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에서 대가야로 끝나는 명품 역사문화 관광||대가야 왕들의 흔적이 곳곳에, 지산동 고분

▲ 고령군청이 제작한 비대면 고령 관광 온라인 홍보영상 이미지.
▲ 고령군청이 제작한 비대면 고령 관광 온라인 홍보영상 이미지.
경북 고령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이 높고 신령스러운 고장이다.

강원도 태백 황지 연못에서 발원해 경북의 좌우를 가르는 낙동강이 고령의 남으로 흐르며 대구와 경계를 짓는다. 낙동강을 사이에 두고 고령군과 대구 달성군이 마주하고 있다.

고령은 대가야로 시작해 대가야로 끝이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령군청 소재지인 고령읍이 2015년부터 대가야읍으로 바뀌었다. 가야는 신라보다 먼저 한반도에서 강력한 철기문화를 발전시켰고 고구려, 백제, 신라와 경쟁하기도 했다. 특히 대가야는 금관가야가 쇠퇴한 5세기 이후에 가야연맹의 맹주로 활약했고, 그 대가야의 도읍지가 바로 고령이다.

대가야읍에서 바라보는 산 중턱에 봉긋봉긋 솟아 있는 왕들의 무덤은 거대하고 웅장한 역사 서사시를 보여 준다. 고령 사람들이 500년 넘게 이어진 왕도에 강한 자부심을 품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 대가야 시대 왕족과 귀족의 무덤들이 모여 있는 지산동 고분군 전경.
▲ 대가야 시대 왕족과 귀족의 무덤들이 모여 있는 지산동 고분군 전경.
◆왕들의 무덤, 지산동 대가야고분군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싼 산 위에는 대가야 시대의 주산성이 있다.

그 산성에서 남쪽으로 뻗은 능선 위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서기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대가야 왕들의 무덤이 줄지어 있다. 바로 지산리 고분군이다.

대가야의 독특한 토기와 철기, 말갖춤을 비롯해 왕이 쓰던 금동관과 금귀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대거 출토된 대가야 최대의 고분군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왕릉인 지산동 44호와 45호 무덤을 비롯해 주변에 왕족과 귀족의 무덤 704기가 분포하고 있다.

▲ 지산동 고분군 전경.
▲ 지산동 고분군 전경.
신라와 달리 대가야의 고분들은 읍내를 한눈에 굽어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있다. 아래에서 보면 고분들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 중인 경북도는 지산동 고분군을 포함한 가야 고분군을 2022년 목표로 또 하나의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가야를 한눈에, 대가야박물관·생활촌

2005년 문을 연 대가야박물관은 대가야와 고령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로 확인된 최대 규모의 대가야 시대 순장 무덤인 지산동 44호 무덤을 완벽 복원한 ‘대가야왕릉전시관’, 대가야를 중심으로 고령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종합적으로 전시한 ‘대가야역사관’, 악성 우륵과 가야금을 재조명한 ‘우륵박물관’ 등으로 구성됐다.

▲ 대가야생활촌 전경.
▲ 대가야생활촌 전경.
대가야생활촌은 역사적 고증과 현대적 상상을 바탕으로 한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를 형상화해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재현했다. 인트로영상관, 건국설화공원, 고대 해상국가 대가야 원정선 체험이 있는 주산성 등 체험형 역사교육 시설과 고상가옥촌, 철기제작 체험, 목선 승선 체험, 용사체험장 등 야외체험공간이 있다. 어린이를 위한 물놀이장과 기와마을 초가마을 등 숙박시설도 준비돼 있다.

◆가야금의 발상지, 악성 우륵의 고장

고령군은 가야금의 발상지이며, 악성 우륵의 고장이다. 우륵의 활동지였던 대가야읍 쾌빈리의 금곡은 속칭 ‘정정골’로 불린다. 우륵 선생이 가야금을 연주하니 ‘정, 정, 정’ 하는 소리가 난 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 우륵박물관 전경.
▲ 우륵박물관 전경.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한 명인 우륵은 정정골에서 12현금의 가야금을 연주하고, 가실왕의 명을 받아 가야금을 위한 12곡을 작곡했다. 현재는 악보 없이 그 이름만 전해진다. 문화적 성군이었던 가실왕은 여러 지역에서 사용됐던 악기를 가야금의 형태로 통일하고, 우륵으로 하여금 각 지역의 음악적 특징을 담은 곡을 짓게 해 분열된 가야를 음악으로 통합하고자 했다. 우륵은 대가야가 멸망하기 전 신라로 망명해 신라 음악문화 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했다.

