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진
▲ 김상진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이번 주는 ‘대구시민주간(21~28일)’이다. 지난 2017년 선포된 대구시민주간은 2월 마지막 주에 나란히 있는 국채보상운동 기념일(2월21일)과 2·28민주운동 기념일(2월28일)을 통해 대구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범시민운동 차원에서 정해졌다. 선포 5년째를 맞은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됐던 지난해 행사를 다시 추진하는 등 코로나19 극복의 원동력이 된 시민정신을 되새기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일요일인 21일에는 ‘대구시민의 날’ 선포식이 열렸다. 대구시민의 날은 지난 2019년 12월 조례 개정을 통해 대구의 정체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기존의 10월8일에서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21일로 변경됐다. 지난해 대구시민의 날을 맞아 선포식이 준비됐지만, 행사를 사흘 앞둔 2월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가 대구지역 첫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는 바람에 대구시민주간 행사가 모두 취소됐다. 이 때문에 대구시민의 날 선포식이 올해 마련된 것이다.

2017년 대구시민주간 선포 이후 의미 있는 성과가 이어졌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2017년 10월30일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으며, 2018년 2월6일 2·28민주운동 기념일이 대구 최초의 국가기념일로 지정됐다. 외세의 침탈에 맞서 민간 주도로 우리나라 최초의 경제자주권 회복운동을 대구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시켰으며, 독재정권에 맞서 고등학생들이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운동을 벌이는 등 공동체가 위기에 놓였을 때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대구정신이 권위 있는 국제기구와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것이어서 뜻깊다.

올해 대구시민주간은 지난해 심각했던 대구지역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한 원동력인 시민정신을 되새기기 위해 ‘K-방역의 중심,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란 슬로건 아래, ‘대구정신 확산’과 ‘지금, 여기, 우리는 대구인’ 등 네 가지 분야에서 60여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고 한다. 특히 대구시 위주로 진행됐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8개 구·군 문화재단이 모두 참여해 대구시민 모두의 축제로 진행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수성문화재단은 수성문인협회와 함께 오는 25일 오후 수성아트피아 무학홀에서 ‘대구정신 시(詩)콘서트’를 연다. 백기만 시인이 작사한 ‘대구시민의 노래’가 수성구여성합창단의 연주로 막을 연 뒤 이상화 시인의 ‘대구의 행진곡’이 낭송된다. 이어 대구지역 시인들의 자작시 낭송과 지역 성악가들의 가곡 무대가 마련된다. 자작시 낭송에는 수성못을 소재로 한 정숙, 이상규, 문수영, 이병욱, 이해리 시인의 작품 등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문무학 시인이 작사한 ‘수성찬가’가 수성구여성합창단의 연주로 막이 내린다.

이와 함께 수성구립도서관에서도 대구시민주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연다. 용학도서관은 ‘대구정신의 발현, 국채보상운동에서 2·28민주운동까지’란 주제로 특별강연을 마련했다. 지난 19일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김지욱 전문위원을 초청,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채보상운동’이란 강연을 열었다. 이어 26일에는 2·28민주운동의 주역으로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장을 역임한 최용호 경북대 명예교수와 2·28연구원장인 백승대 영남대 명예교수가 ‘대한민국 최초의 촛불, 2·28민주운동’이란 주제로 함께 토크콘서트 무대에 선다. 특별강연은 오후 7시 용학도서관 시청각실에서 진행되며, 영상콘텐츠로 제작된 뒤 유튜브에 탑재돼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이와 함께 용학도서관은 2월 한 달간 어린이자료실에서 대구정신을 어린이들에게 알기기 위해 ‘촛불을 들었어’란 주제로 북큐레이션과 테마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북큐레이션을 통해 추천된 어린이도서는 ‘우리 모두가 주인이에요’, ‘나라의 주인은 바로 나’, ‘내일을 바꾸는 사회참여’, ‘세계시민’, ‘그건 옳지 않아요!’, ‘잠시만요 대통령님’, ‘케이블카 메이벨’ 등이다. 지난 토요일 진행된 테마 체험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담당사서와 함께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을 알아본 뒤 원형 저금통과 LED를 이용해 촛불 조명을 만들었다.

대구의 역사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대구정신을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대구시민주간이 시민들에게 대구에 대한 애정과 자긍심을 북돋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명실상부한 범시민적 대구시민주간 운영을 통해 ‘수구 골통도시’와 ‘고담시티’로 왜곡된 채 외부로 알려진 대구의 정체성이 바로 잡히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1915년 달성공원에서 발족해 전국은 물론, 중국까지 무장독립운동의 활동무대로 삼았으며 의열단의 뿌리가 된 대한광복회를 비롯한 대구의 독립운동사가 반영돼 ‘불의에 저항하는 대구정신’이 하루빨리 정립돼야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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