무원이라는 평을 받아 왔다.

평소 주민 애로사항 개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예전부터 제안제도를 적극 활용해 왔다. 남들은 평생 한 건도 내기 힘들다는 제안제도에 그는 5건의 의견을 냈다. 그의 행동은 포상이나 관심을 바란 것이 아닌 공무원으로서의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됐다.

파군재 삼거리의 신숭겸 동상 이름 표기, 공무원 우울증 해소를 위한 찾아가는 상담서비스 등 그녀의 현장밀착형 아이디어들은 비록 통과되진 않았지만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그는 동에 근무할 당시 연초만 되면 하루 수백 명의 문화누리카드 민원이 몰려 업무 마비 상태가 되는 것을 눈여겨봤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등 여유로운 문화생활이 어려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예술·체육 분야에 사용할 수 있도록 연간 일정 금액을 바우처 카드 형태로 지원하는 복지제도다.

그러나 카드를 사용하려면 수혜자들이 해마다 주민센터를 찾아 직접 재충전해야 하는 통에 홀몸어르신이나 장애인에게는 불편하다는 민원이 잦았다. 관리부처도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로 나뉘어 있어 제도 개선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였다.

반포기 상태였던 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8년 12월 대구에서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지방행정혁신·사회혁신 현장 간담회가 열린 것이다.

그는 동구청 대표로 간담회에 참석, 자동 재충전이 가능한 문화누리카드 재충전 혁신시스템 개발을 건의했다. 그는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아우를 수 있는 청와대만이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믿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공감을 얻어 냈다.

정부는 이듬해부터 휴대전화로 문화누리카드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해 ARS로 주민등록번호와 카드번호를 입력하면 연간 이용액 8만 원이 자동으로 재충전되도록 개선키로 했다.

그녀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지난해 동구청이 전국 자치구 유일 지방규제혁신 대통령 표창을 받는데 기여했다. 구청은 그녀의 문화누리카드 제도 개선 과정을 연극으로 연출, 적극행정의 사례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예희 담당은 “그저 운이 좋았다.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아떨어졌다”라면서 “현장에는 묵묵히 주민의 애로사항 개선에 힘쓰는 훌륭한 분들이 많다. 그분들에 공을 돌리고 싶다”며 겸손해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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