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국권회복을 위한 투쟁
나랏빚을 갚기 위해 임금부터 거지까지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쳤던 국채보상운동.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이 역사적 사건의 기록물을 만나볼 수 있는 박물관이 우리 지역에 있다.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다. 2종 박물관으로 등록된 이곳은 지하2층, 지상2층 연면적 약 1천130㎡규모로 3개의 전시실을 갖추고 있다.
1907년 서상돈 등의 제안으로 시작돼 전국적으로 확산된 국채보상운동의 나라사랑 정신을 알리고 이어가기 위해 2011년 10월5일 국비와 시비 40억 원, 시민성금 10억 원으로 건립됐다. 국채보상운동이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한두 푼씩 보탰던 것처럼 기념관 건립에도 시민의 성금이 보태졌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시실 성문입구 이색 조형물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앉은뱅이 걸인이 구걸하는 모습이다. 대구에서 열린 국채보상단연금 모집 연설회에서 ‘걸인이 의연금을 납부하고 담뱃대를 부러트려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기사를 재연한 것이다.
기념관 관계자는 “나랏빚을 갚기 위해 여성들은 패물을 팔고 반찬값을 아껴가며 돈을 모금했고, 앵무라는 기생은 당시 한 달 월급이 15원이었는데 앉은자리에서 100원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도둑떼, 심지어 거지도 구걸한 돈을 모금했고 신분이나 지역, 나이에 상관없이 국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구국운동을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1층 제2전시실은 국채보상운동의 좌절 그리고 의미와 영향을 준 사건으로 구성된다. 전시실 초입에 대한매일신보사를 재현해 놓았다. 국채보상운동 확산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대한매일신보사 사장이었던 영국인 베델과 양기탁 선생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이들은 국채보상운동을 좌절시키기 위한 일제의 방해공작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제의 교묘한 방해책동으로 국채보상운동은 결국 좌절됐지만 나라를 위해 뭉쳤던 이 경험은 이후에도 우리의 민중정신을 일깨워 3.1만세운동, 물산장려운동 등 독립운동으로 이어져 나갔다.
기념관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어린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체험공간이 나온다. 기념관을 둘러보고 익힌 내용을 퀴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채보상운동 취지문이 새겨진 목판을 탁본하고 국채보상운동영수증에 색연필로 프로타주도해 볼 수 있다.
연간 약 6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은 대구시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안에 자리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문의: 053-745-6753.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