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지 사태 이후 종교사회에 대한 지탄, 비판 목소리||코로나 공포에 종교집회도 비대

▲ 코로나 사태는 종교사회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1일 방역당국이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집중 방역활동을 펼치는 모습. 대구일보DB
▲ 코로나 사태는 종교사회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월1일 방역당국이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 앞에서 집중 방역활동을 펼치는 모습. 대구일보DB


한국에서 특히 대구에서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종교사회를 빼놓고 언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에 일상처럼 자리 잡고 있던 종교사회의 민낯과 어두운 부분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적어도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만큼은 ‘종교의 순기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촉발된 대규모 집단 감염 사태는 대구를 넘어 전국을 코로나 공포로 몰아넣었으며, 집단 감염 이후에도 드러난 폐쇄성과 역학조사 방해를 바라본 국민들은 분노했다.



하지만 신천지 집단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신천지 교회 사태 이후에도 일부 종교단체들은 방역당국의 우려 속에서도 집회 및 활동을 강행했고, 결국 집단 감염 사태를 몰고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신천지 대구교회로 시작된 비판이 종교사회 전역으로 확대된 것.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신뢰를 잃은 종교사회가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성찰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도 궤를 함께 한다.



인간은 가장 기본적인 현상들에 대해서도 경험을 초월한 존재나 원리로 연결 지어 의미를 부여했고, 또 그 힘을 빌려 왔다.



과학적인 인식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후세계, 심각한 고민 등을 종교적 힘으로 해결했다.



초경험적이고 초자연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종교는 오랫동안 수많은 질적 변천을 거쳐 왔으며, 오늘날에도 인간의 생활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종교사회는 그동안 시대의 위기와 아픔 속에서 세상을 위로하고 방향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종교사회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굳게 지켜오던 ‘신앙심’은 코로나 세상에서 오히려 ‘이기심’과 ‘민폐’가 됐고, 이로 인해 절대다수의 공공선에 피해를 주기도 했다.

‘세상을 걱정하는 종교’에서 ‘세상이 걱정하는 종교’로 전락했다.



종교사회는 이번 코로나 사태로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예상되는 사회적 변화인 ‘언택트’(Untact, 비대면) 문화는 종교사회에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코로나 감염병 극복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다중이용시설인 종교시설의 집회 금지를 권고했다.



이에 많은 논란 속에서도 종교단체들은 ‘온라인 예배’ 등 비대면 활동으로 전환했다.



불교와 천주교에선 대중법회와 미사 등을 일체 중단했고, 개신교에서도 일부 교회를 제외하고 대형교회들을 중심으로 주일 예배를 인터넷 등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비대면 문화의 급속한 진행은 인적 네트워크와 대면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종교사회에 있어서는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의 종교사회는 교리 연구·전도 등 종교적 가치를 넘어, 앞으로 종교활동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연결시켜야 할지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됐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처음 겪은 ‘온라인 집회’가 꾸준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종교계는 대면 집회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신앙생활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온라인 집회 형태로 진행했지만, 대면 종교 활동 자체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것.



아직 종교시설 대부분이 신도들의 헌금으로 운영되는 구조 또한 온라인 집회를 이어가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대구가톨릭대 신학과 최동석 신부는 “종교 집회가 비대면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필수불가결적인 요소가 있어 대면 집회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는 예상치 않는다”며 “하지만 봉사활동이나 교리, 강의 등 다른 많은 부분들은 점차 온라인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종교 자체에 대한 실망과 환멸로 인해 관심도·참여도가 하락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종교는 현대사회로 접어들며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점차 과거의 영광과 영향력이 쇠퇴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어쩌면 ‘종교의 몰락’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종교가 미래에는 단순한 마음의 치유나 교양 프로그램 등으로 격하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북대 철학과 임승택 교수는 “시대의 급변기를 맞아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된 종교는 급속하게 정리가 되어가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며 “종교 자체는 분명히 인간에게 내재된 성품·가치 등이 있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처럼 집단적 활동의 모습보다는 인간 개개인의 내면을 알아가는 철학 형태로 변모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저작권자 © 대구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