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만어사 미륵불이 된 용왕의 아들, 왕자를 따르던 물고기들이 돌이 되어 쇳소리가 난다

▲ 밀양 만어사 미륵전 아래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돌강. 용왕의 아들을 따르다 돌로 변한 고기떼라는 전설이 삼국유사 등에 전한다. 천연기념물 제528호로 지정돼 있다. 화강암이 솟아올라 팽창하면서 풍화작용을 거쳐 형성된 돌이다.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가 난다해 경석으로도 부른다.
▲ 밀양 만어사 미륵전 아래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는 돌강. 용왕의 아들을 따르다 돌로 변한 고기떼라는 전설이 삼국유사 등에 전한다. 천연기념물 제528호로 지정돼 있다. 화강암이 솟아올라 팽창하면서 풍화작용을 거쳐 형성된 돌이다. 두드리면 경쾌한 소리가 난다해 경석으로도 부른다.




밀양 만어사에 이르면 이색적인 풍경에 대부분 깜짝 놀라 제자리에서 움직임을 멈추게 된다.

미륵전 아래 계곡을 뒤덮고 있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물고기 떼처럼 몰려있는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신비스런 풍경이기 때문이다.



만어사는 가야국의 수로왕이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또 용왕의 아들이 길을 떠나는데 고기들이 그 뒤를 따라 오르다 쉬는 곳에서 돌로 변했다는 전설이 삼국유사 등에 실려 있다.

미륵전의 큰 바위는 용왕의 아들이고, 계곡을 가득 채우고 있는 바위는 용왕의 아들을 따르던 고기였단다.



고기들이 변해서 돌이 되었다 해서 만어석이라고 한다. 이 돌을 두들기면 맑은 종소리가 나기 때문에 종석 또는 경석이라고도 한다. 삼국유사의 진면목을 보게 되는 대목이다.

고기떼가 돌로 변해 계곡을 가득 메우며 산을 오르고 있는 모습을 보러 밀양 만어사로 가본다.





▲ 만어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전경.
▲ 만어사 대웅전과 삼층석탑 전경.




◆삼국유사: 만어산의 부처 그림자

고기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만어산은 옛날에 자성산 또는 아야사산이라고 했는데 그 이웃에는 가라국이 있었다.

옛날 하늘에서 알이 바닷가로 내려와 사람이 되어 나라를 다스렸으니 바로 수로왕이다. 이 당시 나라 안에는 옥지라는 연못이 있었는데 그 못 안에는 독룡이 있었다.



만어산에는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먹는 나찰녀 다섯 명이 있어서 독룡과 서로 오가며 교접을 했다.

이 때문에 때때로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려 4년 동안이나 모든 곡식이 익지 않았다.

수로왕이 주술로써 이를 제지하려 했으나 하지 못하고 머리를 조아려 부처에게 설법을 청했다.



그 후에 나찰녀는 그녀가 지켜야 할 다섯 가지 계율을 받고서 폐해가 없어졌다.

이 때문에 동해의 고기와 용이 돌로 변하여 골짜기에 가득 차서 저마다 쇠북과 경쇠의 소리를 냈다.





▲ 용왕의 아들이 미륵불이 됐다는 전설에 따라 바위를 미륵불로 모시고 있는 미륵전. 경상남도 기념물 제152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바위 미륵불은 5m 크기로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 용왕의 아들이 미륵불이 됐다는 전설에 따라 바위를 미륵불로 모시고 있는 미륵전. 경상남도 기념물 제152호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바위 미륵불은 5m 크기로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또 살펴보면 대정 20년 경자(1180)는 바로 명종 11년이다.

이때 처음으로 만어사를 창건했다.

동량의 직위에 있던 보림이 임금께 산중의 기이한 사적에 관해 글을 올려 말씀드리기를 “북천축 가라국 부처의 그림자에 관한 일과 서로 맞는 것이 세 가지가 있사옵니다. 첫째는 산 근처의 양주 땅의 옥지에 역시 독룡이 살고 있다는 것이며, 둘째는 때때로 강가에서 구름의 기운이 떠올라 산꼭대기에 닿으면 그 구름 속에서 음악소리가 나는 것이고, 셋째는 부처 그림자의 서북쪽에 반석이 있어 항상 물이 고여 마르지 않는데 이곳이 부처가 가사를 세탁한 곳이라고 한 것이 이것이옵니다”라 했다.

