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캔버스가 아닌 금속 표면 위에 깨알 같은 텍스트를 써내려가며 화면을 구성하는 ‘정인희 작가’의 회화가 소개된다. 점과 선 같은 기본조형에 집중하면서 좋아하는 색을 탐색하는 작업에 치중하던 작가는 몇 해 전 생활터전을 제주로 옮긴 후 변화된 미세한 감정 상태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낸다.
작업에 대한 압박감이 힘겨웠다는 작가는 “새로운 곳으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삶의 무대를 옮긴 이후 자연스레 주변의 사물, 풍경을 바라보고 말을 건네며 그들과 관계를 맺게 되면서 좀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것을 그리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후 작가의 작품 주제는 책과 산, 바다와 같이 그가 바라보는 일상풍경으로 확대됐고, 이는 화면위에 활짝 펼쳐져 있거나 수북이 더미지어 쌓여있는 ‘책’을 연상시키며 작은 ‘텍스트’를 이룬다. 그가 작성했던 메모, 듣고 보았던 음악과 책, 좋아하는 영화목록 등 자신의 이야기가 가득한 텍스트들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생기 가득한 색과 면으로 어우러져 특유의 밝은 느낌을 풍긴다. 문의: 053-320-5120.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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