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 높이고 수익도 쑥쑥, 초보 농부의 유쾌한 반란||자두 재배로 부농을 꿈꾸는 귀농 3년
천자문은 사언절구의 한시로 250구절로 구성돼 있다. 그 내용 중에 15번째 구절에 ‘과진이내(果珍李柰)’란 말이 나온다. ‘과일 중에서는 자두와 능금이 보배다’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자두는 황제에게 올리는 과일이었고, 조선에서는 왕실을 상징하는 과일이었다.
◆2년간의 고민 끝에 귀농 단행
농촌에서 자란 박 대표에게 농사일이 낯설지는 않았다. 어릴 적부터 들판과 과수원은 놀이터였다. 그곳에는 언제나 까맣게 그을린 아버지가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대구에서 공장 자동화 설비를 설계하는 일을 했다.
2년 동안 도시와 농촌을 오가면서 고민을 했다. ‘5도, 2촌’. 5일은 도시에서 일하고, 2일은 농촌에서 어머니의 농사일을 도왔다. 이런 어정쩡한 생활을 하다가는 둘 다 망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귀농을 결정했다. 김 대표도 흔쾌히 동의한 것이 큰 힘이 됐다.
◆1년 만에 익힌 전정기술
농사일은 쉬운 것이 없다. 토양관리와 재배기술, 판매까지 모두가 어렵다. 그 중에서도 농민들이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과수 ‘전정 작업’이다. 중노동이라서 어려운 것도 아니고, 기술이 까다롭고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니다. 혹시나 잘못해서 나무 수형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때문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달랐다. 전문가에게 전정 기술을 배우고 바로 실습에 나섰다. 나무 몇 그루 망치더라도 자기 나무는 직접 가꾸겠다는 생각에서다. 자두 주산지인 김천지역 농장을 수시로 견학했다. 견학을 가면 전정 기술에 집중했다. 나무만 쳐다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아버지의 영농 일기
아버지는 평생 과수농사를 지었다. 사과와 복숭아를 재배하다가 자두로 바꿨다. 자두농사만 30년이 넘는다. 주변에서 자두농사는 최고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크기도 크고 당도와 색깔이 탁월했다. 공판장에 나가면 상인들이 먼저 가져가려고 경쟁을 벌였다.
수확과 판매에 대한 내용은 당연히 담겼다. 지금 그 일지를 박 대표는 교과서처럼 활용한다. 틈이 날 때마다 들쳐보고 현재 자신이 하는 일과 비교하고, 교육에서 배운 내용과도 비교해 본다. 이런 비교를 통해 좀 더 좋은 영농방법을 찾는다. 이제는 박 대표도 자신의 영농일지를 기록한다. 아버지의 영농일지를 통해 기록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친환경에 한발 가까이
박 대표는 아직은 관행농법으로 자두를 재배한다. 점차 친환경 재배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아직은 초기라 친환경 인증을 받지는 않았지만 친환경 재배로 나가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 ‘저 농약 친환경 전환농업’이라고 부른다.
◆가공과 체험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는 6차 산업 농장 조성
박 대표가 1차 농산물의 생산과 관리에 주력하고 있다면 김 대표는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가공을 통해 소득을 더욱 높이는 일이다.
우선 자두 즙과 건조 자두를 만드는 것이다. 가공품을 통해 소득이 연중 고루 발생하는 소득 안정화를 기하는 것이다. 농장카페를 만들어 소비자와 만남의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우리 농장 이름이 ‘피플 앤 팜’으로 지은 것은 농장이 여러 사람이 모여서 소통하면서 정이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도시 소비자와 농민의 만남의 광장을 만들겠다”고 박 대표는 말한다. 이보다 더 큰 꿈은 초등학생인 아들이 농촌에 뜻이 있다면 농업 관련 공부를 체계적으로 시켜 4대를 이어가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