앞의 말은 전부 보림의 이야기다.



지금 와서 친히 예를 올리고 보니 역시 분명히 공경하고 믿을 만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

골짜기의 돌 중에서 거의 3분의 2는 모두 금과 옥소리가 나는 것이 그 하나이며, 바위 부처 모습이 멀리서 바라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서 바라보면 보이지 않는다.

혹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는 것이 그 하나이다.

가자함의 관불삼매경 제7권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부처님이 야건가라국 고선산에 오셨다.



그곳은 악독한 용이 사는 담복화 숲의 옆이며, 청련화 샘의 북쪽이고, 나찰의 동굴이 있는 아나사산의 남쪽이다.

이때 그 동굴 안에는 다섯 나찰이 암컷용이 돼 독룡들과 사통했다.

독룡은 때때로 우박을 내리고 나찰은 난폭한 행동을 하므로 기근이 들고 전염병이 돌았다.

이렇게 4년이 지나니 왕이 놀라고 두려워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며 제사를 올렸으나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 만어사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도 화강암으로 조성돼 있다. 주변이 모두 바위로 형성된 모습이 이색적이다.
▲ 만어사 대웅전을 오르는 계단도 화강암으로 조성돼 있다. 주변이 모두 바위로 형성된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때 총명하고 지혜가 많은 바라문이 대왕에게 말씀드리기를 “가비라국 정반왕의 왕자가 지금 도를 이루어 이름을 석가문이라 합니다”라 했다.

왕이 이 말을 듣고 마음 속으로 크게 기뻐하고 부처가 계시는 곳을 향해 예를 올리며 말하기를 “오늘날 불교가 이미 일어났다고 하는데 어찌하여 이 나라에는 이르지 않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이때 석가는 여러 비구에게 명령을 내려 육신통을 얻은 자에게 뒤를 따르게 해 아건 가라국의 왕인 불파부제의 청을 받아들였다.

석가부처의 이마에서 광명이 솟아 1만이나 되는 여러 천신과 화불을 만들어 그 나라로 갔다.

또 이때 용왕과 나찰녀는 오체투지 해 부처님께 계율 받기를 원하니 부처가 즉시 삼귀와 오계를 설법했다.

용왕이 다 듣고 무릎을 꿇고 합장해 석가부처님이 늘 여기에 머물러 있기를 청하면서 만약 부처가 여기 계시지 않으면 자기는 악한 마음이 있어 깨달음을 얻게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석가여래가 용왕을 위로해 말하기를 “내가 너의 청을 받아들여 너의 동굴 속에서 1천500년을 지내겠다”라며 몸을 솟구쳐 돌 속으로 들어가니, 그 돌이 밝은 거울과 같았으므로 사람들이 그 얼굴을 볼 수 있었으며 여러 용들도 모두 부처의 모습을 보았다.

부처가 돌 속에 있으면서 밖으로 형상을 나타내니 여러 용들이 합장하면서 기뻐하여 그곳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부처님을 친견하게 됐다.



▲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만어사 삼층석탑. 석탑은 만어사가 지어질 때 함께 세웠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 보물 제466호로 지정된 만어사 삼층석탑. 석탑은 만어사가 지어질 때 함께 세웠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때 석가세존이 석벽 안에서 결가부좌를 하고 있었는데 중생들이 멀리서 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않았다.

여러 범천이 부처의 영상에 공양하니 부처의 그림자가 역시 설법을 했다.

또 부처가 바위 위를 밟으니 문득 금과 옥소리가 났다고 했다.

상자함의 서역기 제2권에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옛날에 석가여래가 세상에 계실 때 용이 소 기르는 목자가 돼 왕에게 우유를 바쳤다.

우유 진상을 잘못해 견책을 받으니 마음 속으로 원한을 품고 돈을 주어 꽃을 사서 공양을 하면서 솔도파에 수기하기를 악독한 용이 돼 나라를 파멸시키고 왕을 해치게 해주소서라 발원하고는 바로 석벽으로 달려가 몸을 던져 죽었다.

