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여파로 한학기 동안 공부한 것이 별로 없다는 생각 때문에 가슴의 통증이나 두통을 호소하는 수험생이 늘고 있다. 자녀 뒷바라지에 지쳐 학생과 유사한 고통을 호소하는 부모도 늘고 있다. 본격적인 하절기가 시작되면서 소위 말하는 ‘고3병’과 ‘고3 어머니병’이 수험생과 학부모를 힘들게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현재로서는 이 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책이 없다. 치열한 경쟁을 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현행 입시제도와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적 풍토가 이 병의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의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지혜롭게 대처한다면 그런 증세는 수험생에게 적절한 긴장감을 주어 학습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학생이 만족한 생활로 돌아가면 부모의 병은 저절로 치유된다.

◆고3 병의 원인

많은 사람들이 ‘고3 병’은 지나친 긴장과 수면 부족, 과로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험생을 지도해 본 사람이면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안다. ‘고3 병’은 육체의 피로보다는 공부가 뜻대로 되지 않고 기대하는 성적 향상이 제때에 일어나지 않은 데서 오는 심리적 불안이나 죄절감이 근본 원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자신의 객관적인 위치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가정에서 부모님은 수험생들의 내면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만약에 심한 피로의 기색을 보이면 그 날 하루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공부가 잘 되었고 계획대로 공부를 했다면 활기가 넘치고 몸놀림이 가벼울 것이다. 현관에 들어오는 순간 극도로 지친 표정을 짓는다면 그 날 하루를 잘못 보낸 것이다.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면 귀가 후에도 계속 피곤하다.

상당수의 수험생과 학부모는 서로 털어놓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 있는 시간 동안에는 열심히 공부 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 한다. 학생 자신도 이 문제를 명확하게 이야기 하지 않는다. 간섭과 잔소리,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귀찮기 때문에 몰두해서 공부하지 않았어도 공부를 한 것처럼 그냥 넘어가 버린다. 그러나 마음은 편하지 않다. 계속해서 이런 날들이 이어지면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만성적인 피로로 이어지고 증상이 심해지면 병원에 가야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고3 병 예방과 치료

성취감은 ‘고3 병’의 예방과 치료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할 수 있는 만큼의 계획을 세워 반드시 실천하고 그에 따른 성취감이 누적되면 생활이 즐겁다. 생활이 즐거우면 고3 병은 절로 사라진다. 하는 일에 신명이 나면 어려움을 기꺼이 참을 수 있고, 잠을 적게 자도 별로 피로를 느끼지 않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즐거우면 육체적으로 다소 무리를 해도 그렇게 피로를 느끼지 않는다. 고3의 나이에는 더욱 그렇다. 수험생은 이러한 사실을 직시하고 변명을 한다거나 핑계거리를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수험생은 일차적으로 공부는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도 자신이 져야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일반적으로 부모가 극성스러울 때 자녀가 소심해지기 쉽다. 평소에 잘 하다가도 큰 시험에 성적이 좋지 않는 수험생 뒤에는 부모의 만성적인 잔소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할 것인가. 부모는 무엇보다도 자녀를 믿어야 한다. 모든 것을 믿고 맡긴다는 자세를 보여줄 때 수험생은 더욱 의젓해지고 강한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부모는 자기 자녀가 다소 못 마땅하더라도 다른 집 학생과 비교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내 아이는 내 아이 나름의 장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가능한 한 칭찬을 많이 해 주어야 한다. 천재를 만드는 최고의 비법은 칭찬과 격려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족의 대처 방법이 때로 입시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먼저 수험생은 꾸준히 노력하면 다음 시험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느긋해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의 자세도 중요하다. 한 번 성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이를 평소의 생활 태도와 연관 지어 나무라서는 안 된다. 다음에 반드시 만회해야 함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도 안 된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데 안달하고 다그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자녀의 몸종이 되지 말아야

우리 주변에 고3은 황제이고 부모는 몸종인 집이 많다. 많은 고3 어머니들이 모든 일정을 자녀의 시간에 맞춘다. 그리고 스스로 자녀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다가 자녀가 기대만큼 못하게 되면 배신감을 느끼거나 심한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대부분 수험생들은 부모가 하루 종일 자신만 지켜보고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그냥 내버려두길 원한다. 부모가 극성일수록 자녀는 신경질적으로 되거나 소심해 지기 쉽다.

부모는 특히 어머니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자신의 일이나 취미에 몰두할 때 자녀들은 부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존경한다. 부자간에 혹은 모자간에 관계가 좋고 대화가 많은 집일수록 상호간에 독립성을 존중하는 경향이 높고 각자의 일에 몰두한다.

예전에도 입시는 있었고 실제로 대학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치열했다. 그렇다고 그 때 부모님들이 자녀에게 지금보다 관심이 적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예전에는 고3 시기를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반드시 겪어야하는 통과의례로 간주했다. 생활수준이 향상되고 자녀가 한 둘로 줄어들면서 우리는 모든 시간과 경제력을 교육에 집중적으로 쏟아 붓게 되었고, 이와 함께 온갖 부작용이 생겨나게 되었다.

고3 병은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간섭이 수험생을 짓누르는 무거운 집안 분위기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제 우리는 이 비정상적이고 비생산적인 교육 열기를 차분히 가라앉히며 삶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려고 애써야 한다.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정서적 안정 속에서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위해 새로운 힘을 얻게 되는 에너지원이다. 부모는 지나친 간섭과 잔소리로 수험생을 힘들게 하기 보다는 따뜻한 마음과 눈길로 모든 것이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고3 병’과 ‘고3 어머니 병’은 부모, 자녀가 정서적 공감대와 상호 존중의 마음으로 치유할 수 있는 병이다. 힘든 시기를 즐거운 마음으로 견딜 수 있도록 가족 구성원은 애정 어린 말로 서로를 격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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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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