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감면 약속을 한 건강보험료를 환수, 비난이 일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건보료 감면 조치를 발표했다. 하지만 연말 정산 과정에서 이를 되레 거둬들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감면에 대한 보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때문이다. 이에 감면액을 토해내야 할 상황에 놓인 기업과 직장인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경제적인 피해를 본 직장인들의 건강보험료를 3월부터 5월분까지 경감했다. 당시 대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건강보험료 하위 50% 이하 납부자는 보험료의 50%를 감면받았다. 대구에서 약 160만 명이 653억 원의 혜택을 봤다.

건강보험료는 통상 전년도 보수를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난 3~5월 감면받은 건보료는 전년 기준으로 적용됐다. 건보료 감면 혜택이 올해 한정으로 진행되면서 최근 퇴직자 정산이나 연말정산을 통해 다시 정부로 환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가 별도의 예외 규정을 마련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퇴직자의 경우 퇴직하면서 연차 수당이 발생, 보수총액이 오를 가능성이 많아 더욱 난감하다. 이미 퇴사했을 경우 공제받을 방법도 없다고 한다. 감면 건보료는 3개월분이 13만 원가량 된다. 건보료 정산 불만은 연말정산 시즌인 내년 4월이 되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감면 건보료 환수는 정책 취지와도 맞지 않을뿐더러 줬다 뺏는 격이어서 불만이 높을 수밖에 없다. 현장 실무자들도 정부의 방침을 ‘졸속행정’이라고 지적할 정도다. 건강보험공단 측은 시스템 상 추후 정산은 어쩔 수 없다면서 손 놓고 있는 것 같아 비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내년 직장가입자의 국민건강보험 보험료율을 올해 6.67%에서 6.86%로 올렸다. 앞서 경영자총협회는 코로나19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내년 건보료율을 동결,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론조사 결과도 53.3%가 동결, 인하해야 한다고 나왔다. 하지만 경영계 주장과 국민 여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어떻게 국민들의 다급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건보료를 올리면서 기껏 깎아준다고 발표한 감경액 마저 되돌려 받으려 하는가. 가뜩이나 코로나19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신음하는 터이다. 특히 자영업자 등 서민들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그런데도 서민층을 위해 깎아준 건보료를 되돌려 받겠다니 가당키나 한 노릇인가. 서두르다 보니 허점이 생겼다고 하더라도 졸속행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조속히 보완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 코로나로 골병든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주길 바란다.



홍석봉 기자 dgh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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