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행정구역 가장 넓은 안동시, 볼거리 즐길거리도 넘쳐||정신문화의 수도, 선비문화와 독

▲ 하늘에서 본 안동 하회마을 전경.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서 도시 곳곳에 문화관광 콘텐츠가 넘쳐나는 곳이다.
▲ 하늘에서 본 안동 하회마을 전경.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로서 도시 곳곳에 문화관광 콘텐츠가 넘쳐나는 곳이다.


‘안동’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지금으로부터 1천100여 년 전 태조 왕건 시절에 지어졌다.

당시 왕건이 고창전투에서 크게 승리하며 후삼국 통일의 발판을 마련한 뒤 고창군(현 안동시)을 ‘능히 동국을 편안하게 한 곳’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직접 지어 안동부로 승격시키면서부터다.



이때부터 안동의 이름은 전국으로 알려지게 됐고 고려 말 공민왕이 홍건적을 격퇴하는 시기에도 안동사람들이 큰 역할을 하면서 다시 한 번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조선시대에는 퇴계 이황, 농암 이현보,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등 수많은 대학자를 배출하고 수준 높은 유교문화와 격조 높은 선비문화를 형성하면서 한국문화의 중심이 됐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안동의 문화가 형성됐고,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라고 할 수 있다.



안동은 지리적으로도 단연 돋보이는 곳이다.



위로는 백두대간에 닿아 있고 아래로는 낙동강이 흘러간다.



멀리 태백산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안동에서 반변천과 합류하면서 비로소 큰 강의 흐름을 갖추게 된다.

동서로 흐르는 낙동강은 넓고 비옥한 풍산들과 풍천들을 만들어 줬으며 병풍처럼 펼쳐진 병산, 하회마을 부용대, 그리고 곳곳에 마애절벽의 빼어난 풍광을 만들어 주고 있다.



안동에는 많은 문화유적과 전통마을, 아름다운 산사와 고택 등 문화관광 콘텐츠가 가득하다.

코로나 블루로 모든 국민들이 걱정 속에 활기를 잃고 있는 요즘, 안전하게 힐링할 수 있는 안동여행, 코로나19 시대에도 떠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여행테마로 구성해 본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안동 하회마을의 모습. 마을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기암절벽의 부용대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안동 하회마을의 모습. 마을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기암절벽의 부용대가 절경을 이루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과 전통마을들

안동은 전국 75개 시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다. 서울시의 2.5배에 달하는 만큼 볼거리, 즐길 거리도 전국에서 가장 많다.

그중에서도 단연 첫 손가락은 하회마을이다.

한류문화에 관심을 갖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가정 먼저 소개하는 곳, 하회마을은 낙동강의 흐름이 마을을 감싸며 ‘S’자형으로 흐르고 있어 하회(河回)라는 지명을 갖게 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역사마을로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1999년 한국을 방문한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한 곳이며 20년이 지난 작년 봄 그 아들 앤드루 왕자가 다시 찾은 곳, 풍산 류씨 집안이 600년을 이어오면서 조선시대 건축문화가 오늘까지도 원형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낙동강과 기암절벽의 부용대가 절경을 이룬다.

1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었다고 해서 이름 지어진 만송정(萬松亭)은 서애 류성룡 선생의 형인 겸암 류운룡 선생이 젊은 시절부터 조성한 비보림으로 600년 시간의 흐름 속에 한결같이 마을을 지켜주고 있다.

그리고 하회별신굿 탈놀이, 선유줄불놀이가 여행객들의 흥미를 북돋아 준다.

투어를 마치고 마을을 나올 때는 오른 편으로 방향을 틀어 한국 서원건축의 백미로 불리는 병산서원도 꼭 한 번 들어야 할 곳이다.

하회마을에서 경북도청 방면으로 이어지는 곳에 위치한 가일마을은 멀리서는 보이지 않고 작은 표지판을 따라 숨어 있는 마을을 찾아야만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한적하고 조용한 여행자들이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할 만한 곳이다.





▲ 안동군자마을의 모습. 고택과 고택 사이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단아하고 고풍스러움이 무엇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 안동군자마을의 모습. 고택과 고택 사이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단아하고 고풍스러움이 무엇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안동군자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원래 군자마을은 낙동강 기슭 ‘외내마을’에 600년 전 광산김씨 예안파 김효로가 정착하면서 형성된 마을이었으나 1974년 안동댐 건설로 마을이 수몰되면서 고택과 누정 등 중요 문화재를 지금의 위치로 옮겨 지은 곳이다.

