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신상은 공적이다

발행일 2020-05-28 15:54:09 댓글 0 글자 크기 키우기 글자 크기 줄이기 프린트
국회의원의 신상은 공적이다

대통령선거에서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까지 내리 패배를 거듭하면서 지고도 욕을 먹어온 미래통합당이 드디어 정신을 차린 모양새다. 아직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주호영 원내대표의 최근 행보 등 최근의 움직임은 분명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도 배신당할 염려는 없어 보인다. 이와 비교해 거대여당으로 몸집을 물린 민주당의 거듭된 오만함은 보는 눈뿐 아니라 속 까지 불편함을 느끼게 만든다.

어제 미래통합당은 2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29일까지 미래한국당과 합당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26일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국회의원과 당선인 총회를 열고 모 정당인 미래통합당과 합당하기로 결의했다. 미래한국당 19명의 당선인이 합당한다고 결정했지만 속은 편치 않았을 것이라 짐작한다. 우선 무소속 당선된 4명의 한국당 자원이 있고 교섭단체 구성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통합당에서 분리해 독립된 교섭단체가 되면 여러 가지 혜택을 추가해서 받을 수 있고 국회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있으니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비단 위에 꽃을 수놓을 수도 있는 이 치명적 유혹을 뿌리치고 통합을 결정한 한국당 당선자들의 속내는 아무래도 지난 선거에서 패배한 뒤에도 따라붙는 국민적 질책을 아프게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 패배이후 나타난 통합당의 변화는 현실 인정에 있다. 아직도 당 일각의 숙지지 않는 부정투표 시비는 정리되고 있는 분위기이고 여기에다 주호영 원내대표의 미래를 향한 거침없는 행보들이 전통적으로 수구라는 당의 이미지를 바꿔가고 있다. 첫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참여자들과 함께 주먹을 흔들며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야당 대표의 참석을 저지해 온 광주 현지의 예년 풍경은 주호영 원내대표의 사과 발언으로 원천 봉쇄됐다.

주 대표는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1주년 기념식에도 참석함으로써 태극기부대를 포함한 극우 강성 지지층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지금까지 통합당에 붙여진 수구 꼴통 이미지로부터 벗어나 중도로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여기에다 김종인 비대위의 출범은 통합당의 더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통합당의 속죄와 변신에 비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오만은 국민적 평상심의 임계치를 넘나들고 있다.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당선인들의 잇단 구설수와 이를 당 차원에서 차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진영 논리로 봉합하려는 민주당의 행태는 국민의 표심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세상에 드러난 윤지향 당선자의 위안부 할머니 이용과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횡령의혹은 진영논리로 감싸고 가기에는 사안이 너무 위중하다. 일본과의 국민적 대치 속에서 항일이나 반일이라면 무조건 가산점을 주는 정부와 집권 세력 앞에 이 할머니가 토해낸 윤 당선자의 속살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의 복지는 정의기억연대의 설립 목적이나 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위안부 할머니에서 비롯되었고 그 마지막도 그 할머니들의 피해 복구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아직도 살아있는 피해자 할머니들조차 위로해주지 못하고 만족시켜 주지 못하면서 감히 역사를 들먹이는 것조차 역겹다. 윤 당선자는 정의연 대표를 맡으면서 욕심을 키웠고 유혹을 이겨내지 못한 듯하다.

가관인 것은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신상털기식 의혹 제기에 굴복해선 안 된다”는 윤 당선자 비호 발언이다. 국민 전체를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지위나 국정 운영 전반을 감시 통제하는 권한에 비춰 국회의원의 신상과 일상 자체가 공적이어야 한다. 이 대표의 “본질과 관계없는 사사로운 부분과 과장된 보도”는 국회의원을 무슨 사조직의 회장이나 시정의 동호회장 쯤으로 스스로 격하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성숙한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국회의원의 자격에 대한 국민 눈높이를 얕잡아 보는 것이다. 아니면 5선 국회의원인 이 대표가 그렇다는 말인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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