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 현대경제연구원 이부형 이사대우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국내 경기 여건이 조금씩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체감할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기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특히, 내수 부문은 언제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진정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백신 보급과 사회적 면역 형성에 대한 기대도 조금씩 뒤로 미뤄지는 것 같아서 회복 속도 또한 그만큼 늦춰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지난 해 연말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올 해 상반기부터는 외수를 지렛대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반도체, 선박, 무선통신기기 등 여전히 특정 품목이 수출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지만, 지금처럼 내수 경기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외수 환경도 녹녹치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매우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더군다나 지난 연말부터 국내 수출 환경 개선 기대감을 키워 왔던 주요한 몇 가지 이슈들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앞으로의 기대가 더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겠다. 우선, 그동안 글로벌 교역에 부담을 주면서 국내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쳐왔던 통상 레짐(regime) 상의 변화가 기대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파리기후협약과 세계보건기구 복귀 등을 결정함에 따라 글로벌 통상에 있어서도 기존의 다자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물론,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성장 둔화와 함께 발생한 공급 과잉 탓에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각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완화될 가능성은 그만큼 크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최근 세계 최대 규모의 FTA로 꼽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은 물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의 타결 또한 아시아태평양지역을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 재확산 가능성을 높이는 재료다. 물론, 한국은 후자에는 가입돼 있지 않지만, 미국의 다자주의 복귀와 함께 미국과 동시 가입 가능성에 대해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만약, 이러한 기대가 현실화된다면 중첩된 FTA가 주는 효과를 우리 기업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한편, 주요국들이 앞다퉈 친환경 그린경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것 또한 국내 기업에 있어서는 새로운 수출 시장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이다. 2021년부터 적용되는 파리협정은 물론이고 2050년까지 계획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의 탄소중립계획 등으로 전기차나 수소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는 물론이고 탄소배출 제로를 꾀하는 탄소중립 관련 혁신 제품의 글로벌 시장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각 산업별로 탄소중립을 위한 비용이 들겠지만 말이다.

이외에도 많은 기회요인들이 있겠지만, 이런 환경 변화가 실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통상 불황기에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지면서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하는 이른바 불황형 무역수지 흑자 기조에서도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다만, 좀 더 살펴보면 이런 긍정적인 현상의 이면에 리스크도 숨어 있어 수출 경기 회복에 따르는 체감도가 기대보다 약할 수 있다는 점에는 주의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자면, 원화 가치의 평가 절상이나 수출 경기 회복 차별화 현상의 심화 등과 같은 문제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쏟아내고 있는 미국 달러화 공급 증가에 따르는 달러화 약세는 물론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국내 경기 여건 등 원화 가치의 평가 절상 요인이 중첩되면서 수출기업들은 경쟁력 약화와 채산성 악화라는 두 가지 우려에 직면할 수도 있다. 수출 경기 회복세도 지역별로는 선진국보다는 개도국, 산업별로는 석유화학이나 철강과 같은 중후장대형 산업보다는 ICT나 바이오헬스 관련 산업, 소재부품분야도 반도체나 자동차 배터리 등 특정 부문을 중심으로 강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지금의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극복 불확실성 때문에 내수 부문의 경기 회복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는 상황으로 외수 부문의 회복과 내수로의 파급 효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무쪼록 적절한 대응으로 기대한 성과는 최대화하고, 우려되는 피해는 없었으면 한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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