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먼 칠석날 눈물 머금고 흘러온 미리내 줄기, 흐르다가 애달븐 연인들의 가슴 소용돌이 풀지 못해 시내 웅덩이에서 맴만 돌고 있다네 땡그랑, 댕그랑, 물결 속 열사흘 달빛기둥 위 작은 은종을 간절하게 치며 기도하면서// 그 종소리 듣고 자란 피라미들 뒤엉킨 은하수 전설을 풀어 무지갯빛 천을 짜고, 그 그리움을 내 청춘의 검고 긴 머릿결에 둘러주던 눈 시리도록 아린 그림자! 너는 뭇 세월 견디느라 날금해진 신천 푸른 다리 아래서 누굴 기다리는가// 그 여름날 천둥 비바람 가려주던 우리들의 청춘, 그 우산은 멀리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

「대구문협대표작선집1」 (대구문인협회, 2013)

칠월칠석엔 견우와 직녀의 전설이 떠오른다. 널리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다시 정리해본다. 하늘나라에서 소 치던 견우와 베 짜던 직녀가 사랑에 빠졌다. 둘은 신혼의 달콤함에 빠져 일을 게을리 하고 놀기만 했다. 이를 지켜보던 옥황상제가 분노해서 둘을 동쪽과 서쪽으로 갈라놨다. 다만, 매년 칠석날 하루만 만날 수 있게 해줬다, 둘은 은하수에 다리가 없어 서로 바라보고 안타까워했다. 둘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보니 지상에 홍수가 날 지경이었다. 이런 사정을 보다 못한 까치와 까마귀가 모두 하늘나라로 올라가 은하수에 다리를 놔주었다. 그 다리가 오작교다.

시인은 오작교를 떠올리면서 까치의 보은설화를 연상한다. 선비가 산길을 가다가 뱀에게 잡혀 먹힐 처지에 놓인 까치를 구해준다. 그 후 그 일로 인해 선비가 뱀에게 보복을 당할 위기에 몰리게 된다. 그때 은혜를 입은 까치가 몸을 던져 종을 울리고 자신은 머리가 터져 죽는다. 종소리가 울려 퍼지자 뱀은 용이 돼 승천하고 선비는 위기에서 벗어난다. 까치가 선비의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머리를 박고 떨어져 죽은 이야기, 까치의 보은설화다.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흘린 눈물이 은하수 줄기에 실려 떠내려 온다. 그날 저녁에 내리는 비는 재회로 인한 기쁨의 눈물이고 그 다음날 새벽에 내리는 비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슬픔의 눈물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들의 마음을 아는 듯 그 눈물을 보듬은 은하수가 웅덩이에 소용돌이치며 함께 애달파하고 있다. 기쁨의 눈물은 사랑의 묘약이 될 수 있고 가슴을 찢는 비탄의 눈물은 동병상련의 위로가 될 수 있다. 견우와 직녀의 눈물은 사랑의 표상이자 성물로 작용하는 셈이다.

사랑에 빠진 연인은 오작교를 절절히 소망한다. 까치가 은혜를 갚기 위해 종에 머리를 부딪치며 달려드는 모습이 눈에 선하고, 달빛아래 은은히 울려 퍼지는 종소리가 진한 울림으로 가슴속에 생생히 전해온다. 까치와 까마귀가 오작교를 놔주면 얼마나 눈물겨울까, 까치가 은종을 울려서 사랑을 맺어준다면 또 얼마나 감격스러울까. 오작교를 놔주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은종을 울려주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을 씨줄로 하고 까치의 의로운 마음을 날줄로 엮어서 무지갯빛 천을 짠다. 청춘의 추억 속에 그리움을 심어준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자가 아련히 다가온다. 오랜 세월 그리움에 야윈 그대는 푸른 다리 아래에서 그 누구를 기다리고 있는가. ‘그 여름날 천둥 비바람 가려주던 우리들의 청춘, 그 우산은 멀리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없는데’ 그 누구를 그렇게 그리워하는가. 오철환(문인)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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