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라! 우리학교 운동부〈12〉경명여중·고 육상부

▲ 대구 경명여중·고등학교 육상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문성준 감독과 6명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 대구 경명여중·고등학교 육상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문성준 감독과 6명의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중·고교 여자육상부가 있다.

50여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구 경명여중·고등학교 육상부는 꾸준한 성적을 유지하며 학교 육상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경명여중·고 육상부가 최강이 될 수 있었던 이유와 그들만의 노하우를 들여다보자.





▲ 지난해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00m 허들에 참가한 허찬유(가운데)가 결승전을 뛰고 있다.
▲ 지난해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00m 허들에 참가한 허찬유(가운데)가 결승전을 뛰고 있다.
◆전국 강자로 통하는 허들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기둥인 문성준 감독을 필두로 김수경 코치와 함께 이끌고 있다.

선수층은 모두 6명(고3·1명, 고1·2명, 중학교 학년별 1명씩)으로 인원은 적지만 제각기 재능으로 똘똘 뭉친 팀이다.

경명여중·고 육상부에는는 단거리와 허들이라는 두 종목으로 나뉜다.

단거리는 100m, 200m, 400m이고 허들은 100m와 400m로 이뤄져 있다.

이중 허들 종목은 경명여중·고 육상부의 자랑거리다.

100m 허들에서 2018년과 2019년 전국소년체전 2연패를 거두며 독보적인 강자로 정평 나 있다.

고1 허찬유은 제47회, 제48회 전국소년체육대회 100m 허들 경기에서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고1 이채진 선수는 400m에서 3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거뒀다.

이채진은 지난 7월 회장배 제18회 전국중·고교육상경기선수권대회 1학년부 400m에서 1위 했다.

중3 신은정은 운동을 시작해 6개월 만인 지난 7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제49회 춘계중·고교 육상경기대회에서 100m 허들 경기 3위를 차지했다.

고3 정승연도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400m 허들 종목에서 2위로 입상했다.

또 올해 제20회 한국 U20육상경기선수권대회 400m 허들 3위, 제49회 춘계전국중·고등학교육상경기대회 400m 허들 3위, 제4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400m 허들에서 3위를 했다.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해마다 전국체전, 소년체전 등 각종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 전서영(왼쪽에서 3번째)이 지난해 제48회 춘계 전국 중·고등학교육상경기대회에서 200m 경기 를 뛰고 있다.
▲ 전서영(왼쪽에서 3번째)이 지난해 제48회 춘계 전국 중·고등학교육상경기대회에서 200m 경기 를 뛰고 있다.
◆여유와 느림의 훈련법

우수한 성적과 뛰어난 선수를 보유하고 있는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전통 훈련법을 통해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경명중에 입학해 육상 선수로 활동하게 되면 경명여고까지 총 6년 동안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나눠볼 때 각 3년 안에 성적을 내야 하는 다른 학교와는 달리 경명여중·고에서는 6년이라는 시간 동안 훈련을 받을 수 있다는 지속성이 특징이다.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코앞의 성적에 얽매이지 않고 선수의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고 있다.

중·고교 시절 훈련이 선수 경력에 있어 최고의 기량 도달과 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높은 강도와 많은 양의 훈련을 강조하지 않는다.

대신 ‘여유’와 ‘느림’이라는 훈련 과정을 통해 선수의 기량 향상과 성장을 돕고 있다.

이는 1964년 육상부 창단 후 선배들의 경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명여중·고만의 특별한 전통 훈련법이다.

이 훈련법은 선수들이 주거리 뛰는 과정에서 운동화와 전용 스파이크를 번갈아 신으며 달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100m 주력인 선수가 첫 회에 뛸 때는 운동화로 전력 질주하고 다음번에는 스파이크로 갈아신고 달린다.

이러한 훈련을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한다.

선수는 신발을 갈아신을 때 신발 끈을 모두 풀어 처음부터 다시 묶어 신는다.

한번 갈아신을 때마다 평균 10분가량이 소요되는데 이 시간 동안 선수는 훈련에 대한 생각을 하고 근육에는 휴식을 준다.

운동화와 스파이크화를 각각 신고 달릴 때 사용하는 근육이 모두 다르고 두 신발의 차이를 통해 선수 스스로 문제와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지도진의 설명이다.

경명여중·고 육상부는 전통 훈련법 이외에도 선수 부상 방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

선수들에게 근력 강화를 위한 웨이트 훈련을 강조하지 않고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맞춤형 훈련을 적용한다.

선수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정기적으로 전문가 상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도진과 선수 간 소통도 꾸준히 하고 있다.



▲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경기 400m 허들에서 정승연(왼쪽)이 2위를 차지하고 시상대에 올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2018년 제99회 전국체육대회 육상경기 400m 허들에서 정승연(왼쪽)이 2위를 차지하고 시상대에 올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선배들의 깨지지 않는 신기록

경명여중·고 육상부의 색다른 전통 훈련 훈련법과 학교 지원을 통해 선수의 기량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50년이 넘은 전통을 통해 이미 수많은 선배 스타들을 배출해내며 국내 최고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모교 출신의 김수빈의 2001년 제29회 KBS배전국육상경기대회 100m 허들에서 세운 기록과 김리나의 2007년 제5회 전국중·고육상경기선수권대회에 여중부 부별 신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모교 출신인 경기도교육청 한상원 감독도 1992년 제4회 세계주니어육상경기대회(서울)의 7종 경기에 나서 한국 신기록 수립했고 이 기록은 28년 동안 깨지지 않았지만 올해 7월 경신됐다.

