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세월을 젖소만을 바라보고 온 낙농인생 ||유가공품 생산으로 우유의 새로운 활로를 찾
‘타락색’에서 유래한 타락산(駝酪山)은 도성 안 동쪽에 있다고 동국여지승람에 나온다. 서울 창신동에 있는 낙산(124m)이 바로 그 곳이다.
이처럼 귀한 대접을 받던 우유가 외면을 받고 있어 농가는 울상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우유 소비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2005년 35.1㎏이던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017년에는 33.1㎏으로 줄었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40년째 꿋꿋하게 젖소만을 바라보고 외길을 걸어가는 낙농가가 있다. 성주에서 ‘중목장’을 운영하는 김원태(69) 대표가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70마리의 젖소를 사육하고 우유가공품을 만들어 연간 3억8천만여 원의 매출을 올린다.
◆40년 외골 인생
김 대표는 농촌에서 나고 자랐다. 앞으로도 농촌에서 살아가겠다는 농부다. 40년간 젖소만을 바라보고 왔다. 평생 축사를 떠나본 적이 없는 외골수다. 젖소는 곧 그의 인생이었다.
1975년 한우 사육을 시작했으나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송아지를 구입해 키우는 시간이 너무 길었고 사료 값이 상승하면서 어려움을 겪자 젖소로 전환했다. 1980년 2월 젖소 6마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낙농업을 시작했다. 일은 힘들고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었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일했다.
◆경영컨설팅은 미래에 대한 투자
김 대표의 목장 운영에는 눈에 띄는 색다른 방식이 있다. 경영컨설팅이다. 2015년 12월 첫 컨설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55회를 진행했다.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진행형이다.
다른 농장이나 외국 운영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빠지지 않는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유사비가 30%로 높고, 도태산차(젖소를 도태시킬 때까지 송아지를 낳는 회수)도 3.8산으로 높다. 일반농가의 유사비가 50% 정도이고 도태산차가 2.9산인 점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건강한 우유가 답
“목장의 최고 과제는 좋은 우유입니다.”
좋은 우유를 마셔야 사람도 건강해 진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좋은 우유는 어떤 우유인가 하는 질문에 “건강한 소에서 방금 착유한 우유다”고 대답했다. 현재 우유 유통시스템에 따라 목장에서는 우유를 직접 판매를 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은 건강한 소가 답이다.
◆부자간의 빅딜
김 대표가 독학으로 축산을 공부하고 몸으로 기술을 익혔다면 아들(36·영탁)은 체계적으로 축산을 공부했다. 혼자 힘으로 배우는 것의 어려움을 알기에 체계적인 공부를 위해 농수산대학 진학을 권했다.
긴 줄다리기 끝에 아버지가 아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농지를 매각해 자동급이기와 CC-TV, 건강체크기, 완전혼합사료(TMR) 배합기, 자동정화시설 등을 도입했다. 대신에 아버지가 원하던 유가공도 함께 하기로 했다. 부자간에 빅딜은 성사됐고, 서로 만족하는 결과를 얻었다.
◆낙농은 중노동, 이젠 옛말
낙농은 중노동이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휴일도 없이 일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착유는 해야 한다고 했다.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상주가 빈소를 비우는 것은 큰 불효일 것이다. 김 대표도 1988년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똑같은 일을 겪었다.
◆ 가족 협업으로 6차 산업화
‘가족협업 목장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김 대표의 꿈이다. 현재 목장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아들과 조경 관련 일을 하고 있는 딸을 합류시켜 함께 일하는 것이다. 그때가 되면 자신은 목장 경영에서 손을 뗄 계획이다.
아들은 목장경영, 딸은 가공과 체험을 하는 것이다. 목장 운영의 전문화와 가공과 체험을 통한 6차 산업화로 나가는 계획이다. 이 같은 생각에는 우유는 오리진(Origin·건강의 근원)이라는 점과 목장에는 무궁무진한 스토리가 담겨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실행될 계획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아들, 딸 모두가 억대 연봉을 보장받는 직장이 될 것이란 확신에 차 있는 모습이 당당해 보였다.
글·사진 홍상철 대구일보 객원편집위원
경북도농업기술원 강소농 민간전문위원
김종엽 기자 kimjy@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