이리해 이 굴에 살면서 대용왕이 돼 마침내 악한 마음을 일으켰는데 여래가 이를 알고 신통력의 조화로 여기에 오게 됐다.

이 용이 부처님을 친견하게 되자 악독한 마음이 그만 가라앉게 돼 생물을 죽이지 않는다는 계율을 받았다.

이로 인해 여래에게 이 동굴에 항상 머물면서 늘 자기의 공양 받기를 청하니 부처가 말하기를 “나는 장차 열반할 것인데 너를 위하여 나의 영상을 남길 터이니 만약 독하고 분한 마음이 생길 때 언제나 내 영상을 보면 독한 마음이 반드시 그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부처는 정신을 가다듬고 홀로 석실로 들어가니 멀리서 보면 나타나고 가까이서 보면 나타나지 않았다.

또 돌 위의 발자취를 칠보로 삼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산 이름을 아나사라 불렀는데 마땅히 마나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마나사를 번역하면 물고기가 되니 대개 저 북천축의 이야기를 취해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 만어산 대웅전과 미륵전 가운데 조성된 불상과 바위 조경.
▲ 만어산 대웅전과 미륵전 가운데 조성된 불상과 바위 조경.




◆새로 쓰는 삼국유사: 용왕의 아들 부처가 되다

가락국의 옥지라는 연못에 독룡이 살고 있었다.

이 독룡이 동굴에 사는 나찰녀들과 광적인 사랑을 나누면서 수시로 번개가 치며 우박이 내리곤 했다.

나찰녀들은 날아다니며 사람을 잡아 먹는 악귀들이었다.

이 때문에 나라에 농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계속 흉년이 들면서 백성들이 어려움에 처했다.



수로왕이 부처에게 독룡의 난행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용왕이 수로왕의 간절한 기도를 듣고 아들을 보내 독룡을 계도하게 했다.

용왕의 아홉 번째 아들 구룡이 독룡과 나찰녀들에게 얼음을 뒤집어 씌웠다. 그들은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자, 굴복하고 부처님을 믿기로 했다.







▲ 만어사의 미륵전을 메우고 있는 부처바위 미륵불. 용왕의 아들이 미륵불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다. 미륵전 아래로 검은 돌들이 강을 이루고 있는데 모두 용왕의 아들을 따라온 고기가 변한 것이라 전한다.
▲ 만어사의 미륵전을 메우고 있는 부처바위 미륵불. 용왕의 아들이 미륵불로 변한 것이라는 전설이다. 미륵전 아래로 검은 돌들이 강을 이루고 있는데 모두 용왕의 아들을 따라온 고기가 변한 것이라 전한다.


용왕의 아들 구룡이 이들을 용서하고 만어사에 이르러 미륵불이 됐다. 또 구룡을 따라왔던 온갖 물고기들도 그 자리에서 돌이 됐다. 그들은 모두 미륵불이 된 구룡의 목소리에 따라 경전을 따라 외웠다.



구룡이 만어사에서 돌이 됐다는 소식을 들은 독룡과 나찰녀들은 다시 어지러운 사랑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구룡은 옥지 일대를 모두 바위로 변하게 해버렸다. 독룡과 나찰녀들도 돌이 돼 1천여 년을 견디는 동안 구룡의 독경을 따라 외우다 서서히 마음으로 감응하게 됐다.





▲ 미륵전의 부처바위가 너무 커서 건물을 지으면서 뒷부분은 미륵전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 미륵전의 부처바위가 너무 커서 건물을 지으면서 뒷부분은 미륵전 밖으로 튀어나와 있다.


또한 만어산 일대의 모든 동식물들이 감응해 저절로 향기를 뿜어내었다. 돌로 변한 고기와 독룡, 나찰녀도 깨우쳐 부처가 됐다. 만어산 일대의 바위는 두드리면 맑은 목탁소리가 난다.



*새로 쓰는 삼국유사는 문화콘텐츠 개발을 위해 픽션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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