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장

기 드 모파상

~혼자는 외로워서 미친다~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알프스 산장이 그 배경이다. 그 산장은 여섯 달 동안만 문을 연다. 눈으로 길이 막히기 전에 산장 가족들은 마을로 내려간다. 산 안내 노인 가스파르와 산 안내 청년 울리히, 그리고 커다란 개 한 마리가 산장에 남아 집을 지킨다. 산장의 겨우살이는 무료함과의 싸움이다. 산장의 겨울은 단순하고 무료하다. 늙은 가스파르는 독수리와 새들을 사냥하며 시간을 보내고, 젊은 울리히는 골짜기까지 건너가서 멀리서나마 주인집 딸을 생각하며 마을을 하염없이 내려다보곤 한다. 밤에는 카드놀이, 주사위놀이, 도미노 등을 한다. 재미를 돋우려고 사소한 물건을 걸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부터 눈이 내렸다. 눈은 나흘 동안 계속 내렸다. 그때부터 그들은 죄수처럼 갇혔다. 이따금 노인은 총을 들고 영양을 찾아 나섰다. 그날도 노인은 사냥을 하러 집을 나갔다. 영하 18도였다. 오후 네 시쯤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날이 저물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울리히는 개와 함께 노인을 찾아 나섰다. 며칠 동안 눈 속을 찾아 헤맸지만 노인은 보이지 않았다. 죽을 고생을 하고 산장으로 되돌아왔다. 피로가 누적되었던 울리히는 오랫동안 잠을 잤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서야 잠을 깼다. 아무도 없었다. 노인의 영혼이 찾아와 부른 소리라 생각했다. 그날 이후, 울리히는 밤마다 환청에 시달렸다. 문을 닫아걸고 밖에다 대고 소리쳤다. 개도 주인의 목소리가 향하는 보이지 않는 적을 향해 미친 듯이 짖어댔다. 울리히는 공포를 잊기 위해 매일 술을 마셨다. 보관하던 술도 바닥났다. 개도 주인을 따라 미쳐갔다. 문을 발톱으로 긁고 이빨로 갉아댔다.

날이 갈수록 공포감은 더욱더 증폭되었다. 마침내 울리히는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겁쟁이처럼 문을 열어젖혔다. 자신을 부르는 이가 누군지 알아보고 그를 강제로 몰아낼 작정이었다. 그때, 개가 밖으로 뛰어나갔다. 울리히는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문을 닫고 빗장을 질렀다. 울리히는 밖에서 누군가 울부짖으며 벽을 긁고 있는 걸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주인은 집 안에서 공포에 휩싸여 결사적으로 방어벽을 쳤다. 개는 집 밖에서 추위와 굶주림을 벗어나고자 벽을 긁었다. 밖에 있는 개는 음산한 소리를 질러댔고, 울리히는 그와 유사한 신음소리로 응대했다. 벽을 사이에 둔 결사항전이었다.

마침내, 겨울이 끝나고 산장 가족들이 돌아왔다. 문 밖에는 개가 독수리에게 몸을 뜯긴 채 빼만 남아 있었다. 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쓰러진 찬장 뒤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머리카락은 어깨를 덮고 있었고, 수염은 가슴까지 내려와 있었다. 울리히였다. 의사는 그가 미쳤다고 진단했다. 산장 주인의 딸은 그 해 여름에 우울증으로 고생했다. 사람들은 산의 찬 기운이 그 원인이라고 말했다.…

알프스 산장을 지키는 안내인이 겨울을 홀로 나는 이야기다. 둘이 있을 땐 외로움과 무서움을 모른다. 혼자가 되는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어디를 보든 백일색이다. 살아 있는 것이라곤 보이지 않는다. 고요와 적막이 골짜기에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외로움에 집중하면 고요한 적막에서도 무서움을 찾아낸다. 죽은 영혼이 찾아오지 않을까 해서 경계심을 가질수록 자질구레한 자연의 소리마저 두려움의 대상이다. 보이지 않는 어둠이 공포로 다가온다. 술로 공포를 잊으려 하지만 심신만 피폐해진다. 인간은 사람 사이에 있을 때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혼자 있을 땐, 혼자라는 사실만으로도 공포를 느낀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오철환(문인)



김창원 기자 kcw@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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