군자라는 마을 이름은 당시 안동부사 한강 정구선생이 오천마을에는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해 붙여졌다고 한다.

고택과 고택 사이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단아하고 고풍스러움이 무엇인지 저절로 느끼게 된다.





▲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위치한 농암종택의 모습.
▲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에 위치한 농암종택의 모습.




◆9가지 명품 트레킹 코스, 선비순례길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사람들의 여행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 처음 가보는 곳을 향한 여행이 모험이 되었다고 할 정도다. 이에 비대면 여행, 안전여행이 뜨고 있다.

안동시 북서부권에 위치한 와룡면, 예안면 그리고 도산면을 걸어서 가는 선비순례길은 붐비지 않는 여행에 맞춤이다.

안동호의 풍광을 즐기며 퇴계 이황선생께서 몸소 제자들을 가르치던 도산서원, 정조대왕의 도산별시가 치러진 시사단, 퇴계종택, 농암종택, 고산정, 수졸당, 계상고택 등 정자와 고택을 비롯해 민족시인 이육사의 고향마을까지, 굽이굽이 스토리가 얽혀 있는 9가지의 명품 트레킹 코스가 이어진다.

제1코스는 선성현길이다.

순서대로 도산서원길, 청포도길, 퇴계예던길, 왕모산성길, 역동길, 산림문학길, 마의태자길, 서도길까지 각 코스를 합하면 모두 91㎞라고 한다.

각자의 길마다 핫 플레이스가 있다.





▲ 안동 선성현길에 위치한 선성수단길의 모습. 안동호수 한 가운데 다리를 따라 1㎞를 걷다 보면 물 위를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 안동 선성현길에 위치한 선성수단길의 모습. 안동호수 한 가운데 다리를 따라 1㎞를 걷다 보면 물 위를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먼저 선성현길의 하이라이트는 선성수상길이다.

물위에 떠있는 다리(부교)를 따라 안동호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1㎞를 천천히 걸으면서 호수 위 잔잔한 물결처럼 일렁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제3코스 청포도길은 민족시인 육사 이원록의 고향마을을 지나는 길이다.

시인이 노래한 청포도가 익어가는 고향마을이 바로 그곳이다.

지금은 수몰되고 남은 몇 안 되는 고택만이 남아 있어 다소 고독함과 처연함을 느끼게 한다.





▲ 선비순례길의 제4코스인 퇴계 예던길의 모습. 퇴계 선생께서 도산서원에서 농암 종택까지 직접 걸으시던 길을 재현했다.
▲ 선비순례길의 제4코스인 퇴계 예던길의 모습. 퇴계 선생께서 도산서원에서 농암 종택까지 직접 걸으시던 길을 재현했다.




제4코스 퇴계 예던길은 퇴계 선생께서 도산서당에서 농암 종택까지 직접 걸으시던 길을 재현한 것으로 올미재에 오르면 안동 최고의 풍광을 볼 수 있다.

제8코스는 신라 천년사직의 마지막을 맞게 된 비운을 겪은 마의태자의 슬픔이 담겨 있는 마의태자길이다.

마의태자가 금강산에 들어가기 전 이곳에 머물며 매일 신라를 향해 홀로 회한을 삭였다는 용두산과 신라재건을 도모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하였다는 전설이 있는 건지산과 투구봉이길이 10.6㎞에 걸쳐 이어진다.





▲ 안동찜닭 골목의 모습. 1990년대를 지나면서 시장통닭이 프랜차이즈 치킨에 밀려나는 변화의 흐름에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만들어낸 안동찜닭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안동의 먹거리다.
▲ 안동찜닭 골목의 모습. 1990년대를 지나면서 시장통닭이 프랜차이즈 치킨에 밀려나는 변화의 흐름에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만들어낸 안동찜닭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안동의 먹거리다.




◆맛있는 안동, 즐거운 먹방여행

많은 사람이 경북의 음식은 전라도에 비해 감칠 맛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견을 갖고 있다.

아마도 미각을 강하게 자극하는 갖가지 해산물과 젓갈류가 함께 올려 진 한상차림이 없어서 그런 편견이 생겼으리라고 추측된다.

깔끔하게 매운 맛, 먹고 난 후 더 생각나게 하는 슴슴한 맛은 경북음식이 주는 깊은 맛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안동의 이름을 붙인 먹거리가 유난히 많이 알려져 있다.



