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수험생 감소와 지역 대학의 생존

윤일현

지성교육문화센터이사장

2021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원서접수가 마감(1월11일)된 후, 지역 대학들은 예견된 일이지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정시모집에서 수험생은 가, 나, 다 군별로 한 번씩 총 3회 지원할 수 있다. 대학 입장에서 보면 경쟁률이 3대 1이 넘어야 실질 경쟁률이 1대 1이 된다는 말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부분 대학의 경쟁률이 낮아졌다. 문제는 3대 1이 안 된다는 학교 8할 정도가 영호남에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도 11개 대학이 3대 1에 못 미쳤다. 이번 월요일(18일)에 정시 원서접수를 마감한 지역 전문대도 모집정원의 절반을 채우기도 힘들 정도로 경쟁률이 떨어졌다.

위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지방 대학들은 교육 당국이 나서라고 주장한다. 수도권 정원을 합리적인 선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도권 대학은 모집인원을 줄이는 대신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주는 등의 혜택을 주자고 말한다. 지역 대학이 붕괴하면 지역 경제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그러나 지역 대학도 교육 당국만 쳐다보지 말고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대학이 지속적인 수험생 감소를 알면서도 그동안 치열하게 고민하며 능동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듣기 거북하겠지만 지역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가 주된 원인이니 아무리 용써도 소용없다는 ‘무기력감’에 빠져, ‘설마’ 대학이 망하겠느냐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한 것도 사실이며, 망하면 나만 망하나 모두가 ‘한 구덩이’에 빠질 건데”라는 생각으로 세월을 낭비하지 않았는지를 깊이 성찰해 봐야 한다. 대구·경북에서 수능시험을 친 모든 학생이 타지역에 가지 않고 몽땅 지역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에 진학한다 해도 올해는 2만 명 이상의 학생이 모자란다. 정원을 줄이지 않으면 앞으로 매년 이와 같은 현상은 되풀이될 것이다. 지역 대학들은 더 심각한 파국에 이르기 전에 강도 높은 구조 조정으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문계 학과 대부분은 사정이 어렵지만, 수도권 상위권 대학을 보며 활로를 찾아야 한다. 입시기관의 배치표를 보면 수도권 최상위 대학의 경영, 경제학과나 같은 대학의 최하위 학과는 합격점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어느 학과에 입학해도 복수전공과 부전공으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 사회대 학생 중 자신이 선택한 학과를 정말 좋아하는 소수는 제대로 공부해 해당 학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학생은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복수전공 할 수 있게 해 준다. 학과 이기주의를 버리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면 상생의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자연계 학과들은 더 적극적으로 지역 중소 업체들과 산학 협력 관계를 맺고 졸업생이 전공을 살려 취직할 수 있게 지역 밀착 맞춤식 교육 등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입시철이 다가와야 많은 대학이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신입생 유치 활동을 한다. 이는 정말 비생산적이다. 최고의 홍보 수단은 ‘현재 자기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재학생’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재학 중인 학생이 자기 학교와 학과에 만족하면 그 학과에는 다음 해에도 학생이 모이게 된다. 입학 당시 일회적으로 장학금을 주고 고급 휴대전화를 주는 등의 사탕발림 유인책은 별로 효과가 없다. 대학 당국은 입학한 학생을 좀 더 정성껏 관리해야 한다. 중도에 그만두는 학생 상당수가 “학교나 학과에 비전도 없고, 교수님도 우리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이 말을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이미 늦었지만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지역대학들은 무력감과 패배감에서 벗어나 위기 타개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제 대학은 지역 사회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어려움을 설명하고 비전을 제시하면서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한다. 대학과 지역민이 상호 신뢰감을 형성하게 되면 생각지도 못한 묘책이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은 지역의 소비와 생산 주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지방 자치단체, 산업체, 언론 등의 기관과 지역민 모두가 지역 대학을 살리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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