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코리안드림 이주노동자들 코로나19로 실직위기 등 생활고로 눈물

코로나19 장기화에 대구 이주노동자들 일자리 문턱 높아
추석까지 다가오는 상황에 쓸쓸함과 생활고는 더해져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실직위기 등의 생활고로 인해 절망감에 빠져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당장의 일거리가 사라지며 실직 위기에 놓인 이들이 느끼는 경제적‧심리적 고충은 코로나 여파가 길어지면서 날이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외국인근로자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어 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코로나19로 인해 항공편도 끊긴 상태라 쉽게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다.

지난달 기준 대구지역 이주노동자는 모두 3천767명.

코로나19 이후 첫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는 가운데 대구에서 생활하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봤다.

대구정착 10년이 넘은 머딘드러 어디까리(42‧네팔)씨.


◆대구 정착 10년 만에 찾아온 위기

“네팔의 최대 명절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로 고향에 갈 수도 없는 현실에다가 가족에게 쥐어 줄 돈조차 부족하다는 게 가슴 아픕니다.”

머딘드러 어디까리(42‧네팔)씨는 대구에 거주한 지 10년이 넘은 이주노동자다.

그는 대구에 온 뒤 성서산업공단 장갑 만드는 공장에서 일하며 야간작업만을 고집했다. 힘들긴 하지만 1.5배 이상 되는 야간수당 때문이다.

10년간 일하며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통장에 쏠쏠하게 불어나는 돈 모으는 재미도 있겠지만, 네팔에 있는 가족들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어디까리씨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들어 생활환경이 확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일터인 공장의 일감이 없어지면서 야간 가동이 일주일 동안 2~3일에 불과해 당장 수입이 절반 이하로 줄어들어 네팔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낼 생계비를 보내 줄 수 없는 처지다.

어디까리씨는 “코로나19 이후 대구에 있는 동향 친구들 절반 이상이 실직을 했다”며 “당장 부모님과 아내, 자식들이 보고 싶지만 일을 그만 두고 귀국을 하자니 고향에서 먹고 살만한 일을 찾기도 힘들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 했다.

최근 코앞으로 다가 온 ‘추석’은 그를 더욱이 힘들게 하고 있다.

네팔 최대 명절인 ‘다사인’과 ‘따하르‘가 각각 10월과 11월에 있다. 지금까지는 매년 이맘때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올해는 어렵게 됐다.

“대구는 제2의 고향으로 타지 생활이 이제는 익숙하지만 쓸쓸함은 어쩔 수 없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걱정되고 보고 싶어 매일 전화를 건다”며 “이번 추석 연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공단 일대 동향 친구들과 어울리기도 힘들어 혼자서 지내야 할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로 인해 일터인 공장이 제한적 운영에 들어간 두 달째 실직상태인 헤인(30‧미얀마)씨.
◆귀향은 먼 꿈…절망감에 빠진 이주노동자

“최근 2달 간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 걱정이 태산입니다. 고향에 돌아가고 싶지만 코로나19가 걸림돌이라 막막합니다.”

미혼인 헤인(30‧미얀마)씨는 지난 7월부터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회사 숙소에서 보낸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근무하던 공장이 제한적 운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실상 실직 상태다.

그동안 성서산업공단 소규모 공장에서 용접공으로 일해왔지만 최근 회사에 일감이 끊기는 바람에 일터를 잃었다. 다른 일자리를 신청해 뒀지만 이주노동자가 취업할 곳은 제한적이고 새 직장을 얻더라도 당분간 지낼 곳조차 구하기 어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있다.

헤인씨는 “코로나로 인해 대구에서 한국사람들의 일자리도 없는 상황에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은 더더욱 힘들다”며 “미얀마에 있는 가족들에게 생활비를 보내야 하는데 월급이 없으니 막막한 상태다”라고 울먹였다.

무엇보다 객지생활을 하는 그를 힘들게 하는 건 몸이 아파도 옆에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헤인씨는 “올해 초 건강이 좋지 않아 가족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코로나가 극심해지면서 주변 동료들은 회사를 나가거나 본국으로 귀국을 원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그동안 가족들을 생각하며 버티고 또 버텼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만 할 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 온 올해 추석은 그의 마음을 더욱 쓰리게 하고 있다.

헤인씨는 2년 전 대구에 정착한 후 단 한 번도 가족의 얼굴을 못봤다.

그는 “멀리 떠나와 외롭고 슬퍼도 내가 번 돈으로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지만 꾹 참고 일해왔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꼭 미얀마에 가서 가족들의 얼굴에 핀 웃음꽃을 보고 싶었지만 그 꿈마져 산산조각이 났다”고 말했다.

김지수 수습기자 jisukim@idaegu.com

권종민 수습기자 jmkw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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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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