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대구취수원 , 해결책 찾을 수 있을까

발행일 2020-08-19 10:55:58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대구 시민들의 숙원인 안전한 먹는 물 확보, 곧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대구취수원의 구미공단 상류 쪽으로의 이전이 쟁점이었지만 최근 환경부가 ‘이전’ 대신 ‘다변화’ 방안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문제가 더 복잡하게 꼬이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낙동강 수계의 대구취수원에서는 현재 대구 시민들이 사용하는 하루 수돗물의 67%에 해당하는 원수를 공급하고 있는데, 그 위치가 구미공단 하류 지역(대구)에 있어 오염 우려가 계속 제기돼 왔다. 그래서 대구시는 이를 구미공단 상류 지역(구미)으로 이전을 추진했지만 구미시의 반대로 10년 넘게 논의만 이어오는 형편이었다.

이런 가운데 환경부가 다변화 방안으로 구미공단 상류 지역에 있는 구미 해평취수장의 공동활용과 안동 임하댐 물 이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환경부의 다변화 방안은 발표되자마자 해당 지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환경부는 대구취수원 이전을 포함해 낙동강 수계 지자체들의 물 이용 문제를 낙동강 유역 통합 물관리라는 큰 밑그림 속에서 풀어나간다는 구상이지만, 현실적으로 지역별 상황을 고려해 보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환경부 구상대로라면 대구의 경우 경북에서는 물을 받아와야 하는 한편, 울산에는 대구의 물을 공급해야 하는 등, 단순하게 보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히는 자치단체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다.

물관리는 물을 이 지역에서 저 지역으로 공급하거나 이용하는 데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물 공급 지역의 수량 및 수질 변화 그리고 상수원보호구역 지정, 개발 제한 등으로 인한 지역민들의 재산권 행사 문제까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는 점에서 현실 적용 가능성이 필수적 고려 요소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래서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은 환경부 발표가 있었던 8월5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제1회 미래발전협의회’에서 낙동강 유역 상생발전 협약서에 합의했다. 그 취지는 영남권 전체 지역의 상수원인 낙동강의 오염을 방지하고 수질 개선을 통해 맑은 물을 공동 이용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자는 것이다. 또 낙동강 취수 시설을 추가로 설치하는 데도 함께 노력할 것을 협약서에 담았다.

◆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안

환경부는 5일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중간발표 형식으로 내놓으면서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안을 함께 공개했다.

그 안에 따르면 우선 필요한 생활용수(하루 58만8천t) 중 일부를 대구 문산, 매곡정수장의 초고도정수처리시설(28만8천~35만8천t)을 통해 충당하고, 나머지 부족한 원수는 구미 해평취수장(30만t)이나 안동 임하댐(30만t) 등 다른 지역에서 끌어오거나, 낙동강변 여과수(23만t)로 충당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낙동강변 여과수+초고도정수처리시설’에 5천544억 원, ‘구미 해평취수장+초고도정수처리시설’ 7천199억 원, ‘안동 임하댐+초고도정수처리시설’ 1조507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중 낙동강변 여과수는 사업비는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수량 등 물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다른 안보다 떨어지고 시설 관리의 어려움,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 구미 해평취수장과 안동 임하댐 방안은 수량이 풍부하지만 사업비가 많이 들고 해당 지역민들의 반대라는 어려움이 있다.

예상되는 지역민들의 반대에 대해, 환경부는 협력사업이나 현안사업 등 지원 방안을 제시해 풀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그 결과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반면 대구시는 지원 정책만으로 지역민들을 설득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정부 차원의 조정 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 구미시, 안동시 즉각 반대

