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바로 너였어/김계정

발행일 2021-02-23 10:15:42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행여 빼앗길까 봐 간절함이 모은 정성/꺼지는 불씨 향해 입김 불어 살린 숨결/시작은 너, 대구였어 눈물겹던 그 시절도//환한 세상 보려고 태양 쪽으로 돌린 고개/운명의 움이 트던 날 빛의 나라 빚어내던 날/문 열어 불러낸 손길 그때도 너, 대구였어//바람을 품은 향기 천리까지 날아가/역사가 된 오천 년 도도하게 흐른 세월/함께 갈 길 위에서 만난, 그래 바로 너였어

대구테마시조집 「대구와 자고 싶다」(대구문인협회, 2020)

김계정 시인은 서울에서 출생해 2006년 백수백일장 장원, 나래시조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고, 시조집으로 ‘눈물’, 현대시조100인선 ‘한번 더 스쳐갔다’ 가 있다.

‘그래 바로 너였어’는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4·19혁명 때 저력을 보여준 대구를 뜻한다. 지난해 전국의 시조시인들에게 청탁해 대구에 관한 시조를 모아 대구테마시조집을 발간했을 때 수록된 작품이다. 코로나 발생 초기에도 대구는 또 한 번 저력을 보인 바 있다. 그러므로 대구는 어떤 면에서 앞서가는 도시다. 우리나라를 견인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다. ‘그래 바로 너였어’는 대구 사랑과 대구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내고자 너라고 부르고 있다. 행여 빼앗길까 봐 간절함이 모은 정성으로 꺼지는 불씨 향해 입김 불어 살린 숨결의 근원지다. 그 시작이 대구였던 것이다. 참으로 눈물겹던 시절이었다. 또한 환한 세상 보려고 태양 쪽으로 돌린 고개로 운명의 움이 트던 날, 빛의 나라 빚어내던 날에도 문 열어 불러낸 손길 그때도 역시 대구였던 것이다. 바람을 품은 향기 천리까지 날아가 역사가 된 오천 년이 도도하게 흐른 세월 동안 함께 갈 길 위에서 만난 도시가 대구였기에 외지인들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랑과 정성을 쏟아 대구찬가를 부르고 있다. 실로 대구는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넓게 살필 때 대구·경북은 시조문학의 근원지다. 뛰어난 시인들이 활약해온 명작의 산실이다. 지금 후진들이 열정적으로 창작을 하고 있어 시조문학을 융성케 하는데 이바지 중이다.

그는 또 ‘빛날 거야’에서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시린 기억 지우며 온기를 찾아낸 바람이 찬란한 적 없어도 떠나며 남기는 말이 수직의 태양 빛 속에 봄이 숨어 있다는 전언이다. 봄은 숨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곳곳에 찾아들어 새로운 꿈을 꾸게 한다. 추위는 물러가고 만화방창한 새 봄은 와서 다시금 설레고 들뜨게 하는 때다. 그래서 짧아도 영원할 순간 만발할 빛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을 시기다. 빛은 화합과 상생이라는 공존의 길로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역주행하지 않고 순리를 좇는다면 분명히 새로운 봄은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터다. 안과 밖 햇살로 덮여 눈이 부신 봄날에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이다. 서툴게 피는 꽃처럼 말이다.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이 날아든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른다. 꽃향기가 온천지를 덮는 날 모든 사람들은 집을 나와 들판과 산으로 나들이를 떠날 것이다. 대구는 가볼만한 곳이 많은 곳으로 도심지와 교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문화도시다. 봄이 와서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이 또 한 번 ‘빛날 거야’라고 외치면서 자신의 삶에 새 희망을 불어넣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이번 봄은 춘래불사춘이 돼서는 아니 될 터다. 지구촌 곳곳에서 만물이 소생하는 때에 역사의 수레바퀴는 새롭게 돌아야 한다. 더 이상 팬데믹에 갇혀서 일상이 파괴돼서는 아닐 될 일이다. 김계정 시인의 ‘그래 바로 너였어’를 읽으며 그 점을 절감하는 아침이다. 이정환(시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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