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헌경 변호사
▲ 박헌경 변호사
박헌경

변호사

수원지방법원에 재판이 있어 재판시간에 맞추느라 오랜만에 무궁화열차를 타고 수원으로 떠났다.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한 의자에는 되도록 한 사람만 앉을 수 있도록 코레일에서 좌석배치를 해주었다. 승객들은 답답하지만 모두 마스크를 벗지 않고 긴 시간 기차 속에 앉아 행선지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오래된 무궁화열차라 그런지 기차가 자주 흔들리고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계속 났다. 그래도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장마철의 시골풍경과 푸른 산빛으로 인해 눈은 시원했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조금 눈을 붙여 휴식을 취했다가 가지고 간 북한의 얼굴없는 작가 반디가 쓴 단편소설집 ‘고발’을 읽었다. 김일성·김정일 공산독재 치하의 암울한 북한에 살면서 자유를 갈망하며 북한의 비참한 상황을 고발해 쓴 책이다. 주인공을 달리하며 7편의 단편을 엮어 놓은 소설집이다.

계급없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공산주의 개혁을 했다면서 북한은 전 근대적인 신분사회다. 신적인 존재인 어버이 수령이 군림하고 공산주의 귀족들이 신분을 세습하며 북한 상층부를 장악하고 나머지 일반 인민들은 동요계층 또는 적대계층으로 분류돼 자유를 잃고 농노 또는 노예와 비슷한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신분은 조선시대와 별반 다르지 않게 자식, 손자로 이어지고 신분에서 벗어날 희망이 거의 없다. 거주 이전의 자유와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는 북한은 감시사회고 병영사회이며 정권에 길들여진 노예사회다. 북한 정권에 조금이라도 불만 섞인 소리를 했다가는 가족 전체가 한 밤중에 어디론가 모르게 끌려가야 한다. 북한에는 정치범으로 몰려 수용소에서 짐승같이 살고 있는 사람들도 수십만 명에 이른다. 아무리 똑똑하고 개인적으로 능력이 있어도 동요계층, 적대계층은 출세할 수 없는 사회다. ‘고발’에는 김일성이 가는 곳은 1호 행사로 불려 인민들은 부모가 죽어도 통행증이 없이는 고향에 갈 수가 없다.

반디가 쓴 또 한권의 책 ‘붉은 세월’이라는 시집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북한 주민들의 피맺힌 절규가 쓰여있다. 우리가 마시고 있는 자유의 공기는 우리가 당연한 것처럼 여기고 있으나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자유가 빵보다도 더 귀하고 어쩌면 목숨보다 더 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빵도 제대로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버이 수령 한 사람만이 완전한 자유와 신과 같은 절대적 권력, 온갖 사치를 누리고 사는 사회!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어버이 수령께서 그렇게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7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주민들은 배고픔과 감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 사이에 전쟁과 대립없는 평화의 공존도 중요하겠지만 노예상태에서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남쪽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집들 그리고 자유가 너무도 소중해 보인다. 내부적으로 문제도 많고 상처도 많은 나라이지만 우리는 그래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조국이 선진화되고 민주화된 대한민국이라는 것에 감사해야 하지 않겠는가? 문재인 대통령도 남과 북의 체제경쟁은 이미 끝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전쟁 당시 북한 인민군의 침략을 맞아 총칼로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지켜낸 이름없는 수많은 장병들에게 감사와 경의를 보낸다. 그들의 피흘림이 없었다면 남쪽의 5천만 국민들도 김씨 세습독재 치하에서 자유를 잃고 노예처럼 살아가는 신세가 됐을 것이다.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빈곤한 나라 대한민국을 70년만에 G11에 들만큼 선진국화되고 민주화된 나라로 만들어놓은 지도자들과 산업역군들 그리고 민주화에 힘쓴 분들에게 감사한다. 근대화에 힘쓴 분들과 민주화에 힘쓴 분들은 다같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든 두 주역이다. 앞으로도 두 주역은 서로 대립을 할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을 위해 같이 경쟁하면서 나라다운 멋진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가는데 밑거름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상생하는 길이며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길이 지켜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길일 것이다.



김지혜 기자 hellowis@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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