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급제길 문경새재, 단풍명소로도 각광||장원급제 바라던 선비의 흔적, 책바위||백두대간을

▲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의 모습.
▲ 문경새재 제1관문 ‘주흘관’의 모습.
문경은 경북의 북쪽 울타리이자 관문이다.

태백산에서부터 흘러온 대미산, 주흘산, 조령산, 희양산 같은 1천여 m 안팎의 산들이 줄기를 이루면서 충북과 경북을 갈라놓았다.

원체 산이 많은 지역이라 그 산을 넘어가기 위한 고개도 많다.

특히 문경새재는 조선시대에는 영남과 그 북쪽을 잇는 영남대로의 길목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지런히 오고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개다.

예부터 교통·군사의 중심지, 장원급제를 바라던 수많은 선비들의 애환이 녹아있는 곳, 가을에 찾으면 더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은 문경을 알아보자.

▲ 문경새재길 ‘교귀정’에 곱게 단풍이 진 모습.
▲ 문경새재길 ‘교귀정’에 곱게 단풍이 진 모습.
◆숨겨진 단풍 명소, 문경새재

청송 주왕산이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단풍 명소라면 소백산맥 자락 밑에 위치한 문경새재는 아는 사람만 아는 숨겨진 단풍명소다.

문경새재 입구부터 가을을 알려주는 아름다운 풍경이 시작된다. 황금빛 은행나무 길 아래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무르익은 인생 샷을 건지기 위해 분주하다.

▲ 문경새재는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 앞에 황금빛 은행나무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
▲ 문경새재는 단풍 명소로도 유명하다.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 앞에 황금빛 은행나무들이 펼쳐져 있는 모습.
푸른 가을 하늘과 그 아래에서 은행나무의 황금빛은 더 눈부시게 빛난다.

문경새재는 고려시대부터 이용된 것으로 보이나 기록상으로는 조선 태종 14년(1414년)에 관도로 개통돼 영남지방과 기호지방을 잇는 영남대로 중 가장 유명한 명소다. 조선시대 옛길을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1981년 경상북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문경새재는 크게 제1관문인 ‘주흘관’과 제2관문인 ‘조곡관’, 제3관문인 ‘조령관’으로 구성된다.

총 6.5㎞의 황톳길은 ‘장원급제길’ 로도 유명하지만 최근 언택트 힐링 관광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부드러운 황톳길은 계곡과도 잘 어울리며 울창한 숲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생각에도 마음에도 색을 입히고 예쁜 꽃단풍을 보며 느릿느릿 걷다 보면 일상의 피로가 어느새 풀려있을 것이다.

문경새재는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에도 선정될 만큼 옛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힐링 로드다.

조용한 쉼의 여유가 필요한 분들에게 무르익은 가을을 걸어볼 수 있는 최고의 휴양지다.

▲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의 모습.
▲ 문경새재 제2관문 조곡관의 모습.
◆장원급제의 꿈을 안고 넘던 고개

문경새재는 경북 문경시와 충북 괴산군 사이에 있는 고개다. 백두대간의 조령산과 주흘산 사이를 넘어간다.

문경새재는 수백 년간 민초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과거를 보러 가던 선비들도, 물건을 팔러 가던 장돌뱅이들도, 왜적을 막으려고 의연히 일어난 의병들도,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던 천주교도들도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이곳 문경새재를 넘었다.

조선시대에 영남지역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했던 중요한 교통로였다.

‘신증공국여지승람’에는 ‘조령’으로 기록돼 있다. 그 어원은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지금은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추풍령이 가장 큰 고개로 꼽히지만, 조선시대만 해도 백두대간을 넘는 최고의 고개는 문경새재였다.

▲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의 모습. 박물관은 문경새재길을 걸었던 사람들과 유물들이 전시돼 옛길 위에서 펼쳐진 문화상을 담고 있다.
▲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의 모습. 박물관은 문경새재길을 걸었던 사람들과 유물들이 전시돼 옛길 위에서 펼쳐진 문화상을 담고 있다.
옛날에는 과거시험 한 번 보려면 몇날 며칠을 걸어야 했다. 한양까지 와서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 몇몇 유명한 ‘과거길’이 알려져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길이 바로 문경새재 과거길이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당당히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지금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제1관문부터 제3관문까지 완만한 경사로 6.7㎞가 이어진다.

▲ 입시철마다 사람이 몰리는 문경새재 ‘책바위’의 모습.
▲ 입시철마다 사람이 몰리는 문경새재 ‘책바위’의 모습.
◆입시철마다 사람 몰리는 ‘책바위’

문경새재에는 장원급제를 바라던 선비들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문경새재 ‘책바위’는 조령관에서 조곡관 방향으로 약 500m 정도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는 돌무더기다.

여느 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탑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이 바위에는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오래전 어느 부잣집에 자식이 없어 어렵게 아들을 얻었는데 몸이 허약했다. 이에 어머니가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이름난 도인을 찾았다.

