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일반

대구시의 코로나 방역시스템…선진국 대응 기준이 되다

코로나 진원지 주홍글씨로 폐쇄론까지 나와
드라이브 스루 검사…전 세계가 도입한 대구의 방역 작품
이성구 의사회장의 호소문에 373명 의사 자원봉사
민복기 본부장 2월초 위기단계 격상을 수차례 강조
미 대통령에게도 대구 방역시스템 등의 공조 요청



대구가톨릭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와 맞서고자 진료실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 2월18일부터 대구는 엄청난 패닉에 빠졌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으로 보고된 후 국내에서는 2020년 1월20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1월20일 이후 한 달 동안은 수도권과 일부 지역에서 산발적인 확진자가 나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대구는 코로나 청정 도시로 통했었다.

하지만 2월18일부터 대구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공포가 불어 닥쳤다.

코로나가 대구 전체를 마비시켰지만, 대구시의사회의 헌신적으로 대응과 대구시민의 성숙한 의식으로 한 달여 만에 대구는 안정을 되찾았다.

대구의료원에 방역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대구의 방역시스템이 세계 표준으로

2월18일은 대구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날이다.

이후 길거리는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적막감이 흘렀고 시민들은 서로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 됐다.

우한 폐렴 대신 대구 코로나라는 말이 생겨났고 급기야는 ‘대구 봉쇄’라는 유언비어까지 나돌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유로 타 지역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거부당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대구에 코로나 진원지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진 것이다.

첫 확진자가 나온 지 40여 일 지난 후 대구의 상황은 안정을 찾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3차 대유행이 벌어지며 3일 연속으로 하루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또 다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대구에서는 확진자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

코로나로부터 전국에서 가장 안전도시가 된 것이다.

게다가 대구의 방역시스템은 미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의 코로나 대응 기준이 되고 있다.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구에서 이미 코로나 위기경보단계를 ‘심각’으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번 제기됐기 때문이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 본부장(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겸 감염 안심존 위원장)은 지난 2월3일 본보 기고를 통해 위기단계 격상과 함께 밀접·일상 접촉 기준을 명확히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 본부장은 “필수적인 대책을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라며 선제적인 대응을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지난 2월3일 본보에 게재된 민복기(대구시의사회 부회장) 감염 안심존 위원장 겸 대구의사회 코로나19 대책 본부장의 기고. 민 본부장은 기고를 통해 코로나19 대응 위기단계 격상을 골자한 대응체계 전환을 정부에 촉구했다.


또 국내 의료단체들이 감염병 피해 최소화를 위해 정부 위기단계를 ‘심각’단계로 격상하자는 등의 내용을 담은 권고안을 내놨다.

지역사회 확산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대구시의사회 등이 거듭된 경고와 요청을 한 지 20여 일이 지난 2월23일 정부는 코로나19와 관련해 위기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심각’ 단계 발령은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이후 처음이었다.

칠곡경북대병원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선진국이 벤치마킹한 드라이브 스루 검사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 환자 발생에 따라 대구시의사회는 코로나 관련 안내문을 배포했고, 1월27일에는 ITS(해외 여행력 정보전용 프로그램)를 이용하여 접수·진료를 시작했다.

이후 대시민 홍보 글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회원 안내를 수차례 진행했다.

2월18일 대구 첫 환자 발생과 동시에 대구의사회는 대구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발표하면서 코로나 대책 회의를 열었다.

2월19일 코로나의 급격한 확산으로 대학병원 4곳의 응급실이 폐쇄돼 심각한 의료 공백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월21일 전화상담·처방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고, 코로나 검사가 가능한 민간 의료기관 4개소(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영남대병원)를 추가로 지정했다.

또 대구의료원을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대구동산병원을 재난지역 거점병원으로 정했다.

대구의사회도 2월22일 코로나19 대책본부를 정식으로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특히 지역 감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안전하면서도 빠른 검사법을 시급히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구시의사회와 칠곡경북대병원이 큰일을 해냈다.

2월23일부터 창의적인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시작한 것이다.

코로나 드라이브 스루는 선진국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한 대구의 방역시스템 중 하나로 꼽힌다.

의사회는 또 코로나19 확진 임산부 대책반을 시청에 설치했다.



◆이성구 대구의사회장 호소문…373명 의사 달려 와

2월25일 확진자의 급속한 증가로 지역의료 역량이 한계에 부딪히자 이성구 대구시의사회장이 회원들의 적극적인 동참과 지원을 당부하는 호소문을 의사회원들에게 보냈다.

