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건 자유인데 책임은 못 져요…안전 사각지대 전동바이크

발행일 2020-06-28 16:24:2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전동바이크 이용객 늘지만 관련 법안은 유명무실

관리당국은 사실상 손 놓고 있어, 대책 마련 시급

지난 27일 오후 6시 대구 달성군 강정보 앞 자전거도로.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전동바이크 운전자들이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최근 대구지역 주요 관광지 등에서 전동바이크 등 퍼스널 모빌리티(전동기를 부착해 근거리 이동이 가능한 1~2인승 이동수단)의 운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유명무실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다.

관리당국인 지자체와 경찰 등은 관련 법안이 부실하다는 핑계로 사실상 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 27일 오후 6시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최근 대구지역 전동바이크와 자전거 라이딩족들의 성지로 불리는 이곳에는 주말을 맞아 탁 트인 야외공간을 찾아 나선 휴양객들과 라이딩족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강변 자전거도로에는 수많은 전동바이크들과 카트, 자전거 등이 뒤섞여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질주 중이었다.

“앗, 위험해!”

그순간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한 운전자가 요란한 경적소리와 함께 인도로 뛰어들었다.

그는 수많은 인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곡예 운전하며 질주해 주변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또다른 운전자는 술에 취한 채 전동바이크의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비틀거렸고, 일부 보행자와 부딪힐 뻔한 위험천만한 상황도 발생했다.

송지현(42·여·수성구)씨는 ”휴일을 맞아 가끔 강정보를 찾아오는 데 떼를 지어 무섭게 질주하는 전동바이크로 인해 놀란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전동바이크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차량’으로 분류돼 차도에서만 타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불법이란 인식 없이 공원과 유원지 등 자전거도로와 인도 등에서 스스럼없이 타고 있다.

또 법적으로 만 16세 이상 원동기 면허를 소지한 자거나 자동차 일반 면허증이 있는 자에 한해서 대여할 수 있지만, 현장에선 이를 확인하는 곳은 드물다.

이날 7~8곳의 바이크 대여점을 둘러봤지만, 신분증 혹은 면허증을 확인하는 업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대여점은 “면허는 없어도 된다. 사고만 안 나면 된다”고 말했다.

원동기 장치를 탈 때는 헬멧 등 보호 장비 착용이 의무화돼 있지만 실제 착용한 이들을 보기 힘들었다. 보험 가입은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관련 사고도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대구지역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사고 건수는 2017년 9건에서 지난해 25건으로 3배 정도 늘었다.

하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관광지인 데다 구체적인 단속 근거와 벌칙 조항이 부실해 경찰도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없는 것이 맞지만, 법과 현실의 괴리가 상당해 단속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유수재 교수는 “누군가가 희생된 후에 제도화가 이뤄지는 사후 약방문식의 조치가 아니라 선제적인 관련 법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운전 면허증 검사와 보험 가입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지금처럼 여러 개의 부처가 개별적으로 모니터링해 입법하는 것이 아닌 퍼스널 모빌리티를 총괄하는 총체적인 제도화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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