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니까 아프다 외

며칠 사이 계절이 가을 끝자락에서 온전한 겨울로 훌쩍 넘어선 듯하다. 노루 꼬리만큼 짧아진 하루 해가 못내 아쉬워 더욱 분주한 일상이다. 손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한 권 두고 겨울을 마주하자.

▲ 아재니까 아프다
▲ 아재니까 아프다
◇아재니까 아프다/A저씨 지음/뜻밖/256쪽/1만3천800원

이 시대의 아재들을 위로하는 에세이 ‘아재니까 아프다’가 출간 됐다.

스치는 바람에도 뼈가 시리고, ‘이런 말을 쓰면 아재일까?’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아재들. ‘이거 알면 아재’라는 제목의 글을 클릭해보며 그때 그 시절 추억에 잠기기도 하는 이 시대의 아재들을 위로하는 유쾌한 에세이다.

19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마흔이 코앞이거나 이미 마흔이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아재 감성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가득 담겨 있다.

‘아재니까 아프다’는 A저씨가 마흔을 넘길 무렵부터 몸 여기저기가 조금씩 고장 나기 시작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솔직하게 그려냈다. 탈모에 복부비만, 신장결석, 허리디스크. 그리고 이제 하다하다 발기부전까지.

결국 그 ‘꼬무룩’의 원인을 찾기 위해 각종 검사를 해나가면서 D컵 배를 A컵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르고, 그 좋아하던 설탕과 탄산음료를 끊고, 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아랫도리의 정념이 이끄는 대로 살고자 하니 점점 다이어트 식단과 건강식을 먹게 되고, 동네 탐사의 매력을 느끼면서 점점 자전거 타기를 사랑하게 된다.

저자는 아재가 된 후 겪은 ‘웃픈’ 에피소드를 자신만의 엉뚱한 방식으로 그려냈다. 마흔이 넘어 처음으로 생애전환기 무료 건강검진을 받게 된다는 사실에 국가공인 건강 고위험군이 됐다며 묘한 슬픔을 느끼면서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는 혹시나 수면 마취 중에 자신의 내밀한 무의식을 발설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또 대장내시경 검사를 앞두고는 마지막 순간까지 화장실에서 모든 걸 비워내면서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를 고심하는 등 엉뚱한 포인트에서 인간적 고뇌를 발견하는 작가의 위트에 웃음이 새어 나온다.

비 온 뒤 땅이 굳듯 오늘도 아픈 몸을 고쳐가면서 고군분투 살아가는 이 시대의 아재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에세이다.

▲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서정운 지음/요세미티/236쪽/1만8천 원

이 책 ‘우리는 모두 이야기로 남는다’는 혼돈스런 시기에 평범한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어떤 지향과 선택을 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이야기를 만들지에 관한 물음과 지혜를 주는 에세이다.

저자인 서정운 작가는 허밍버드를 사랑하는 자칭 84세 ‘노남’(노인남자)이다. 1937년 생으로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기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 전쟁과 가난, 격랑의 역사 속에서 일평생 지구 곳곳을 돌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선한 힘이 이끄는 삶을 살아왔다.

이 책은 그 여정에서 만난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들과 감사로 어우러진 삶의 기억들을 빚어 만든 기록물이자 그의 첫 산문집이다.

전반부에는 노년의 소박한 일상과 생각들을 솔직하고 유쾌하게 풀어냈고, 중반부에는 선한 힘이 이끄는 삶과 신언행일치의 태도를 담았다. 후반부에는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진실수집가 방선주’, ‘한글 보급의 선구자 존 로스’, ‘상하이의 배 노인’, ‘쿠바의 아리랑 민족’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 속 숨은 공헌자들의 이야기를 담아 사료적 가치를 더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어떤 상황과 조건 속에서도 인생에 성실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삶을 반추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쓰다 보니 그저 안락하기만 한 세상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음을 다시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듦에 대해서 그것이 사실은 상당히 서글프고 고독한 일임을 솔직히 고백하고 담담하지만 유쾌하게 서술한다. 특히 노인 남자 전체를 꼰대 취급하는 세상의 인식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부분은 웃음을 참고 읽기 어렵다.

오랜 경륜과 풍부한 경험, 지식을 기반으로 하되 권위와 힘을 뺀, 솔직하고 자유로운 글은 산문 읽기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스스로는 ‘낙서’라고 밝혔으나 중간중간 수록된 시는 깊은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책의 만듦새 역시 일생 동안 검박하고 따뜻한 삶을 견지해온 저자의 삶의 태도를 닮았다.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김유진 지음/피카/276쪽/1만4천800원

말로 나를 지키고 관계를 이어가는 대화법을 알기 쉽게 이야기한 에세이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가 출간됐다. 대화를 나누는 여러 가지 방법, 특히 말로 나를 돌보면서 관계에는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았다.

이 책에서는 나를 지키고 관계를 지키는 대화법으로 내가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 살펴볼 것과 매번 ‘괜찮다’고만 하지 말고 먼저 나 자신에게 귀를 기울이라고 충고한다. 또 때로는 남의 기대를 저버리는 말을 해볼 것과 칭찬에 휘둘리지 않듯이 비난에도 흔들리지 말 것, 내 말들을 데리고 씩씩하게 살아갈 것을 충고한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말들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중에는 좋은 말도 많고, 상처가 되는 말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한 상처가 되는 말을 완전히 피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바깥에서 들어오는 말은 일단 제쳐두고 내 말들을 데리고 살아갈 용기부터 챙겨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내 말을 데리고 씩씩하게 살아갈 용기는 나 자신을 믿고 내 말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말, 내 안에서 나오는 말, 내가 나로 드러나는 말에는 기준이 없다는 게 작가의 이야기다.

또 저자는 대화를 나눌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상대방과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나의 본심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그런데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내용에만 집중하다 보면, 말이 길어지고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된다. 상대방은 뒷전이고 내가 전달하고 싶은 내용에만 신경 쓰기 때문이다.

본심을 전하는 데 가장 나쁜 방법은 말이 반복되고 길어지는 것이다. 그럴 때는 지금 ‘내 말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면서 말해보라고 저자는 권한다. 그러다 보면 불필요한 말보다 본심에 집중하게 되고, 전달 방법에 더 신경을 쓰게 되며, 상대방과 좋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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