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아파트 개명 열풍…임대아파트 이미지 탈출에 집값 상승도 노린다

발행일 2021-01-17 15:54:31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율하 휴먼시아 명치 변경 논의, 집값 상승 동승하자

LH 아파트 위주, 집값 상승과 임대 이미지 탈피

남산 휴먼시아▷청라 센트럴파크, 노원 LH천년나무▷노원 한신더휴

지난해 12월 대구 중구 남산 휴먼시아는 입주자 대표회의를 거쳐 청라 센트럴파크로 개명했다. 사진은 개명 후 도색과 간판 등을 새로 단 청라 센트럴파크 입구의 모습.
대구지역 부동산 열풍에 편승한 아파트 개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17일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공공 아파트나 임대아파트 브랜드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에서 명칭 변경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동구 율하 휴먼시아 아파트 8단지 주민들은 최근 입주자 대표회의를 열고 아파트 명칭 변경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휴먼시아’ 브랜드가 주는 임대 이미지를 탈피해 집값 상승을 이뤄내자는 취지다.

주민 김모(51)씨는 “율하 휴먼시아는 뛰어난 정주 여건과 인프라에도 ‘휴먼시아’가 주는 저가 이미지 탓에 부동산 시장에서 홀대받고 있다”면서 “휴먼시아 브랜드를 없애야 부동산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설명했다.

중구 남산 휴먼시아는 ‘청라 센트럴파크’로 북구 노원 LH천년나무 아파트는 ‘노원 한신더휴’로 이름을 바꿨다. 매천 휴먼시아도 명칭 변경을 논의 중이다.

특히 휴먼시아의 경우 ‘엘사(LH사는 사람)’, ‘휴거(휴먼시아 거지)’ 등 가난한 이미지의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어 입주자들의 불만이 높다.

자사 상위 브랜드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다.

달성군 북죽곡 현대 엠코타운 주민들은 단종된 브랜드 엠코를 버리고 자사 고급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로 명칭 변경을 진행 중이다.

맨 앞에 붙는 지역명을 바꾸거나 역세권·수세권을 강조해 몸값 상승을 노리는 것도 최근의 개명 바람 흐름이다.

신천 휴먼시아는 1호선 신천역과 신천을 끼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신천역 센트럴리버파크’로 이름을 바꿨다. 지난해 대곡청구아파트가 ‘대곡역 청구아파트’로, 월성동 삼성래미안아파트가 ‘수목원 삼성래미안아파트’로 각각 바뀐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파트 이름 변경은 소유주 75%(서면 80%)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바뀐 이름을 지자체가 승인하면 건축물 관리대장에 바뀐 아파트 명칭을 기재할 수 있다.

만약 브랜드명을 변경한다면 시행사와 시공사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시공사가 브랜드 사용을 거절하는 경우도 있으며, 금전적 요구를 하기도 한다. 아파트 건물 도색 비용도 모두 입주자 부담이다. 이에 드는 비용은 최대 수천만 원까지 달한다. 지자체 심사·통과도 통상 1~2년 남짓 걸린다.

이 같은 금전적·시간적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주민들이 아파트 명칭 변경에 목매는 이유는 브랜드 변경으로 인한 이미지 제고에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 때문이다.

아파트 명칭 변경의 성공 사례로는 대구역 서희스타힐스가 꼽힌다. 2019년 6월 칠성 휴먼시아에서 개명한 대구역 서희스타힐스의 매매가는 개명 이전 3억8천만 원대(112㎡ 기준)에서 현재 5억 원을 넘었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주거 선호도나 만족도를 보면 브랜드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명칭 변경으로 인해 부동산 가치가 높은 지역이나 역세권 등을 묶어 연대감을 느끼려는 심리도 있다”라며 “하지만 실제 명칭 변경이 부동산 가격 변동과의 연동성이 있는지는 분석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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