환경부의 대구취수원 다변화 방침 발표에서 해평취수장과 임하댐이 거론되자 당장 해당 지자체인 구미시와 안동시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구미시와 지역민들은 해평취수장을 대구시와 공동활용하는 안에 대해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의 해평취수장 공동활용 안이 이전까지 논의됐던 기존 이전 안과 사실상 다를 것이 없고, 또 공동활용 안 역시 수량 감소에 따른 구미 시민들의 공업용수, 농업용수, 생활용수 제한이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구미 해평취수장은 현재 구미 시민 50만 명이 식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특히 구미 시민들은 환경부에 대해 강한 불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환경부가 대구시와 구미시의 대구취수원 갈등이 고조됐던 2019년 3월,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등 2건의 연구용역에 착수할 때 기존 취수원 이전 안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다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환경부 발표를 보면 기존 안을 전제에 두고 결과를 도출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구미경실련은 지난 7일 대구시가 해평취수장에서 하루 30만t을 취수하되 갈수기 때는 취수를 중단하는 ‘가변식 다변화 방안’을 새로 제안했다. 그러나 구미시범시민반대추진위원회와 구미시민관협의회는 대구취수원의 구미 이전에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고, 폐수 무방류방안 연구, 낙동강 본류 수질 개선이라는 대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동시 역시 임하댐의 대구취수원 이용 방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안동 시민들은 ‘임하댐이 대구취수원 이전지에 포함되면 상수원보호구역 확대와 이에 따른 개발 제한 등으로 지역민들의 재산상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다’고 말했다.

◆ 지자체 간 갈등 양상, 해법 있을까

환경부가 제시한 영남권 취수원 다변화 방안이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예상되는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 충돌 시 이를 조정, 중재할 대책을 마련해 놓는 것이 선결 과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환경부의 낙동강 물관리 방안 발표가 있자 영남권 곳곳에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고우현 경북도의회 의장은 최근 한 언론인터뷰에서 ‘취수원 공동활용은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안으로, 주민 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일이다. 농업 공업 생활용수 부족과 수질 악화뿐 아니라 상수원보호구역 확대, 개발 제한에 따른 재산권 행사 침해 등이 따르는 만큼 예상되는 문제점과 난관이 많다’고 했다. 특히 대구취수원 문제의 경우 ‘대구시와 해당 지자체, 주민 간의 충분한 논의와 설득, 공감대 형성을 위한 숙의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낙동강 물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법,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미래통합당 의원 15명은 6월 ‘낙동강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낙동강수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안은 주민지원사업(23조)에 ‘신규 취수시설 설치 지역 또는 그 지역주민’이라는 신설 조항을 넣어 취수원 지역주민 지원을 법적으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낙동강수계관리기금의 경우 2019년 지출금액 2천699억 원 가운데 주민지원사업이 234억 원(8.7%)에 불과했다.

이 외에도 환경부는 자체적으로 낙동강수계법 시행령에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을 지원하는 근거 조문을 신설할 방침이다. 그 대상은 2개 이상의 광역 시, 도에 원수를 공급하는 지방자치단체로, 경북에서는 안동과 청도가 이 기준에 해당한다.

환경부는 취수원 공동활용 지역을 지원하는 데 들어가는 재원 마련 방안도 제시했다. 현재 영남권 시도민들이 내는 물이용부담금(t당 170원)을 인상하거나 수혜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하는 상생기금으로 지원하게 한다는 것이다.

재원과 관련해서도, 정부의 국비 지원 요구가 커지고 있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은 낙동강 물관리 사업이 지자체 간 갈등이 예상되고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 정책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7월에 송철호 울산시장이 ‘낙동강 물 사업을 뉴딜사업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했고, 김경수 경남지사도 ‘낙동 수질개선 사업을 뉴딜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8월5일 ‘(낙동강 물 사업의) 뉴딜 포함 요구를 5개 시도지사 합의를 통해 정부에 건의해서 받아들여진다면 취수원 등 낙동강 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준우 논설위원 겸 특집부장

메인사진-대구 숙원사업인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가 환경부의 다변화 방안 발표를 계기로 기존 대구시, 구미시 외에 안동시까지 이해관계가 얽히며 새로운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들과 환경부 장관이 8월5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동강 유역 통합물관리 방안 마련 관계기관 간담회’를 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사진1-권영진 대구시장이 8월3일 대구시청에서 낙동강 상류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 취수원 다변화를 본격 추진하겠다며 ‘대구 물 문제와 관련해 시·도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브사진2-낙동강 지역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가 8월5일 창원컨벤션센터 앞에서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수문 개방과 보 처리 방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준우 기자 pj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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