도인은 집터를 둘러싼 돌담이 아들의 기운을 누르고 있으니 아들이 직접 담을 헐게 해 그 돌을 문경새재 책바위에 쌓아놓고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라고 했다.

이 말을 따르자 아들은 어느새 몸이 건강해지고 공부도 열심히 해 장원급제했다는 이야기이다.

이 같은 이야기가 퍼져 나가며 조선시대 과거 길에 오르던 선비들도 이 책바위 앞에서 장원급제를 빌었다고 전해진다.

책바위는 지금도 영험하다는 소문이 있어 자녀의 건강과 성적을 걱정하는 부모들이 많이 찾고 있다.

특히 해마다 입시철이면 자녀의 기쁜 소식을 염원하는 부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책바위 곳곳에서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내용이 담긴 소원 리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책바위의 효험이 있는지는 과학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그러나 문경새재에 갔다면 책바위에 들러 속는 셈 치고 한 번 빌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제 자신의 부단한 노력과 소망, 부모님의 간절한 바람이 한데 모이면 그토록 원했던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 단산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상부승강장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
▲ 단산관광모노레일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 상부승강장에서 바라본 가을 하늘.
◆문경의 새로운 관광명소, 단산관광모노레일

최근 문경새재 인근에 위치한 단산(956m)에 산악형 모노레일이 운영을 시작했다.

단산관광모노레일은 문경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문경의 관광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핵심 사업으로 올해 4월부터 운영이 시작됐다.

단산관광모노레일은 편도 1.8㎞, 왕복 3.6㎞에 달하는 장거리 산악 모노레일로 평균경사 22°, 최고경사 42°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북쪽 능선을 따라 상부승강장까지 오르다보면 조령산, 주흘산 등 백두대간의 광활한 모습이 눈앞에 펼쳐진다.

8인승의 아담한 모노레일이지만 최고 42° 구간을 지날 때는 마치 우주왕복선을 탄 기분마저 든다. 소요시간은 상행 35분, 하행 25분이 소요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다.

출입문을 겸한 시원한 창은 백두대간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도록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해 준다.

▲ 문경도자기박물관의 모습.
▲ 문경도자기박물관의 모습.
◆1천300℃의 열정, 문경 도자기

문경 일대에는 예부터 분청사기와 백자 도요지가 많이 분포돼 있다. 지금도 수많은 도예가 들이 문경전통자기의 맥을 잇고 있다.

문경새재 진입로에 위치한 문경도자기박물관에는 문경전통도자기의 역사와 제작 과정을 소개하고 문경지역에서 출토된 자기류와 도예인 들의 작품, 찻사발축제 공모 수상작 등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이 전통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도자기체험관이 있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전문 도예가의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어 체험객들의 반응이 좋다. 체험객이 만든 작품은 야외 전통망댕이가마에서 소나무 장작만을 사용해 구워 완성품을 택배로 보내준다.

한편 문경찻사발축제는 대인 접촉을 최소화하고 축제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는 12월 온라인 축제로 개최한다.

전용 플랫폼을 구축해 ‘내 손 안에서 바라보는 문경찻사발전’, ‘찾아가는 별별 요장투어’, ‘온라인 경매’, ‘사기장의 하루 라이브 방송’ 등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해 즐길 거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 문경새재 인근에 위치한 고모산성의 모습.
▲ 문경새재 인근에 위치한 고모산성의 모습.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 최고의 관광도시 만들 것

▲ 고윤환 문경시장.
▲ 고윤환 문경시장.
고윤환 문경시장은 “문경은 ‘기쁘고 경사스런 소식을 듣는 곳’이라는 의미다. 탁 트인 청정자연을 품으며 절경을 감상하고 하늘과 땅에서 즐기는 짜릿한 즐거움이 문경 곳곳에 있다”며 “문경은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공간이며, 역동적이면서도 감성 가득 행복이 머무는 곳”이라며 문경을 소개했다.

문경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는 관광지다.

최근 관광 트렌드가 사람들이 몰리는 곳과 실내를 기피하는 분위기임을 감안하면 탁 트인 자연 속에 펼쳐진 문화 유산들을 관람 가능한 문경은 언택트 힐링 관광지로 제격인 셈이다.

그는 “문경 대표 관광지인 문경새재에 지난해 500만 명이 다녀갔다”며 “태조 왕건과 무인시대 등 과거 대하드라마를 촬영한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도 볼거리다. 전통적으로 도자기가 유명했던 문경의 특징을 살려 기획한 찻사발 축제에는 지난해 22만 명, 사과축제에는 35만 명이 다녀갔다”며 문경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어 “올해 완공한 모노레일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문경 ‘돌리네습지’는 타 지역에서 볼 수 없는 문경만의 자산이라고 하겠다”며 “앞으로 문경새재와 고요 아리랑 민속마을, 문경새재 미로공원 등 관광지를 연결해 개발하는 등 문경을 최고의 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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