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분지인 대구는 지형 특성상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그중 대구의 북쪽과 남쪽에 위치한 대표적 산이 팔공산과 비슬산이다.

팔공산(최고봉 비로봉, 1천192m)은 대구의 북쪽 경계에서 대구 동구와 경북 영천시, 군위군, 칠곡군, 경산시에 걸쳐 있다. 동화사, 은해사, 파계사 등 유명 사찰과 비로암, 거조암 등의 수많은 암자가 산재해 있으며, 국보인 은해사 거조암 영산전과 군위 삼존석불을 비롯, 동화사 마애불좌상, 운부암 청동보살좌상 등의 보물, 가산산성 등의 사적 등 문화재도 많이 있어, 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에 역사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팔공산 관봉에 있는 관봉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는 한번은 소원을 들어준다는 기복신앙지로 자리 잡아 전국에서 기도객이 찾는 곳이다. 도립공원이기도 한 팔공산에는 현재 비로봉 정상까지 케이블카가 설치돼 있다.

비슬산(최고봉 천왕봉, 1천84m)은 대구를 중심으로 남쪽 지역에 있으며, 대구 달성군과 경북 청도군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역시 산지 곳곳에 용연사, 용문사, 유가사 등 유명 사찰이 있으며, 봄철에는 철쭉, 진달래 군락이, 그리고 가을에는 억새 군락이 유명해 봄, 가을이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찾는다. 두 산은 지역민들에겐 ‘북 팔공’ ‘남 비슬’이라 불릴 정도로 친근하고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최근 팔공산과 비슬산에 각각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팔공산 구름다리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빠르면 올 연말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고, 비슬산 케이블카는 계획대로라면 2021년 6월에 설치 공사가 끝날 예정이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관광 명소인 두 산에 구름다리와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목적은 무엇보다 경제적 이유가 크다. 접근성과 이용 편의를 개선해 찾아오는 관광객을 크게 늘려 관광 수입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는 게 사업 추진 주체인 대구시와 달성군의 생각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당연히 환경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자연경관 개발 사업에 늘 따르기 마련인 ‘개발이냐, 보전이냐’ 하는 논란이 여기에서도 있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산을 보전하면서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게 환경단체들은 주장이다.

현재 진행 상황으로는 지자체의 사업 추진 의지가 강하고 지역 주민들의 공감대도 폭넓게 형성돼 있어 큰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개발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본격화된 팔공산 구름다리와 비슬산 케이블카 사업이 앞으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가 지역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 팔공산 구름다리

대구시에 따르면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은 팔공산 정상 케이블카에서 낙타봉(동봉)까지 구간에 길이 320m, 폭 2m의 다리를 놓는 것으로, 차별화된 관광자원 확보 등을 위해 대구시가 2015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애초 시는 국, 시비 70억 원씩 총 140억 원을 들여 2019년 5월에 착공해 2020년 연말께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환경단체의 반대와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사업 추진이 지연됐다.

그런데 그사이 사업에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겼다.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가 지방으로 이양되면서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 예산 중 국비 조달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미 확보한 25억 원 외에 나머지 45억 원의 국비 조달이 당장 올해부터 불가능해지면서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

현재 대구시는 국비 분을 시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는 방법으로, 구름다리 사업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시는 9월2일 공원위원회에서 ‘팔공산 자연공원 계획 변경안’을 심의해 구름다리 공원시설 설치를 결정한 데 이어 9월 중 시설 결정 고시와 관련 행정 절차를 계속 진행해 연말께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앞서 대구시는 2015년 말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 사업을 ‘대구관광 종합발전계획 선도사업’으로 정해 2016년 한국관광공사에 의뢰, 기본계획수립 용역을 했고, 2017년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했다. 이어 2018년 8월에는 교량 형식 및 규모, 주탑 디자인 경관 등과 관련해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환경영향성 검토용역을 했다.

그러나 당시 속도를 낼 것 같았던 구름다리 사업은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2018년 9월 대구경실련과 대구환경운동연합이 구름다리 설치 사업 중단을 요구했고, 대구시의회 일각에서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환경단체들은 “팔공산에 구름다리를 만들면 생태계와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이는 곧 예산 낭비가 된다. 산을 보전하면서 관광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팔공산 구름다리가 완공될 경우 교통 약자들도 더 편하게 팔공산의 자연풍광을 즐길 수 있고, 특히 인근에 있는 동화사, 갓바위, 시민안전테마파크 등과 연계한 관광자원화 개발이 이뤄지면 새로운 관광 수요 창출도 가능할 것이란 게 대구시의 기대이다.

◆ 비슬산 케이블카

달성군이 계획 수립 4년 만인 올해부터 비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달성군에 따르면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조성 사업’은 비슬산 공영주차장~대견봉을 잇는 길이 1.8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으로, 2021년 5월 착공해 6월 준공할 예정이다. 군은 이를 위해 유가읍 용리 일대에 사업비 310억 원을 투입한다.

군은 케이블카 설치로 지역의 관광산업 확대와 고용 창출, 경제 활성화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달성군에 따르면 2016년 9월 실시한 ‘케이블카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에서 비슬산 케이블카는 연간 이용객이 9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고, 이는 탑승 수입으로 환산하면 운영 첫해부터 84억 원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생산유발효과 680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216억 원, 고용유발효과 411명 등의 조사결과가 나왔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비슬산 접근성이 개선돼 장애인 등 교통 약자들이 비슬산 참꽃 군락지 등 자연 풍광을 즐기게 되는 점은 경제 가치로는 평가할 수 없는 중요한 기대효과라고 강조한다.

케이블카 사업은 2016년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2016년 9월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용역 착수를 시작으로, △2017년 도시닥터자문위원회를 통한 노선 결정, △2019년 3월 군립공원 계획 변경 및 도시관리계획(궤도) 결정 등 용역 착수, △2019년 11월 도시관리계획(궤도) 심의, △2019년 12월 도시관계계획(궤도) 결정 및 군립공원계획 변경 등의 행정 절차가 진행됐다.

특히 2020년 5월에는 유가읍, 현풍읍, 구지면 등의 지역주민 200여 명으로 구성된 ‘비슬산 참꽃 케이블카 민간추진위원회’가 출범해 사업 추진에 지역민들의 뜻을 보탰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구경실연 등 환경단체들은 ‘케이블카 설치 사업은 무모하고 무리한 사업으로, 행정력과 예산의 낭비가 우려되며, 특히 타당성 조사 결과는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의 개발 입장과 환경단체의 환경보전 입장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개발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현재 케이블카 기술 수준이 크게 발전해 있어 자연환경 보전과 이용 편의 제공이라는 양측 입장을 다 고려한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사진설명-

대구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자 전국적인 관광 명소인 팔공산과 비슬산에 구름다리(사진1)와 케이블카(사진2)를 설치하는 사업이 최근 들어 본격화되고 있다. 자연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의 반대 목소리도 있지만 팔공산 구름다리는 2022년, 비슬산 케이블카는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공사에 들어가기 위한 행정 절차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 사진1-팔공산 구름다리 대구시 제공
▲ 사진1-팔공산 구름다리 대구시 제공
▲ 사진2-비슬산 케이블카 달성군 제공
▲ 사진2-비슬산 케이블카 달성군 제공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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