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문화 속 오디오북

발행일 2021-01-25 14:20:2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김상진

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되면서 오디오북(audio book)이 관심을 끌고 있다. 오디오북은 성우나 저자가 녹음 작업을 거쳐 음성으로 담은 내용을 ‘귀로 듣는 책’이다. 책을 눈으로 읽는 대신, 귀로 들을 수 있게 제작한 디지털 콘텐츠를 말한다. 오디오북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발전해 왔다. 활자로 된 책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으며,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테이프나 콤팩트디스크(CD)를 통해 유명한 성우의 음성으로 시(詩)를 녹음해 듣는 경우는 있었으나, 대중적인 기반은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스마트폰이 등장한 것이 오디오북 성장의 계기가 됐다. 스마트폰만 가지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오디오북을 들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비대면 문화가 확산된 것도 한 가지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 오디오북의 활용도를 분석해보니 운전할 때, 집안일 할 때, 운동할 때 순으로 나타났다. 책을 읽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지 않고도 출퇴근을 하거나, 설거지나 청소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서 책을 듣는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할 만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와 ‘코라나 레드’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피로감을 느끼는 요즘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심리·명상’이라고 한다. 용학도서관이 최근 실시한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와도 주제가 일치한다.

오디오북 시장을 주도하는 업체는 1995년 설립된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닷컴이다. 아마존닷컴은 2000년 전자책(e-book)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2008년 오디오북 파일을 제공하는 웹사이트인 ‘오디블(Audible)’을 인수한 뒤 오디오북 시장의 최강자로 떠올랐다. 미국에서는 오디오북이 전체 출판물 시장의 10%를 차지하면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오디오북 사업이 활발해지고 있다. ‘윌라’, ‘밀리의 서재’, ‘네이버 오디오클립’, ‘스토리텔’ 등이 그것이다. 월 9천900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모든 콘텐츠를 이용하거나, 오디오북을 낱권으로 사거나 빌릴 수 있다. 무료 콘텐츠도 있다.

오디오북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다양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중화 초창기에는 기존에 책 소비가 많은 연령대인 30대와 40대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20대의 참여도 늘고 있다. 귀에 이어폰만 꽂으면 두 손이 해방돼 멀티테스킹이 가능해지는 장점 때문이라고 한다. 오디오북이 그동안 책을 멀리하던 20대에게 독서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오디오북은 젊은 층뿐만 아니라, 시력이 약해진 노년층에서도 선호도가 높다. 특히 책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시각장애인에게 오디오북은 유용한 콘텐츠다. 이 때문에 도서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녹음해 들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오디오북으로 지식격차를 해소하고, 평생학습의 기회를 확대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공공도서관에서도 오디오북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용학도서관은 국비 공모사업으로 지난해 11월 말 1층 로비에 오디오북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이용자는 키오스크에서 본인이 원하는 오디오북 목록을 확인한 뒤 QR코드로 내려 받아 종수의 제한 없이 15일간 대출할 수 있다. 15일이 지나면 저절로 반납된다. 제공되는 오디오북은 현재 268종이며, 매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이용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370종이, 올해 들어서는 보름 동안 215종이 다운로드됐다. 한 주에 100종 안팎이다. 대구전자도서관은 현재 ‘오디오락(樂)’을 통해 오디오북 1천924종을 제공하고 있다.

물론, 모두가 오디오북에 열광하는 것은 아니다. 오디오북이 종이책을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보이는 이도 적지 않다. 손으로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며 읽는 것과 음악처럼 흘려듣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한 낭독자의 목소리가 부자연스럽거나, 오디오북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는 등 부정적인 견해도 존재한다.

비대면 문화를 비롯한 생활환경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오디오북이 우리 곁에 다가왔다. 활자와 종이로 된 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오디오북이 생소한 것도 사실이지만, 책을 ‘눈으로 읽어야 한다’는 속성에서 벗어나 ‘귀로 들을 수 있다’는 발상의 전환은 많은 가능성을 제시한다. 특히 최근에는 독자 참여형 콘텐츠를 도입하는 사례도 있어 직접 제작한 나만의 오디오북으로 다채로운 독서활동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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