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뚜벅 대구·경북 한 바퀴(4)-한반도의 아침이 시작되는 곳, 철의 도시 포항

발행일 2020-09-16 13:16:37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바다와 산, 강과 계곡을 함께 즐기는 청정과 힐링 관광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포스코 야경 투어 등 포항 12경

포항은 산업도시로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문화관광에서도 콘텐츠가 풍부한 곳이다. 사진은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아름다운 포스코 야경을 배경으로 불꽃축제가 진행되는 모습.
가을 단풍이 물든 내연산 연산폭포의 모습.
일몰이 지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의 모습.
해맞이 명소 구룡포읍 호미곶의 ‘상생의 손’ 모습.
국내 대표적인 수산시장 중 하나인 죽도시장 어시장의 모습.
포항의 대표 먹거리 첫 손에 꼽히는 포항물회.
인기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으로도 활용됐던 구룡포문화마을 동백꽃담.


포항은 1970년대부터 대한민국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제철의 허브였으며 이젠 바이오·정보기술(IT)·신소재 분야의 기업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오늘날 ‘철의 도시’로 불리는 포항은 산업도시로의 이미지가 좀 더 강한 면이 있지만 문화관광에서도 여느 도시보다 콘텐츠가 풍부한 곳이다.

영일만으로 상징되는 푸른 바다를 끼고 있으며, 매년 해맞이 축제에는 수십만 명의 인파가 구룡포와 호미곶 일대에 몰려든다.

영일대해수욕장을 비롯한 8개의 해수욕장과 동해안 전체에서도 유일하게 부딪치는 파도를 직접 느끼며 걷는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이 있는 포항은 동해안 제일의 해양관광 도시다.

내륙에는 내연산과 운제산이 있어 사계절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죽장 하옥 계곡은 일 년 내내 맑고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특히 밤이 되면 영일대 해수욕장에서 바라보는 포스코 야경도 누구나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할 절경이다.

역사와 전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것 같지만 신라시대부터 내려오는 연오랑·세오녀에 얽힌 아름다운 설화도 있다.

이러한 풍부한 문화관광 콘텐츠들이 한데 모여 포항 12경으로 꾸려졌다.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면, 드넓은 바다와 더불어 시원한 계곡에서 한적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포항으로 떠나 보자.

◆한반도 호랑이의 기운,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한반도 최동단지역으로 영일만을 끼고 동쪽으로 쭉 뻗은 트레킹로드다. 서쪽의 동해면과 동쪽의 호미곶면, 구룡포읍, 장기면에 걸쳐 있다.

연오랑세오녀의 터전인 청림 일월(도기야)을 시점으로 호미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동해면 도구해변과 선바우길, 구룡소를 거쳐 호미곶 해맞이 광장, 경주와의 경계인 장기면 두원리까지 전체 길이는 58㎞에 달한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 격암 남사고는 한반도를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봤다. 더불어 백두산은 호랑이 머리 중의 코이며, 호미반도는 호랑이 꼬리에 해당하는 천하 명당이라 했다.

바로 옆에 바다가 있고 파도가 치는 호미반도 길 해안둘레길은 왼쪽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동해바다를 보면서 오른쪽으로는 수놓은 듯 보랏빛 해국이 펼쳐져 있다.

여왕바위, 힌디기 등 아름답고 기묘한 바위를 감상하면서 파도소리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걸으면 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발 아래로 보이는 파도를 보고 들으면서 한 나절 걸을 수 있으며, 일출이나 일몰 시간에 떠오르고 지는 해를 보면서 걸으면 그 황홀한 광경과 벅찬 감동은 경험해 본 자만의 특권이다.

◆내연산 12폭포 비경과 청정의 보경사

백두대간 중 낙동정맥은 청송에서 포항으로 내려온다. 그 낙동정맥 아랫자락에 있는 내연산은 포항시와 영덕군에 걸쳐 있다.

해발 710m로서 크지 않은 산세를 이루고 있으나 심산유곡의 절경만큼은 어느 명산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12폭포골·청하골·보경사계곡·연산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내연골은 기암절벽 아래로 바위들이 무리를 이루며 펼쳐져 있다.

크고 작은 열 두 폭포가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비경을 바라보면 산에 들기도 전에 스트레스는 어느새 사라진다.

내연산 계곡은 천년고찰 보경사에서 시작된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때에 지명스님이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스님이 중국에서 가지고 온 불경과 팔면보경(八面寶鏡)을 연못에 묻고 지은 절이라 해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대웅전, 적광전, 천황문, 요사채 등의 당우(堂宇)가 여러 채 있지만, 연륜에 비해 큰 규모의 사찰은 아니지만 절집의 분위기가 번잡하거나 호사스럽지 않아서 좋다.