안동간고등어, 안동찜닭, 안동식혜, 안동문어, 안동갈비, 안동국시, 안동소주 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고 안동지역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있는 마와 생강, 사과 등을 이용한 요리도 젊은 층에게 최근 인기를 얻고 있다.

안동의 먹거리들은 각자의 스토리도 갖고 있다.

바다 멀리 내륙지방에서는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고등어 한 마리를 온 가족이 함께 맛볼 수 있게 하는 간고등어는 인기만점이다.

1990년대를 지나면서 시장통닭이 프랜차이즈 치킨에 밀려나는 변화의 흐름에 스스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만들어낸 안동찜닭도 빼놓을 수 없다.

학문을 숭상하는 양반집안 제례상에 빠질 수 없는 안동문어도 안동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이렇듯 안동을 여행한다면 맛을 찾아가는 먹방투어도 빼놓을 수 없다.



안동시에서는 시내권역의 먹방코스를 안동의 테마투어 코스로 개발해서 홍보하고 있다.



안동역에서 출발해 신세동 벽화마을 할매네 점빵에서 할매커피를 마시고 구시장 찜닭골목, 떡볶이 골목을 지나 문화의 거리에서 전국 3대 빵집으로 꼽히는 맘모스의 크림치즈 빵은 안동에 오면 반드시 들어야 할 곳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안동역 앞 갈비골목에서 투어를 마치는 코스로서 걸어서 다니며 눈과 입이 함께 즐거운 먹방여행이 이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 고난과 항쟁의 역사를 품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 안동 임청각의 모습. 독립운동을 위해 전 재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떠나며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10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다.
▲ 고난과 항쟁의 역사를 품은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상징 안동 임청각의 모습. 독립운동을 위해 전 재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떠나며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10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이다.




◆마을마다 스며든 독립운동의 흔적, 안동 역사투어

안동은 퇴계 이황선생 이후 영남 사림의 본 고장이 됐고 그 후로도 조선시대 사상과 윤리의 본령이 만들어 진 곳이다.



특히 나라가 위험에 닥쳤을 때 그 가르침을 직접 실천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안동이다.



최초의 항일의병으로 기록된 갑오의병은 1894년 6월 서상철의 격문으로 안동향교에서 일어났다.



당시 안동의 유림들에게 독립운동은 삶의 가치에 대한 문제였으며 바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것이었다.



안동에서 독립운동 흔적을 찾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다.



단식으로 항거한 자정순국자 향산 이만도 선생의 향산고택부터 24명의 독립 운동가를 기리는 풍산읍 오미마을의 오미광복운동 기념공원이 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전 재산을 정리하고 만주로 떠나며 석주 이상룡 선생을 비롯 10명의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임청각도 빼놓을 수 없다.

경술국치 후 백하 김대락을 비롯해 150명이 넘는 마을사람 전체가 만주로 망명한 임하면 내앞마을과 김동삼 선생 생가터, 그리고 그 앞에 건립된 경상북도독립운동기념관 등 나열하기만으로도 벅찰 정도다.





▲ 안동포전시관 내부의 모습. 안동포전시관에서는 베짜기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 안동포전시관 내부의 모습. 안동포전시관에서는 베짜기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다.




◆직접 손으로 체험하는 DIY 여행, 안동포와 안동한지 체험

안동포는 안동에서 생산된 대마포(大麻布)를 말하는 것으로 조선시대에는 궁중 진상품에 포함될 정도로 귀한 옷감이었다.

신라 선덕여왕때부터 만들어졌으며 특히 신라 화랑들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아직도 80여 가구가 안동포를 짜고 있는 임하면 금소리에 있는 안동포전시관에서는 안동포의 우수성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올이 곱고 통풍이 잘된다는 점에서 최고급 옷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을에서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호인 베짜기를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체험여행지로 한 군데를 더 들린다면 풍산읍 입구에 있는 안동한지체험관을 추천한다.

우수한 국내산 천연닥나무를 사용해 만드는 안동한지는 흡수성과 발산성이 뛰어나 창호지와 화선지 등으로 사용되고 최고급 공예품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안동을 느끼면서, 배우면서 그리고 체험하면서 여행하는 즐거움이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도시 전체가 문화관광 콘텐츠로 가득 차 있는 곳, 마을마다 역사와 낭만을 발견할 수 있는 곳.

소개하지 못한 관광콘텐츠가 아직도 많다. 코로나19가 조금 더 잠잠해지면 안전하게 힐링하면서 안동을 여행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