이 호소문을 본 373명(대구 회원 327명, 타 지역 회원 46명)의 의사회원이 달려와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일체의 보상을 받지 않고 순수한 자원봉사 활동을 고집했다.

이 호소문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전 국민적 관심과 뜨거운 호응이 일어나 많은 성금과 후원품이 이어졌다.

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의료진 문의가 쇄도하며 본회 자원봉사단 활동이 더욱 활성화됐다.

2월27일 대구시의사회 자원봉사 의사들로 구성된 ‘확진 후 입원 대기자 전화 상담 TF팀’이 가동돼 전화상담 봉사가 시작됐다.

2월 말부터 확진자 폭증으로 병실이 부족해 입원하지 못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확진자들이 최대 2천500명까지 늘어났다.

결국 입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자택에서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 무증상 및 경증 환자를 기존 의료 시스템에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시설이 필요했었다.

그러나 기존에 없던 개념일 뿐 아니라 현행 의료법에 상충하는 시설을 짧은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경수 교수(영남의대 예방의학교실)를 중심으로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은 사태의 심각성과 이런 시설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하고, 정부 및 대구시 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환자들이 생활 지원을 받으면서 의료진들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생활치료센터’가 탄생한 것이다. 생활치료센터는 3월 초부터 운영되고 있다.

또 2월28일부터 김신우 교수(경북대 감염내과,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가 고안한 4단계 환자 중증도 분류 체계(최중증, 중증, 중등도, 경증)를 적용해 확진 후 입원 대기자에게 전화 건강상담을 본격적으로 제공했다.

이를 통해 시급한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우선 입원시키고, 병원 입원환자(중증 환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원환자(경증 환자)를 적절히 분류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전화상담 이후 확진 후 입원 대기자 중 자택에서 사망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2월24일부터는 지역 대형병원 산부인과 교수들로 구성된 임산부 진료대책팀이 진료를 시작했다.

2월29일 경증 확진 임산부들의 입원 거점병원을 대구동산병원으로 지정하는 등 사태 초기부터 임산부들이 진료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13명의 임산부 환자가 모두 병원에 입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고 회복했다.

대구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가 대구시청 종합상황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대구시청 10층에 마련된 코로나19 대책본부에서 민복기 코로나19 대책본부장과 김경호 대구시의사회 공보이사 등 대구시의사회 관계자들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세계가 공조해야…미 대통령에게 조언

“대구를 중심으로 한 우리나라의 방역 시스템은 코로나19 대응의 세계적인 모범 사례이자 선진국들이 방역 기준으로 삼는 롤모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만이 이 재앙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대구가 코로나 충격에서 한 고비를 넘긴 지난 3월 말 민복기 본부장은 “대통령이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전 세계가 서로 협력하고 공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당시 민 본부장이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던진 조언이다.

지난 3월26일 미국 IT전문매체 와이어드는 “피부과 전문의인 민 본부장이 코로나는 지구촌을 위협하고 있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전 세계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데도 각 정부 지도자들이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특히 미국의 대응에 대해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해 늦은 대응을 했지만 미국 대통령이나 정부 관리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존심 때문에 코로나 진단의 중요성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사실상 코로나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에 손을 놓았다. 하지만 증상이 심한 환자와 심하지 않은 이들을 신속히 구별해 진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미국 의사들도 익히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 본부장은 “미국 실정에서 기존 의료시설 만으로는 쏟아지는 확진자들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포괄적으로 시행하고 한국과 같은 생활치료센터 개념의 임시병상을 서둘러 설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외신을 통해 남겼다.

지난 3월부터 미국이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 검사법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코로나가 대구를 삼킨 지난 2월 말 대구의 한 의사가 ‘환자분들에게 드리는 글’을 병원 앞에 남기고 자원봉사 현장으로 달려 간 사연이 소개돼 감동을 주고 있다.

‘본원은 잠시 휴진하고 저는 코로나19 진료 현장으로 향합니다. 노모가 염려되고 두렵지 않은 바 아니지만 선·후배 의사들이 쓰러지고 시민들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일신의 안위만 도모할 수는 없어서입니다.

일상의 환자들을 돌보는 동료 의사들이 있기에 자리를 비울 수 있기도 하지요. 의료 인력이 충원되고 감염병으로부터 시민들이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돌아오겠습니다.

진료에 차질을 드린 점은 깊은 양해바랍니다.

아무쪼록 선별진료소에서 여러분들과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며, 하나님의 은총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동아신경외과 박한배

칠곡경북대병원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 의심환자의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동률 기자 leedr@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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