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

대구시와 경북도가 행정통합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시·도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돼 앞으로 최고 자문기구 역할을 할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고 9월 말까지는 500명의 시·도민이 참여하는 대구경북민간추진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은 사실 이번에 처음 나온 주장은 아니다. 2000년대 초에도 있었고 그 이후에도 민간 차원에서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통합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실제적인 성과를 내는 데는 실패했다. 그런 가운데,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대구경북행정통합 이슈가 올 초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안하고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에 호응하면서 지역의 최대 의제로 다시 급부상하게 됐다.

그 배경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늘 같다. 지방을 초토화하고 있는 수도권 블랙홀에 대응하고 지방 스스로 자립하기 위해 초광역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방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듯이 사람과 돈이 수도권에만 몰리는 현상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을 힘을 가진 정치권이나 중앙정부는 입으로만 국가균형발전, 지방 살리기를 외칠 뿐 실제로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게 현실이다.

현재 진행되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를 보는 지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보다 ‘실익이 뭘까’일 것이다. 제안 수준으로 제시된 대략적인 기본구상안을 놓고도 벌써 온라인에선 찬반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찬성 측의 의견은 대략 이렇다. ‘행정 절차가 단축되면 행정처리 지연으로 인한 손실과 행정 규제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인구 500만 명 넘는 지방정부는 정부와의 교섭 및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다’, ‘수도권의 일방 독주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 측 의견도 있다. ‘인구수만 불리는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식의 통합은 안 된다.’‘생활밀착형 행정이 더 요구되는 시대에 통합으로 행정비효율의 우려가 있다’, ‘재정, 권한 강화 없이 하는 행정통합은 하나 마나 한 것이고 세금만 낭비하는 것이다’.

올해 초 출범한 대구경북통합연구단이 4월 제시한 기본구상안에 따르면, 대구시와 경북도는 1대1 통합을 원칙으로 한다. 또 기초지자체에 대해서는 경북 23개 시·군의 지위는 지금처럼 유지되고, 대구 8개 구·군은 유동적이다. 8개 구·군의 경우 통합 이후 대구시의 위상에 따라 지금과 같은 지위가 유지될 수도, 상실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공론화위 등의 논의 과정에서 더 심도 있게 다뤄져야 할 사안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을 처음 제안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시 올해 11월까지 주민투표 실시, 내년 6월까지 기본계획 수립, 그리고 의원입법이나 정부입법읕 통한 특별법 제정 등 구체적 일정까지 함께 제시한 바 있다.

당장은 시·도민들의 의견을 한 데로 끌어모으는 일이 선결과제인 만큼 공론화위가 우선 출범했다. 그러나 주민투표로 통합이 결정되더라도 헤쳐가야 할 앞길이 평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정부·여당의 행정수도이전 주장이나 다른 지역의 통합 움직임은 언제든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행정수도이전의 경우 국가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집중 완화라는 명분으로 추진된다는 점에서 지방의 통합 추진을 후순위로 밀어낼 수 있고 또 광주시와 전남도를 비롯해 대전시와 충남도, 부산시와 경남도 등의 통합론도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릴 경우 그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는 사안이다. 이참에 전국 단위 행정구역 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전국 곳곳에서 통합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 같은 광역권 발전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여·야 합의로 관련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외에 행정대통합을 통해 지금의 수도권 단일 체제를 메가시티 단위의 다극 체제로 전환하고 장기적으론 연방제 국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구·경북으로선 모두 신경 쓰이는 것들이다.

국가균형발전을 앞세운 정치권의 정쟁에 휩쓸릴 경우 대구경북행정통합이 자칫 암초를 만날 수도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 같은 상황 전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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