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탁 경산소방서장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란 말은 일이 작을 때 처리하지 않다가 결국 큰 힘을 들이게 됨을 말한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화재는 초기 진압과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작은 불은 소화기로 끄기도 대피하기도 쉽다. 하지만, 불기운이 가장 강한 최성기에는 소방서의 모든 소방차량이 출동해도 진압하기가 어렵다.

최근 3년 동안 발생한 화재 통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택 화재는 초기에 인식해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

전체 화재 중 주택화재는 28% 가량이지만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전체 화재 사망자의 50%를 차지했다.

인명피해를 줄이려면 초기에 신속히 대피하고 진압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주택용 소방시설이 그 역할을 담당한다.

그렇다면, 주택용 소방시설은 무엇일까. 주택용 소방시설은 화재경보기와 소화기를 말한다.

화재경보기는 열, 연기 또는 불꽃을 감지해 내장된 음향 장치로 위험을 알리는 장치다.

경보음이 크게 울려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으며, 주변에서 소리를 듣고 화재 신고도 가능하다.

소화기는 압력에 따라 방사하는 기구로 화재 초기 진압에 효과적이다.

주택용 화재경보기 설치를 먼저 의무화한 외국의 사례를 보면 화재 사망자가 현저하게 감소한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지난 1977년 관련 규정을 마련해 2004년까지 96%의 주택에 화재경보기를 보급, 사망자가 46%나 감소했다.

일본도 주택용 화재경보기에 대한 2004년에 기준을 마련하고, 2015년 81%의 주택에 화재경보기를 설치해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가 12% 감소했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인터넷, 대형마트 등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설치도 어렵지 않다. 감지기는 천장에 나사만 박으면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 설치하면 되고, 화재경보기는 구획된 방마다 설치하면 된다. 소화기는 제조 일자 기준 사용 기한은 10년이며, 압력 게이지가 녹색을 향하고 있다면 정상이다.

화재경보기는 배터리 수명이 10년으로 주기적으로 배터리 점검이 필요하며 오작동으로 경보음이 울리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면 경보음이 꺼진다.

신체기능이 떨어져 대피가 어려운 고령 가구나 1인 가구의 경우 화재를 인식하는 것이 늦을 수 있다. 이는 대피가 늦어지는 주된 원인이 된다.

화재는 예고 없이 발생한다. 화재를 대비하기 위한 조그만 관심이 필요한 때다.

안전하고 건강한 가정을 위해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는 의무이자 바람직한 처사로 여겨진다.



남동해 기자 namdh@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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