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출·퇴근시간 탄력적 운용과 의료도구 등 차별화 필요

▲ 11일 오전 9시 대구도시철도2호선의 한 전동차 내 ‘경로 우대칸’의 모습. 어르신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젊은이들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 11일 오전 9시 대구도시철도2호선의 한 전동차 내 ‘경로 우대칸’의 모습. 어르신들은 찾아볼 수 없고, 젊은이들이 가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의 ‘경로 우대칸’이 어르신들에게 외면 받으면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전국 최초로 지난 1일부터 노인들의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목적으로 한 ‘경로 우대칸’을 운영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운영 전부터 실효성에 대한 지적(본보 4월23일 1면)이 나왔지만, 별다른 보완책 없이 시행한 탓에 경로 우대칸은 일반 좌석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고, 결국 누구나 앉는 자리로 전락, 전시 행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1일 오전 8시 대구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출근하려는 시민들로 붐비는 가운데 승강장 바닥과 벽면에는 ‘경로 우대칸’을 알리는 스티커가 보였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아랑곳없이 경로 우대칸에 타고자 줄을 서 있었다.



전동차가 도착하고, 젊은이들이 경로 우대칸에 우르르 몰렸지만 어르신들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경로 우대칸에서 만난 김모(31·여)씨는 “경로 우대칸 안내 스티커는 봤지만, 다른 칸들이 붐비는데 여기만 비워놓는 건 비효율적이지 않느냐”며 “지금까지 경로 우대칸을 지키는 사람은 딱히 못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모습은 출·퇴근 때만의 얘기가 아니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 도시철도 2호선 경북대병원역에서 탑승한 경로 우대칸은 비교적 한산한 가운데 여전히 젊은이들만의 공간이었다.



단지 경로 우대칸이라는 문구의 스티커만 붙어 있을 뿐이었고, 다른 좌석과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르신들도 굳이 경로 우대칸을 이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이모(81·여)씨는 “경로 우대칸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달랑 스티커만 붙여놓고 아무런 조치도 않고있어 실망했다”며 “오히려 경로 우대칸 때문에 젊은이들 탈 공간이 줄어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6량(1량당 좌석 39석)으로 구성된 전동차의 ‘경로 우대석’으로 통하는 ‘교통 약자석’은 모두 65석.

여기에 1일부터 출범한 경로 우대칸 78석(두 량)을 합치면 모두 143석이다.



사실상 교통 약자를 위한 좌석이 전동차 전체 좌석의 63%나 돼 역차별 논란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한 경로 우대칸에 대한 배려는 강제성이 없다보니 시민의식에만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운영자체에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대구도시철도 관계자는 “시작한 지 10일밖에 되지 않아 아직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 중”이라며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만큼 시민들의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유수재 교수는 “출·퇴근 시간 탄력적인 운용과 더불어 간단한 의료도구 등을 비치해 어르신들을 자연스레 ‘경로 우대 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엽 기자 sylee@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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