◆땀이 빛이 돼 찬란하게 비추는 곳, 포스코 야경

1973년 6월9일 오전, 강한 모래바람 속에서 5년간 피땀 흘려 지어진 포항제철소 제1고로에서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 갈 첫 쇳물이 쏟아졌다.

이 첫 쇳물이 쏟아지는 모습에 감격한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사장과 현장의 임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모두 부둥켜안고 환희의 눈물 속에서 만세를 불렀다고 한다.

그러한 감동적인 역사가 담겨있는 포스코는 이제 제철소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야간경관 조명이 설치되어 밤이면 화려한 불빛을 뽐내고 있다.

1천 500여개의 친환경 고효율 LED 조명이 장착되어 있고 제철소의 용광로를 상징하는 색채를 구현하기 위해 금빛을 테마로 구조미와 색채미, 입체미를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포스코 야경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장소는 영일대해수욕장이다.

국내 최대 해상누각인 영일대의 야간 조명과 어우러져 더욱 장관을 이룬다. 그 외에도 형산강체육공원, 해도근린공원, 송도해변, 환호공원도 야경을 즐기기 좋은 장소다.

그리고 포스코 30여 년의 역사와 정신, 기업문화, 비전을 담은 포스코역사관도 꼭 한번 가볼만하다.

1968년 창사한 이후부터 역사와 기록, 과거와 현재의 모습 그리고 미래의 구상이 잘 전시돼 있다.

2층의 전시홀에서는 창업과 건설과정, 청암 박태준 회장, 세계 속의 위상 등을 담아 9개의 주제별로 구분돼 전시 중이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핫 플레이스, 구룡포

호미곶에서 남쪽으로 10㎞ 정도 떨어진 구룡포에 가면 100여 년 전 일본인들이 살았던 적산 가옥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거류지였던 구룡포 읍내 장안동 골목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직도 일본풍이 물씬 풍겨난다.

가옥 뒷산에는 일본인들이 만든 공원이 있다. 가파른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공원이 나오고 그 안에 선원들의 무사고를 빌던 용왕당도 보인다.

돌계단에 걸터앉아 일본인 골목을 바라보면 1920~1930년대 한국 속의 일본을 엿볼 수 있다. 사라진 흔적들이지만 오래도록 역사에 남겨야 할 현장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구룡포는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배경지다. 드라마가 인기를 모으면서 단숨에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맛있는 포항여행, 포항물회와 구룡포과메기

화끈 시원함으로 오감을 만족시키는 ‘포항물회’를 맛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청정바다와 함께 해양도시 포항의 최고 먹거리는 단연 ‘물회’다.

물회는 포항 앞바다에 풍어를 이룰 때 어부들이 밥먹을 시간도 없을만큼 바빠서 큰 그릇에 펄떡거리는 생선과 야채를 썰어 넣고 고추장을 듬뿍 푼 후 시원한 물을 부어 한 사발씩 후루룩 마시고 다시 힘을 얻어 고기잡이를 했다.

여기서 유래된 음식이 ‘포항물회’다. 처음에는 어부들 사이에서만 유행하였으나 그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있어 차차 주민들에게 널리 알려지면서 지방특유의 음식으로 정착하게 되었고, 음식의 명칭도 자연스럽게 ‘포항물회’로 불리게 됐다.

‘포항물회’는 포항의 독특한 음식으로 흰 생선살을 사용해 단백질이 풍부하고 각종 양념으로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음식이다.

물회는 재료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며 도다리를 사용해 만든 도다리 물회, 뼈째 얇게 썰어 야채와 버무린 새꼬시 물회, 씹히는 맛이 일품인 해삼과 전복을 함께 버무린 특미 물회, 꽁치 물회 등이 있다.

물회의 양념으로는 배, 상치, 잔파 등을 넣고 깨소금, 참기름을 넣어 비벼먹는 것이지만 고추장을 볶아서 만드는 물회와 고추장에 비벼먹는 물회가 있으며, 물 대신 살짝 얼린 육수를 쓰면 부서지는 포말처럼 시원한 포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포항의 대표 먹거리로 구룡포 과메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과메기는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온 말이다.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영일만에서는 ‘목’이란 말을 흔히 ‘메기’ 또는 ‘미기’로 불렀다. 이 때문에 ‘관목’은 ‘관메기’로 불리다가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관’의 ‘ㄴ’받침이 탈락하고 오늘날의 ‘과메기'가 됐다.

동해에는 예로부터 청어잡이가 활발해 겨우내 잡힌 청어를 냉훈법이란 독특한 방법으로 얼렸다 녹였다 하면서 건조 시켰다.

청어과메기의 건조장은 농가부엌의 살창이라는 것이었다. 이 살창에 청어를 걸어두면 적당한 외풍으로 자연스럽게 얼었다 녹았다 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살창으로 들어오는 송엽 향까지 첨향된다.

이렇게 완성된 청어과메기는 궁중 진상품이었다고 한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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