우륵이 예술 활동을 펼쳤던 정정골에 들어선 우륵 박물관은 우륵과 가야금에 얽힌 이야기를 바탕으로 꾸며졌다. 박물관 한쪽에는 전문 장인들이 상주하는 가야금 공방과 가야금을 직접 연주해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 개실마을 전경.
▲ 개실마을 전경.
◆명품한옥, 개실마을과 점필재 종택

개실마을은 영남사림학파의 종조로 손꼽히는 점필재 김종직 선생(1431~1492)의 후손들이 모여 사는 집성촌이다.

김종직은 조선 중엽 무오사화 때 당쟁에 휘말려 최후를 맞았지만, 용케 화를 면한 후손들이 이곳에 정착해 350여 년째 종가의 대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60여 가구 1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모두 20촌 이내의 친척 간이라 유대감이 무척 끈끈하다.

마을은 80%가량이 한옥을 유지하고 있어 농촌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고샅길을 걷다가 야트막한 담장 너머로 고개를 빼고 안부를 주고받는 주민들의 모습도 정겹다.

예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레 점필재 종택에 이른다.

1800년경에 건립해 몇 차례 중수를 거친 고택은 그리 크진 않지만 고졸한 기품이 넘친다. 사랑채, 안채, 고방채를 갖춘 영남 전통한옥의 구조와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선생의 유품으로는 당후일기, 교지, 상아홀, 매화무늬 벼루 등이 있는데 현재 대가야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 미숭산 자연휴양림 전경.
▲ 미숭산 자연휴양림 전경.
◆청정 힐링 여행지, 미숭산 자연휴양림·강정고령보

미숭산 자연휴양림은 대가야 시대의 찬란한 문화유산과 더불어 고령의 청정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청정 힐링 관광지다.

미숭산(757m)은 고령읍과 경남 합천군과 경계 지점에 있는 고령군의 최고봉이다. 미숭산 자연휴양림은 해발 300m 지점에 위치한다. 산림문화휴양관(1동), 숲속의 집(2동), 황토집(2동) 등 친환경적인 자재를 사용한 숙박 시설과 숲속 화장실, 소운동장, 산책로, 등산로 등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는 치유를,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는 산림 교육 및 산림문화체험 공간을 제공한다.

▲ 강정고령보 전경.
▲ 강정고령보 전경.
강정고령보는 고령군 다산면과 대구 달성군 다사읍 사이에 있는 낙동강의 보로 4대강 정비 사업 과정에서 부설됐다.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쉬드가 설계한 디아크는 물고기가 물 위로 뛰어오르는 순간과 물수제비가 물 표면에 닿는 순간의 파장을 표현해 조형미와 예술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디아크는 건물면적 3천761㎡에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낙동강을 찾는 관람객들이 꼭 들르는 명소가 됐다.

◆철기 장인의 숨결 체험…고령 5일장 체험

고령 대가야시장 장날이 되면 쇠망치 소리와 담금질 소리가 울려 퍼진다. 농기구와 생활용품으로 유명한 고령 장터에서는 3대에 걸쳐 투철한 장인정신을 이어가는 대가야 철기 장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고령의 5일장은 매년 4일과 9일 열린다. 이날이 되면 일대 각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과 약초 등이 출하되며 사람들이 몰린다. 이중 향부자는 예로부터 중국, 인도 등지에서 ‘부인병의 선약’으로 일컬어져 온 약재로 통경, 정혈, 신경안정, 체력강화, 만성 위 기능 쇠약, 신경성 소화불량, 식욕감퇴 등에 특효가 있다.

▲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난 고령딸기.
▲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난 고령딸기.
매년 12~4월 출하되는 고령딸기는 꿀벌로 자연 수정하며 가야산 맑은 물과 비옥한 땅에서 친환경적으로 재배된다.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 전국 대형 농산물 유통에 납품되는 등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부에 매우 좋으며, 식이섬유가 많아 혈중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있다.

낙동강변의 사질양토에서 뛰어난 기술과 친환경적으로 재배돼 과육 질 및 당도가 뛰어난 우곡그린수박은 일본에도 수출되는 등 해외에서도 그 명성을 인증 받았다.

▲ 고령 특산품인 성산메론.
▲ 고령 특산품인 성산메론.
무네트메론 품종인 성산메론은 폐암, 심장병, 뇌졸중 등을 예방하며, 특히 수분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합하다.

이밖에도 고령감자, 고령옥미, 덕곡특미, 쌍림딸기, 덕곡토마토, 천궁 등 지역 특산물들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어 지역민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발길이 이어진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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