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대중제 골프장’…회원제와 가격차이 없어

발행일 2020-11-30 16:38:33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 받지만 회원제 골프장과 가격 차이 없어

대구·경북 대중제 골프장, 38곳 중 31곳 입장료 인상

정부로부터 세제 혜택 받는 대중제 골프장이 회원제 골프장과 가격 차이 없어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진은 강원 춘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 올드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회 모습으로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평소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을 자주 이용했던 이모(49)씨는 최근 예약을 위해 골프장 홈페이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중제 골프장의 경우 회원제 골프장에 비해 저렴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씨는 “회원권이 없고 여러 클럽에서 다양하게 운동을 하고 싶은 동호인을 위해 존재하는 대중제 골프장 요금이 회원제보다 비싸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문했다.

정부의 세제 혜택을 누리는 대중제 골프장들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수익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골프 대중화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각종 세금을 면제받으면서도 회원제 골프장 요금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비싼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의 5~10월 골프장 입장료 현황에 따르면 대구·경북지역 대중제 골프장(38곳)의 81%(31곳)가 그린피를 인상했다.

현재 경북 칠곡에 있는 세븐벨리CC 대중제 골프장의 주말 정상요금은 19만 원(18홀 기준)이다. 블루원상주가 18만 원인 것을 비롯해 대부분의 대중제 골프장 요금이 16만~18만 원 선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2만 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요금이 급등한 것.

대중제 골프장이 요금을 올리면서 회원제 골프장 요금과 큰 차이가 없거나 회원 동반 할인을 적용하면 오히려 회원제 골프장이 더 저렴한 곳도 있다.

경북 칠곡군의 파미힐스CC 회원제 골프장의 주말 비회원 요금은 18만 원, 경북 경산의 인터불고CC의 비회원 요금은 21만 원이다.

파미힐스CC는 회원과 동반 시에 주말 요금이 12만 원까지 내려간다. 인터불고CC도 그린피를 40% 할인 적용받으면 13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카트피도 8만~9만 원으로 비슷해 대중제 골프장과 비교하면 회원제 골프장이 최대 5만 원가량 저렴하다.

코로나19로 다른 업계와는 다르게 호황을 맞은 대중제 골프장들이 되레 금액을 인상한 것을 두고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골프인구가 크게 늘어나면서 이 같은 불만은 기존 중장년층 뿐 아니라 20~30대에서도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서천범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소장은 “골프 대중화에 역행하는 대중제 골프장들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료심의위원회를 만들어 대중제 골프장의 입장료 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중제 골프장은 주변 골프장 요금에 맞게 책정을 하고 있다며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세븐벨리CC 골프장 관계자는 “주변 골프장 시세에 맞춰서 금액을 책정하고 있다. 정상가는 홈페이지에 명시돼 있지만 월마다 이벤트 요금을 운영하고 있다”며 “회원을 우선하는 회원제 골프장과는 다르게 대중제 골프장은 모두가 이용하는 곳일 뿐 금액이 싸야 한다는 것은 선입견이다”고 말했다.

권종민 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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