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 만드는 것은

얼마 전,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58조 원이 넘는 돈이 몰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시장 평가를 고려하더라도 한 기업의 주식에 기록적인 자금이 몰린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경제 상황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도 있고, 동학개미라 불리는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이 빚은 현상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청약증거금 1억 원을 넣고도 2만4천 원짜리 주식을 불과 5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뒷얘기였다.

국내 근로자의 평균연봉이 3천634만 원(2018년 기준, 한국경제연구원)이라고 한다. 4대 보험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이 275만 원 남짓이고, 이를 최저생계비 수준의 생활비에 지출하고 월 100만 원을 저축한다면 단순계산식으로 1억 원은 8년 넘게 꼬박 모아야 하는 돈이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모은 1억 원이 12만 원어치(2만4천 원X5주) 대접밖에 못 받은 셈이다.

월급쟁이들은 요즘 근로소득 외에는 재테크 방법이 없다고들 한다. 은행 금리는 바닥권이고 주식은 그야말로 돈이 돈 버는 시장이고, 한때 로또로 불렸던 부동산은 소액 자본으론 감히 달려들 엄두도 못 낼 테니 그럴 만도 하다.

최근 정부는 한국형 뉴딜정책을 발표하면서 20조 원 규모의 ‘뉴딜펀드’를 조성해 넘쳐나는 시중 유동자금을 생산적 투자에 유도하고 국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투자상품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그 이면에서 읽히는 현재의 경제 상황이 더 걱정스럽기만 하다.

일부 보수 단체들을 중심으로 개천절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비롯된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상생활이 불편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권은 가라앉았고 휴폐업하는 점포들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데도 또 광화문집회와 유사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라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동안 광장에서 외쳤던 그들의 주장을, 백번 양보해서 다 애국심에서 나온 행동이었다고 인정해 준다고 해도,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가운데서 방역 당국에서 그렇게 금지하는 사람 간 밀접 접촉이 있게 될 상황을 또 만들겠다는 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다.

많은 국민은 이를 보면서 한편으론 걱정이고 다른 한편으론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우려에도 아랑곳없이 이들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여전히 집회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는 지역갈등과 빈부격차가 공동체 통합을 가로막고 있다고 걱정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구분마저도 별로 좋지 않은 의미로 모호해지는 듯하다. 정치권에서 비롯된 진영 간 편 가르기는 선동과 추종 세력에 의해 이젠 사회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고, 세력 집단과 이익단체 들의 이기적 집단행동은 공적 제어가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라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탓이려니 위안해 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은 더 다양해지고, 행동은 더 극단으로 가고, 이해관계는 더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우리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집단이랄 수 있는 의료계의 집단파업 문제로 많은 이들이 걱정했다. 다행히 의료계와 정부, 여당 간에 합의안을 찾아 의료공백이라는 파국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양측은, 코로나19 사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정부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는 진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합의해 놓고도 내부적으론 이견이 계속 나오고 있다. 충돌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까 봐 지켜보는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다.

여러 집단의 다양한 주장, 그리고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충돌과 집단행동은 우리 사회에 늘 있었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공동체 전체의 이익이라는 큰 틀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 나갈 수 있느냐일 것이다.

머릿수가 힘이고, 상식보다 손익이 보편적 기준이고 가치로 인정되는 세상, 그리고 권력의 사유화가 통용되는 세상을 우리가 매일 살아야 하는 건, 그 현실이 너무 막막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뭔가, 다시 생각하게 하는 요즘이다.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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