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경제 주체에 대한 오만한 기대는 버려라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

갈팡질팡. 도대체 어디로 튈지 모를 수많은 부동산 대책에 온 나라가 들썩이지만, 좀처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지난 7월 전국 집값은 9년 3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해 새로운 기록들을 써 나가고 있다고 하니 문제의 심각성만 커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초유의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대체 투자처 부재와 같은 이유들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처럼 강력한 대책들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불안한 것에는 뭔가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애당초 정책 당국의 가설이 비현실적이어서 정책효과가 발휘될 수 없었거나 일부 경제 주체들의 이기심이 극도에 달해 정책 당국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였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경제 주체들의 이기심이 극도에 달했는지에 아닌 지에 대해서는 평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으니 작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을 오로지 이들의 이기심 탓으로 돌린다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정책 당국의 가설과 정책효과에는 이들의 이기심이 반영돼 있으니 그나마 대안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을 살펴보면 정책 당국이 내세운 가장 큰 가설은 공급은 충분한데 오로지 투기세력들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가장 먼저 제시된 처방전은 투기수요 억제책으로 가수요 차단을 통해 가격 상승 억제를 꾀하는 것이었다. 다음은 증세다. 투기세력의 핵심이 다주택자이니 이들을 세금으로 압박해 주택 매도를 통한 공급 물량 확대를 유도했다. 그 결과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가격 상승과 매물 잠김(공급 부족) 현상이었다.

그래서 몇 차례나 공급대책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또한 시장 니즈와의 불일치 등으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자는 계획까지 내놓았지만 시장의 기대를 바꾸기는커녕 인근 부동산 시장만 벌집 쑤셔 놓은 형국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급기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전월세신고제,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차 3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이 또한 전세가격 급등과 월세 전환 가속,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 조세저항 등과 같은 새로운 문제를 유발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이처럼 그동안의 흐름을 종합해보면 지금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에는 상당히 복잡한 이유들이 혼재돼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필요한 곳에 충분한 수준의 공급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정책의사결정이 이뤄져 왔던 점은 이제 와서 다소 정책 방향을 선회해도 만회할 수 없을 정도의 뼈아픈 정책 당국의 실수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반면에 극도의 이기심을 가진 사회적으로 부도덕한 세력들이 일부 존재한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이들 때문에 의도한 만큼의 정책효과가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들에게 지금의 혼란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전가할 수만은 없다.

마치 영국의 경제학자 프랑시스 에지워스(Francis Y. Edgeworth)가 ‘경제학의 제1원리는 모든 주체가 오직 이기심에 의해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라면서 경제학이나 경제 현상 분석에 있어서 경제 주체(개인)의 정의나 도덕에 관한 문제의 결핍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자신의 행복과 비교했을 때 타인의 행복이란,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행복만큼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도 아니다’는 것을 인정했듯이 정책 당국의 정책의사결정으로 아무리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경제 주체라도 이타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한 기대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어느 정도 문제의 본질이 보이는 것 같지 않은가? 정책 당국은 늘 정책의사결정에 앞서 의도한대로 행동하는 선량한 경제 주체들이 돼주길 원하지만 각 경제 주체들은 이기심이라 해도 좋을 자신의 행복 추구가 우선이기 마련이다. 만약 앞으로도 이런 점들이 정책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는다면 정책실패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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