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 3~5월 코로나19 극복 위해 건강보험료 감면||감면받은 건강보험료, 퇴직자나

▲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배부한 건강보험료 지원 안내문.
▲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직장인들을 돕기 위해 올해 초 배부한 건강보험료 지원 안내문.


대구의 한 중소기업 회계담당자 A씨는 이달 초 회사로 날아 온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 퇴직한 근로자 B씨가 받았던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기준이 넘었다’며 건강보험공단에서 재청구했기 때문이다.

A씨는 “건강보험료를 감면해 줄 때는 언제고 대책마련을 할 수도 없는 지금 와서 환수하는 것은 부당하다. 온갖 생색은 내놓고 결국 직장인들에 돌아온 혜택은 하나도 없다”며 황당해했다.

정부가 코로나19 위기 극복 차원에서 감면해 준 건강보험료가 정산 과정에서 고스란히 환수되는 경우가 속출해 지역 기업 및 직장인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구에서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을 본 대상자는 약 160만 명(피부양자 포함), 금액은 653억 원에 달한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경제적인 피해를 본 직장인들을 위해 이들의 건강보험료를 3월부터 5월분까지 경감했다. 당시 대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건강보험료 하위 50%(산정 보험료 8만6천920원) 이하일 경우 보험료의 50%를 감면받았다.

건강보험료는 통상 전년도 보수총액(기업에서 직원으로 지급한 보수의 총액)을 기준으로 책정된다. 지난 3~5월 감면받은 건강보험료는 전년 기준 책정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감면됐다.

만약 최저임금 상승 등으로 올해 급여가 올랐거나 상여금 등을 받아 지난해 보수총액 기준(하위 50%)을 넘어서게 되면 이를 내년 정산이나 퇴직 정산에서 고스란히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건강보험료 감면 혜택이 올해 한정으로 진행되면서 최근 퇴직자 정산이나 연말정산을 통해 다시 정부로 환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별도의 예외(보완) 규정을 마련해 놓지 않은 탓에 벌어진 일이다.

퇴직자의 경우 더욱 난감하다.

퇴직하면서 연차 수당이 발생해 보수총액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퇴사했을 경우 공제받을 방법도 없다.

감면받은 건강보험료 석달분을 합하면 13만 원가량이다.

감면했던 건강보험료를 환수하는 것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분담하겠다던 기존 정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퇴직 정산 등을 통해 직장인들 사이에서 불거지고 있는 불만의 목소리는 연말정산 시즌인 내년 4월에는 일파만파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장 실무자들은 정부의 방침이 현장 상황을 무시한 ‘졸속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시스템상 추후 정산이 발생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며 “일부 직장인들이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지만, 경우에 따라 돌려받는 경우도 있다”고 해명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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