2018년 졸업한 김명지(영남대 육상부 소속)는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제100회 전국체육대회 여자대학부에서 200m, 400m, 400m 이어달리기와 1천600m 이어달리기 경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4관왕에 등극했다.

이 밖에도 경명여중·고 출신들은 선수 생활 이후에도 훌륭한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소속의 안신영, 이혜영, 김수경, 이채은, 김혜란이 코치직을 맡고 있으며 경기도교육청에서는 한상원 감독과 임채주, 한아름이 코치 활동 중이다.

대전시교육청(김순조), 경남도교육청(김소연) 등 여러 모교 출신 지도진이 선수 육성이라는 경명여중·고의 정책 방향을 이어가고 있다.

경명여고 박헌석 교장은 “전반적인 육상계의 여건이 어렵고 과거에 비해 선수층이 얇아지고 있지만 선수 발굴 및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곧 학교 강당을 새로 지어 육상부의 편의 및 휴게시설을 제공하는 등 여러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명여중·고 육상부 5인방

▲ 이채진
▲ 이채진
①이채진(고1)

-종목: 400m

-신체조건: 168㎝, 51㎏

-롤모델: 모교 김수경 코치

-이유: 심적 흔들림 없이 운동에만 열중해 좋은 성적을 거둔 코치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힘들 때 격려해주고 경험을 전해주는 코치에게 감사하다.

-장점: 달릴 때 다리 작동이 빠르다.

-목표: 고교 졸업 전 꾸준한 상위 성적을 이어가 주 종목인 400m를 57초대 기록으로 갈아치우는 것.





▲ 허찬유
▲ 허찬유
②허찬유(고1)

-종목: 100m 허들

-신체조건: 167㎝, 55㎏

-롤모델: 이연경

이유: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한국 신기록도 보유해 멋있다. 100·200m를 잘 뛰어 본받고 싶은 선수.

-장점: 힘이 좋고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이 특징.

-목표: 현재 안고 있는 부상을 완전히 치료하는 게 첫 번째이고 이후 전국체전을 비롯한 세계대회 등에서 국가대표로 활약하는 것.



▲ 신은정
▲ 신은정
③신은정(중3)

-종목: 400m

-신체조건: 172㎝, 51㎏

-롤모델: 김민지

-이유: 환경적인 요인에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시원스럽게 뛰는 자세를 닮고 싶다.

-장점: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자세를 유지하며 달리는 정신력.

-목표: 실력을 쌓아 400m를 58초대 정도 뛰는 게 목표.



▲ 전서영
▲ 전서영
④전서영(중2)

-종목: 100·200m

-신체조건: 165㎝, 46㎏

-롤모델: 김민지

-이유: 다리 보폭이 넓고 무릎이 잘 올라가는데 이 점이 부족한 점이라 본받고 싶다.

-장점: 다리를 움직이는 작동이 부드럽다.

-목표: 다음 전국대회 참가 시까지 100m를 12초6, 200m는 26초8까지 기록을 단축할 것.



▲ 이현채
▲ 이현채
⑤이현채(중1)

-종목: 100·200m

-신체조건: 165㎝, 53㎏

-롤모델: 정혜림

-이유: 허들을 뛰어넘는 모습이 멋지고 100m 단거리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점.

-장점: 경기 시작 시 스타트 작동이 빠르다.

-목표: 100m 12초8, 200m 27초 초반대로 기록을 앞당기는 게 현재 목표.





◆감독 인터뷰

▲ 문성준 감독
▲ 문성준 감독
“모든 운동은 성실함과 꾸준함이 반드시 내포돼야 합니다.”

2018년 3월 부임한 경명여중·고 문성준 육상부 감독은 훈련의 성실함과 꾸준함을 강조했다.

그는 경명중 육상부 감독으로 5년(2006~2010)을 지냈고 경명여고 감독 기간도 포함한다면 8년 동안 지역 육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중학생부터 대학교 재학 시절까지 유도 선수로 활동했던 문 감독은 운동하는 선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해주는 이다.

문 감독은 “모든 운동에서 과정이 중요하다. 노력하는 선수 스스로가 납득할 만큼의 고된 과정 없이는 좋은 결과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며 “성실함과 꾸준함은 꼭 운동 종목이 아니더라도 사회 여러 분야에서 적용되기 때문에 건강한 정신과 마음가짐이 기본”이라고 말했다.

문 감독의 선수 사랑은 열정적이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훈련이 어렵게 되자 학교 동의와 감염 방지책에 준수해 선수들과 대구스타디움에서 훈련했다.

문 감독은 “선수가 하루 쉬면 근육이 굳고 기량이 떨어져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며 “하루도 빠짐 없이 선수 집에서 대구스타디움까지 개인차량으로 함께 이동해 훈련에 매진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부상 당한 선수들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 부상만 떨쳐낸다면 좋은 성적을 거둘 선수들이 많은데 최대한 부상 없이 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역을 넘어 국내 육상계의 발전이 문 감독의 소망이다.

문 감독은 “선수는 자신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야 하고 학교는 선수에 맞는 훈련방식 및 환경을 제공하는 균형이 맞아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성적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점은 선수의 꿈과 진로를 찾아주는 게 학생 선수의 감독으로서 역할이고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하는 경명여중·고 육상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종윤 기자 kjyu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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