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자만에 빠진 정부는 자성해야

발행일 2020-06-30 15:02:39 댓글 1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오철환

객원논설위원

최근 핀셋규제의 풍선효과에 힘입어 집값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정부는 전가의 보도처럼 또 독기 어린 부동산대책을 내놓았다.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내놓은 것 같다. 투기세력에 대한 증오가 배어있는 서슬 퍼런 대책이다. 엉뚱한 사람이 무단히 중독될 지경이다. 국민을 적으로 두고 절대 지지 않겠다며 독을 뿜는 정부가 표독스럽다 못해 광기마저 엿보인다. 무슨 콤플렉스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지만 지기 싫어하는 근성이 상하 불문 끈질기고 유별나다.

부동산대책은 보통 세 가지다. 첫째는 부동산거래제한이다.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제 등이 그것이다. 부동산거래를 통제함으로써 가격상승을 막아보려는 의도다. 이는 합헌성 여부마저 다투어질 정도로 위헌적 소지가 다분하다. 헌법 23조에서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보장하고 있는 점에 미루어 공공 목적으로 부득이 침해한다 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아울러 헌법 119조에 규정된 바와 같이 자유와 창의에 터 잡은 자유시장 경제 질서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체제하에서 공익적 필요에서 예외적으로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기본권의 침해를 정당화할 만한 근거가 명확하여야 한다. 부동산거래제한이 최소 침해가 되도록 그 제한의 정도가 약하고 임시적이어야 한다.

둘째는 제1금융권의 부동산담보대출 제한 등 금융제재다. 보통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이 이루어진다. 신용대출도 가능하지만 제한적이다. 신용대출은 소액으로 제한될뿐더러 담보대출에 비해 이자가 턱없이 높다. 양성화된 사채업자가 대종인 제2금융권의 신용대출은 법정 최고이자율 수준이다. 담보대출 제한은 서민을 사채시장으로 내모는 꼴이다. 제1금융권 대출을 제한한다고 해서 돈이 필요한 상황이 사라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담보대출이 부동산투기자금으로 전용된다는 가정은 터무니없다. 많은 서민들이 사업자금이나 생계자금을 담보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중산층의 재산목록 1호는 기껏 집 한 채다. 자녀결혼이나 개인사업 등 목돈이 필요할 때마다 걸핏하면 집 잡히고 빚내는 게 서민들의 일상이다. 정부가 이런 일상적 서민 사정을 모를 리 없다. 서민이 사채를 쓰든 말든, 부동산만 잡으면 이긴다는 외눈박이 사고다. 즉시 금융제재를 풀고 시장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

셋째는 세금부과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대복지국가에서 세금을 정책도구로 활용하는 일이 다반사지만 항상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납세자의 담세능력과 인내 가능한 한도를 감안하여야 조세저항을 피할 수 있고 적정과세를 지속시킬 수 있다. 세금이 유용한 정책도구라 하더라도 이중과세나 불공정한 역진세가 되어선 곤란하고, 창의적 생산의욕을 꺾는 방식으로 운용되어서도 안 된다. 부동산가격안정보다 공평과세가 더 소중한 가치일 수도 있다. 가렴주구가 호환보다 더 무섭다는 옛말이 과장이 아니다. 세금을 남용하다간 큰 코 다친다.

부동산은 시간과 장소를 양축으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수요공급이 변화하여 독자적인 개별가격이 형성된다. 부동성, 부증성, 고정성 등 다른 재화와 다른 고유의 특성을 갖는 까닭에 가격변동요인을 인위적으로 조종하기 힘들다. 개별부동산의 가격형성도 난해한데 광범한 지역의 부동산가격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무지막지한 과욕이다. 현대와 같이 복잡다기한 사회에서 변동요인을 모조리 파악하여 의도하는 대로 가격을 조정하고자 하는 것은 실로 지난한 과제다. 때론 원인이 되고 때론 결과가 되어 다양한 요인이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데다 개개인의 미묘한 심리까지 작용하고 보면 부동산가격 변동의 인과관계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실물경제를 코너에 몰아넣어 투자처가 없는 상태에서 수십조의 돈을 풀어 놓으면 부동산가격이 급등하고 증권시장이 금융장세로 달아오르기 마련이다. 부동산문제는 인과응보다. 정부는 치명적 자만을 자성하고 바른 길로 돌아와야 한다. 더 이상 상식 밖의 일들을 겪고 싶지 않다. 이상향을 설계하고 그곳에 가고자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시행착오의 대가가 너무 크다. 이상향을 설계할 능력이 있고 그 이상향에 도달하는 길을 완벽히 알고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모두가 풍요 속에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려고 정부가 모든 부문을 계획·조종하려는 모양이다. 사회주의 이념이다. 사회주의는 신과 같은 완전한 지적 능력을 갖춰야 유효하다. 그런 비현실적 가설은 하이에크의 ‘치명적 자만’이다. 지금은 정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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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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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noo*****2020-07-02 13:52:44

    이 정권은 잘 하는게 자기편은 무슨 잘못을 해도 잘 한다고 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우째 이런 정권에게 180석이라는 많은 국회의원을 뽑아주었는지 찍은 사람들은 후회해도 용서가 안됩니다. 서민들은 정말 힘듭니다. 민주당은 도대체 왜 이런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